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산책 Oct 30. 2020

프랑스가 계속 학살하고 차별하는 한, 테러는 계속된다


 2015년 11월 13일 밤. 파리에서 끔찍한 테러가 있었다. 여러 곳에서의 동시다발적 총기 난사와 인질극, 폭탄테러로 131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범행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조직 ISIS 소행으로 밝혀졌다. 프랑스는 비탄에 잠겼고 분노했다. 샤를리 엡도 테러가 있은 지 불과 10개월 만이었다. 이슬람에 대한 프랑스의 증오는 더욱 크고 깊어졌다. 왜 프랑스에서는 연달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테러는 극단적인 폭력이며 무고한 시민들이 대상이기에 절대로 용인될 수 없는 범죄다. 그들은 ‘절대 악’이었고 테러를 당한 서구 사회는 ‘무고한 피해자’였다. 프랑스 테러 역시 '무고한 프랑스를 악인들이' 잔인하게 침범하고 훼손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테러가 증오 범죄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물을 수 있다. 왜 그들은 프랑스에 ‘증오’를 품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다.
 
 샤를리 엡도는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적이고 의도적으로 한 사회를 향한 혐오를 표출할 때 그것은 ‘자유’가 아닌 ‘폭력’이 된다. 샤를리 엡도는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그려왔다. 그러나 그들 표현은 노골적인 조롱이었고 인종차별이었으며 심지어 성차별적이었다.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는 이슬람의 상징이자 뿌리이기에 이슬람인들에게는 예수나 단군 같은 존재다. 그런 그를 반복적으로 비하하는 것은 이슬람을 모독하는 행위다. 당연히 이슬람인들은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함마드를 '동성애자'로 조롱하고, "웃겨 죽지 않으면 채찍 100대"라며 조롱하고, 지하디스트에게 참수당하는 무함마드를 그린 샤를리 엡도 만평들
"이민을 환영한다. 바닥이 너희 집이야"라며 이민자를 조롱. 바닷가에서 숨진채 발견된 3살 난민아이를 소재로 "거의 다 왔는데... 하나 가격으로 두개 어린이 세트" 난민 조롱


 그럼에도 샤를리 엡도는 ‘고귀한 희생을 당한 자유의 수호자’가 되었다. ‘풍자할 권리를 죽음으로 보복한’ 이슬람의 야만을 규탄하며 프랑스인들은 이슬람을 더욱 경멸했다. 그러나 샤를리 엡도의 행위는 소수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고 조롱한 명백한 ‘반이슬람 테러’였다. 이슬람의 증오를 부추긴 건 프랑스였던 것이다. 그러나 테러의 배경에는 이보다 더 광범위하고 뿌리 깊은 역사와 사건들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이슬람을 향한 오래된 멸시와 개입이 그것이다.  
 
 2016년 프랑스 상원 국방위원회의 보고서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군사 개입이 프랑스의 열정인가’ 프랑스는 1991년부터 2015년 사이 111건의 군사 개입을 했으며, 1978년 이후로 아프리카에서만 70건의 군사 개입을 하였다. 1만의 병력이 아프리카와 중동에 파병되어 있으며 ‘아프리카 식민지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통제의 유지’라는 Françafrique 정책으로 아프리카에서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정책은 60년 넘게 프랑스 중앙 집권 강화와 무기 산업 발전에 기여하였다. 중동 지역 역시 프랑스군의 중요한 활동무대였다.
 
 1916년 프랑스와 영국은 ‘사이크스 피코 밀약’을 맺고 아랍 지역 영토를 분할 점유하였다. 그들은 이 지역에 일방적인 국경선을 그어 분할했는데, 훗날 이것이 아랍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종교와 종파가 다른 사람들이 섞임으로써 분쟁의 씨앗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점유한 지역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1920년부터 1946년까지 시리아와 레바논을 4개 지역으로 나누어 식민통치하였다. 그리고 기독교와 무슬림,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이 시작된다. 중동 지역을 오랜 고통 속에 있게 한 시리아 내전과 레바논 내전이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독립을 방해하려는 프랑스의 전략이었다.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반듯한 국경선'은 제국주의 분할통치 산물. 이슬람 국가들(연두색) 대부분이 프랑스 식민지였거나 침략했던 나라들(좌) 빨간선이 레바논 원래 국경선(우)
프랑스 핵연료 우라늄 확보를 위해 지상군 2천명까지 투입하여 말리를 "전면 재정복"했던 프랑스 군대(좌) 프랑스 전투기(우)


 프랑스는 독립한 나라들에 지속적인 군사개입을 해왔다. 거기에는 폭격뿐만이 아닌 암살과 드론 공격, 고문 등이 포함된다. 1991년 걸프전에 60대의 전투기와 120대의 헬리콥터와 40대의 탱크와 18,000명의 병력을 보냈던 프랑스는, 이라크 내전과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2015년 9월까지 무려 1천2백회 이상을 폭격하였다. ISIS 격퇴 명분이었다. 파리 테러 후에는 응징 명분으로 항공모함까지 동원하여 폭격했는데, 테러가 있기 전부터 먼저 수백 차례 폭격을 했던 건 프랑스였다. 파리 테러 이틀 후 프랑스는 ISIS 근거지인 시리아 라카를 전투기 10여대로 폭격했고 이튿날 또 폭격했다. 희생자에는 언제나 민간인들이 있었다. 시리아 시민은 말했다. "라카 시민들이 모두 다 ISIS 편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저 살고 싶을 뿐이다"
 
