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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an 05. 2022

평행세계에도 내가 있을까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평행세계(평행우주)'는 과연 있을까? 평행세계는 동일한 차원의 우주만을 의미하고, 차원은 다르지만 같은 세계'라고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또 다른 평행선 상에 위치한 세계에서 지금 나와 같은 모습으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내가 있다면?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인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일까. 내 안의 나일까.


재작년 방영됐던 드라마 '더 킹 : 영원한 군주'에서 평행세계 소재를 처음 접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이과형 대한민국 황제 이곤(이민호 역)과 문과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김고은 역)이  두 세계를 넘나들며 악마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다. 얼굴은 똑같지만 마음이 다른 두 얼굴이 평행세계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내용이 독특하고 참신했다. 그때 남겨진 여운이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문학사상사, 2000)라는 책을 읽으며 되살아났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네 번째 소설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 전개로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받았다.  제목과는 반대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이라는 세계를 교차 반복하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세계에서는 SF적인 스토리에 문명의 이기를 무심하고 냉담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반면 '세계의 끝'은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원시적인 분위기 속에 마음잃어버린 세계를 보여준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주인공 '나'는 암호를 취급하는 특수한 직업의 계산사다. 자신의 뇌에 설치된 장치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미스터리한 지하세계를 오가며 해답을 찾아나간다. '세계의 끝' 주인공 '나'는 '벽'에 둘러싸인 마을 도서관에서 '꿈'을 읽는다. 그림자와 헤어져 마음을 잃어가며 마을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세계의 '나'는 평행세계에서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 


싸움과 미움과 욕망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 반대의 것도 없다는 말이기도 해. 그 반대의 것은 기쁨이고, 행복이고, 애정이야. 절망이 있고 환멸이 있고 비애가 있음으로 해서 거기에 기쁨이 생기는 거야. 절망이 없는 행복 같은 건 어디에도 없어. 그게 내가 말하는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야. 마음이 없는 인간이란 단지 걸어 다니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아. (2권 231쪽)


'세계의 끝은 마음이 없는 세계다. 기억이 없다. 꿈이 없다. 희로애락이 없다. 평안하다. 이것이 궁극적인 행복일. 나에게도 꿈과 목표를 향해 내달리던 기억이 있다. 그 순간에는 설렘과 함께 고통과 절망이 따라왔다. 그래서 꿈과 목표를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나는 마음 없는 허깨비였다.


평행세계에도 내가 있을까. 책은 독자와 함께 호흡하고 생각한다.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끊임없이 던진. 생각의 늪으로 끌어당긴다. 그림자, 마음, 기억, 꿈... '세계의 끝'에 서성거리는 자신을 만나게 한다. 책이 보여주는 평행세계하루키 월드이자 읽는 이의 세계. 난해하지만 흥미롭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 전개책을 놓을 수 없다. 이야기 천재인 그의 뇌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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