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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Nov 10. 2021

일은 우리에게 기쁨이고 슬픔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소설집, 창비, 2019


내 돈은 내가 지킨다. '자본주의 키즈(2021 소비 트렌드)'들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한다. 한마디로 '부지러너'다. 주식은 물론 부동산 등 재테크 공부에도 열심이다. 현실감각과 경제관념을 지닌 소비자들이다. 꼭 젊은 세대만을 지칭하는 건 아니지만 돈과 소비에 편견 없는 2030 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좋아하는 곳에 아낌없이 돈을 쓰고 공정한 기업에 돈쭐 내고 불공정 기업에 혼쭐 내며 정의구현에 동참한다. 소확행과 워라밸을 즐기며 욜로족, 파이어족 등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을 거침없이 주도하며 산다. 하지만 이들 또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얻는 소득으로 삶을 영위한다. 전쟁터 같은 사회생활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들에게 일은 어떤 의미이고 기쁨과 슬픔은 무엇일까.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 2019)은 8편의 단편 소설에 이삼십 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꿈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이지만 생계형에 가까운'일'이 되어버린 직장생활에 숨 가쁘게 적응하며 노력한 만큼 인정과 성취를 얻고자 고군분투한다. 주는 만큼 돌려받는 기브 앤 테이크가 기본적인 정서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이윤 추구와 합리적인 인간의 모습을 추구한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고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상식을 뛰어넘는 장애물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만약에 월급을 몽땅 포인트로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날 25일,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거북이알은 유비 카드 포인트를 조회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회장의 한마디에 정말로 월급이 고스란히 포인트로 적립되어 있었다. 그 커다란 숫자를 보는 순간, 거북이알은 심장께의 무언가가 발밑의 어딘가로 곤두박질쳐지는 것만 같은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51쪽)



중고거래 회사 담당자 '안나'가 사이트에 새거나 다름없는 물품을 매일 도배하다시피 올리는 '거북이알(닉네임)'을 만나 듣게 되는 이야기다. 회장에게 미운털이 박힌 '거북이알'이 담당 업무인 포인트 지급의 유용성을 어필하면서 포인트로 월급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거북이알'은 굴욕감에 침잠된 채로 밤을 지새우지만 어김없이 날은 밝고 자신이 속한 세계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돈도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로 생각하고 다시 돈으로 바꾸기로 한다. 회장의 갑질에 분노하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지만 관점을 달리해 정면 돌파한다. 출장 업무 시간을 활용해 직원가로 구매한 제품을 중고거래 사이트에 손해 없이 거래하고, 포인트로 선물하고, 포인트로 식사한다.


포인트로 월급 받은 '거북이알'의 위기는 모양과 크기만 다를 뿐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이삼십 대 젊은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거북이알'이 모멸감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 각자의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는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크기를 비교했다. 일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는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성취감을 주는 일인지를 고민했다. 일의 기쁨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의 슬픔보다 기쁨의 크기와 빈도가 더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쁨과 슬픔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심장을 쫄깃하게 한다. 기쁨이었던 일이 슬픔이 되고 슬픔이었던 일이 기쁨이 되어 울고 웃게 한다. 


장류진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작년 11월 KBS 드라마로 방영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극으로 각색해 공연했다.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누적 조회수 4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만큼 공감하며 감정 이입되는 책이다. 거침없이 삶을 주도하며 이윤추구와 개인의 행복을 우선하며 워라밸을 꿈꾸는 '자본주의 키즈'들'이 모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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