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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Sep 28. 2023

'개인적인 체험'으로 쓰인 우리 시대의 완벽한 소설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을유문화사, 2009



작가는 시적 언어로 현실과 신화가 혼재된 세계를 창조하고, 곤경에 처한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 당혹스러운 그림을 완성합니다.
-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개인적인 체험』을 쓴 오에 겐자부로는 1994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로 "작가는 시적 언어로 현실과 신화가 혼재된 세계를 창조하고, 곤경에 처한 현대인의 모습을 담아 당혹스러운 그림을 완성했다"라고 평했다. 그는 일본 현대 문학의 거장, 일본의 양심,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성인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으며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의 대명사로 꼽히다.  『개인적인 체험』은 오에 겐자부로의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설로, 존재의 상처와 분노를 인간애와 공존으로 승화시켰다고 인정받는다.


오에 겐자부로는 1935년 일본 에히메현의 유서 깊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도쿄 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3세의 나이에 소설 『기묘한 일』(1957)로 데뷔했다. 『사육』(1958)으로 일본 최고 권위 있는 상인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지적 장애아 아들이 태어난 충격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발표했으며, 작품 속에서 기형아 출산을 주제로 삼아 인권을 유린당한 전후 세대의 문제를 파헤쳤다. 그 외의 대표작으로 『만엔원년의 풋볼』(1967), 『하마에게 물리다』(1985), 『 체인지링』(2000)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개인적인 체험』은 우리 시대의
거의 완벽한 소설이다.
- 뉴욕 타임스



『개인적인 체험』은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원하는 청년의 영혼 편력, 절망과 일탈의 나날을 써 내려간다. 명료한 단문이면서 섬세한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상황 묘사가 돋보인다. 오에 겐자부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 장애아를 둔 아버지가 내적 변화와 성장을 통해 비극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과의 절망적인 싸움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수행했는지, 출구 없는 현실에 놓인 현대인에게 재생의 희망은 있는지 묻는다. '개인적인 체험'으로 쓰인 '우리 시대의 거의 완벽한 소설'이다.


주인공 '버드'는 27세의 젊은 학원 강사다. 결혼한 후 아기가 생기지만 지도를 바라보며 아프리카로 떠나는 모험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태어난 아기가 뇌 손상을 가진 장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유를 잃어버린 현실에 절망한다. '일찍이 맛본 적이 없는 끔찍한 공포감이 버드를 사로잡았다.'라는 문장은 한 인간의 방황이 어떤 행보로 이어질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버드는 아기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과 옛 여자친구 히미코에 집착하며,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이 작품은 오에 겐자부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로, 출구 없는 현실에 놓인 현대인에게 '희망'과 '인내'라는 단어로 성장과 회복의 길을 열어준다. '오에의 문장은 송곳처럼 직접적이고 진솔하다.'라고 「라이프」(잡지)에서 평한 것처럼, 극한 불행 앞에서 절망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 수치심, 죄책감, 자기기만 등의 내밀한 감정을 직접적이고 진솔하게 구사한 부분이 돋보인다. 다만 도적적, 윤리적인 부분에 민감한 독자라면 주인공의 일탈과 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심리 묘사가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크고 작은 불행 속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휘둘리는 분들과 타인의 불행에 공감과 위로를 보태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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