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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Dec 08. 2023

글과 쇠의 만남, 천현우의 '쇳밥일지'

천현우, <쇳밥일지>, 문학동네, 2022



글과 쇠의 만남, 천현우의 《쇳밥일지》를 읽었다. 이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2022년 봄까지 한 개인의 내밀한 역사를 담아낸다. 노동의 현장에서 탄생한 그에게는 지방, 청년, 그리고 용접 노동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방의 사양 산업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며 ‘4년제 대학 출신-수도권 거주자’에서도 소외된 삶을 살아왔다.  『주간경향』에 ‘쇳밥일지’와 ‘쇳밥이웃’을 연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쇳밥일지》는 연재분을 퇴고하고 원고를 더해 한 권으로 묶은 그의 첫 책이다.




작가 천현우는 1990년 마산에서 태어났다. 삶의 대부분을 고향에서 보냈으며, 전문대를 졸업한 후부터 공장에서 쉴 틈 없이 일했다. 2021년부터 『주간경향』, 미디어오늘, 피렌체의 식탁,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했으며, 현재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양승훈 교수는 추천사에서 그의 첫 책에 대해 “지방 제조업 도시의 ‘너무한’ 사연을 담은 문화 기술지이자, 부당함과 우여곡절 속에서 ‘쇳밥’을 먹으며 성장한 청년 용접 노동자의 ‘일지’”라고 소개한다.



일터에서 푼돈에 매몰당한 청춘이 타인에겐 낭만과 자기 성찰의 시기였다. 비교는 일상에서부터 치고 들어왔다. 특히 야간에 잔업 마치고 퇴근길이 고비. 버스 정류장을 지나면 전공 책 안고 시시덕대는 동갑내기들의 모습이 보였다. 대학생이 아니면 스무 살의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친구들과 만나도 대화가 어긋나는 걸 느낀다. 여가가 거의 없는 삶이라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에 끼지 못했다. 무엇보다 동갑들이 호소하는 '힘듦'의 기준에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았다.(240쪽)

전문대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쉴 새 없이 일했던 그에게 청춘은 낭만과 자기 성찰의 시기가 아니다. 자신을 포함한 흙수저들에게는 일터에서 푼돈에 매몰당한 청춘이라고 말한다. "야간에 잔업 마치고 퇴근"하는 스무 살 청춘과 "전공 책 안고 시시덕대는 동갑내기들의 모습"(p.240)을 비교하며 씁쓸해진다. 스무 살의 자격과 동갑이지만 '힘듦'의 기준이 달라 도무지 공감이 가질 않았다는 그의 말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4년제 대학 출신-수도권 거주자’가 아닌 모든 이들의 소외감까지일깨우며 차별의 사회를 보여준다.




이 책은 "불꽃 튀는 촉으로 써 내려간 '너무한' 나날의 기록"이며 "엄연하고도 어엿하게 존재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비망록"(양승훈 교수)이다. 한 용접공의 “생각보다는 힘들되 꾸역꾸역 생존은 가능한 나날”을, “고와 낙이 있었고, 땀과 눈물이 있었으며, 희망과 좌절이 공존했고, 꿈이 짓이겨졌다가 다시금 피어”(「프롤로그」에서)나는 시간을 담았다. 쉽게 접해 볼 수 없었던 글과 쇠의 만남, 사각지대의 삶을 견뎌내고 가감 없이 용기 내어 쓴 글을 통해 힘듦의 기준을 생각해 보게 된다. 꿈과 희망을 찾고 싶은 이삼십 대와 사회 구성원을 폭넓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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