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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책 글 여행 Jan 13. 2022

도덕적 한계를 넘어선 자유

<달과 6펜스>, 윌리엄 서머싯 몸, 민음사, 2021



그대의 모든 행동이
보편적인 법칙에 맞을 수 있도록 행동하라
칸트 (p.76-77)



보편적인, 일반적인, 모든 것에 두루 다 미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이렇게 사는 삶이 행복한가.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은 공존할 수 있을까.  작가 서머싯 몸은 <달과 6펜스>에서 칸트의 명언을 언급하며 주인공의 삶을 들여다본다. 주인공 스트릭랜드는 예술적 충동에 사로잡혀 나이 40에 직업과 가정을 버리고, 아무 말 없이 떠나 그림을 그린다. 보편적인 잣대에서 벗어나 본능에 충실한 삶을 다. '도덕적인 한계를 넘어선 자유'를 누린다. 공동체에 반하는 그의 행동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럽다.



<달과 6펜스>(민음사, 2021)는 작가 서머싯 몸이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쓴 장편소설이다. 제 고갱의 삶과 유사하지만 소설에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단순화했다. 화자는 주인공의 삶과 일정 거리를 두고, 직접 들은 이야기와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로 소설화다. 다양한 인물 묘사와 인간의 내재된 욕망, 강렬한 예술 충동을 완성해가는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6펜스'라는 제목이 두 가지 세계를 상징하듯, 영혼과 물질의 세계를 대비시키며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p.69)



스트릭랜드의 모든 행동은 개인의 행복만추구하는 순간부터 공동체적인 삶을 거스른다. 어느 누구의 호의도 동정도 원하지 않는다. 사소한 문명의 편리함도 추구하지 않는다. 궁핍한 생활을 하며 예술적 충동 이끄는 대로 그림을 그린다.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 주길 바라지 않는다. 원시적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세상과 동떨어져 예술혼을 불태운다.



예술혼은 그림, 문학, 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누구라도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을 타고난다. 그러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내 마음속에도 꿈틀거리는 예술적 충동이 있다. 오직 글만 써보고 싶은 충동이다. 10대 후반 뜬금없이 시를 끄적였고, 40대 후반엔 무언가를 고 싶은 손가락의 열망읽었다. 하지만 영혼과 물질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며 애써 무시해왔.  


<달과 6펜스> 읽으며 내면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나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장벽을 벗어나고 싶어 진다. '도적적 한계를 넘어선 자유'는 어떤 느낌일까. 어떻게 사는 이 균형 잡힌 삶일까. 내가 진정 원하고 꿈꾸는 삶을 살고 있는가.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통찰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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