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비채, 2011
나는 글쓰기를 거의 음악에서 배웠다. 역설적이지만, 만약 그토록 음악에 빠져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소설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설가가 된 지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나는 여전히 소설 창작의 많은 방법론을 뛰어난 음악에서 배우고 있다.
자기란 무엇인가
혹은 맛있는 굴튀김 먹는 법
'진정한 자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자. 진정한 나란 무엇일까? 굴튀김에 관해 (원고지 4매 이내로) 얘기해보자. 아래의 글은 이야기의 본래 줄거리와는 관계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굴튀김이라는 것을 잘 풀어서, 나 자신을 얘기하고 싶다. 데카르트나 파스칼이 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굴튀김에 관해 이야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가 성립한다. 그리고 그 막막한 길을 헤쳐나가다 보면, 분명 어딘가에서 나 나름의 계속성이나 도의성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예감까지 든다.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