 니스 테러 후 프랑스는 시리아에 무차별 폭격을 가해 120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죽었으며, 이라크 학교에도 폭격을 하여 36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하였다. 2013년 올랑드는 말리를 ‘전면 재정복’하겠다며 폭격하고 지상군 2천명을 투입했는데 개입 이유는 ‘경제적 이득’이었다. 프랑스 핵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의 대규모 매장지가 말리 인근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서구 열강들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유 역시 송유관 건설이라는 ‘경제적 이권‘ 때문이었다. 내전의 결과 50만명의 시리아인들이 사망하였고 23만명의 레바논인들이 사망했으며, 이슬람 전역에서 100만명이 희생되었고 수백만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제국주의 탐욕이 부른 비극이었다.
 
 극단적인 폭력인 테러가 탄생한 이유다. 프랑스가 먼저 극단적인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그 힘에 대응하는 ‘같은 형태의 힘이 생겨난 것’이다. 


연합군의 시리아 폭격 모습.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좌) 폭격으로 무너진 집에서 절규하며 빠져나오는 시리아인들(우)
프랑스가 이라크 학교를 폭격하여 36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했다(우) 이 모든 폭력으로 '증오체'가 된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들(좌)
"그 순간을 떠올리는 건 너무 힘들어요"라며 울먹이는 14세 아랍 소년. "그들은 나를 바닥에 패대개치고 난타했어요"라고 말하는 30대 아랍 여성. 프랑스 경찰폭행 피해자


 파리 테러 용의자들은 모두 프랑스 국적자들로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었다. 테러는 그동안 프랑스가 자국 내 이슬람인들에 대해 펼쳤던 혐오 정책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프랑스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을 열등한 야만인이라며 경멸하고, 사회에 편입시켜 주지 않고, 경찰 폭력으로 잔혹하게 진압하는 프랑스의 끝나지 않은 제국주의적 태도 말이다.
 
 공화주의 전통을 표방하는 샤를리 엡도의 극단적 차별에서 우리는 ‘프랑스 공화주의 모순’을 볼 수 있다. 프랑스는 똘레랑스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히잡 금지와 이슬람 사원 반대 같은 정책으로 소수 문화를 배척하며, 무슬림 청년들을 채용하지 않고, 교도소 수감인구의 70%를 무슬림으로 채우는 나라다. 공화주의 원칙을 공유하지 않는 소수에게 관용은 적용되지 않으며 소수 문화는 철저히 배격된다. 나아가 프랑스인들은 무슬림을 ‘국가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자국내 무슬림 청년 400만명을 ‘잠재적인 적’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슬림들은 자신이 미래의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적대감으로 코너에 몰린 청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증오를 풀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함께 분노할 수 있는 벗들이 있고 무언가 쓸모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ISIS로 가는 이유다. 그렇기에 마크롱의 공격적인 발언은 차별과 혐오를 증폭시킬 뿐이다. 무슬림이 모여 사는 파리 빈민가 방리유 시민의 말이 울림이 큰 이유다. “분열된 프랑스를 원한 것은 인종차별 주의자들이지, 이주자들이나 이주자들의 자녀들이 아닙니다” 


폭격으로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잿더미가 된 시리아 사람들. 그러나 누구도 이들의 고통과 아픔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파리 테러로 사망한 '프랑스 시민들'의 죽음 앞에서만 슬퍼하는 세상. 샤를리 엡도를 보며 즐거워하는 '프랑스 지식인들'
프랑스가 만들어 미국에 선물해준 '자유의 여신'상. 프랑스 공화국 상징 '마리안느'다. 프랑스 영국 제국주의 연합. 프랑스 군국주의 실태 파헤친 Claude Serfati 책


 ISIS는 프랑스의 ‘적’이 아니다. 난민이 폭력과 전쟁을 피해 도망친 약자이듯, ISIS 역시 끝나지 않는 전쟁과 차별이라는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프랑스가 함께 잉태한 것이기 때문이다. 파리의 참극이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과 예멘에서는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프랑스 국민들을 공격하는 테러의 궁극적인 책임은 프랑스에 있다. 프랑스가 먼저 침략했고 공격했고 차별했기 때문이다. 테러는 프랑스와 ISIS 간의 ‘제국주의 전쟁’이다. 프랑스는 전쟁중인 나라다. 그 폭력에서 프랑스가 자국민을 지킬 수 있는 길은 하나다. 폭격과 학살과 개입을 멈추는 것이다. 이슬람에 대한 차별을 멈추는 것이다. 제국주의적 탐욕을 버리는 것이다.
 
 프랑스가 계속 학살하고 차별하는 한, 테러는 계속된다. 프랑스의 평화는 프랑스의 선택에 달려있다.







* 메인 이미지 : 2018년 12월 29일 르몽드 기사 사진 https://url.kr/TICE6q


프랑스가 이슬람을 대하는 자세



* 참고 자료 : 왜 프랑스는 ISIS의 표적이 되었는가 https://url.kr/HKEZ7v, 파리 테러의 책임은 제국주의 열강들에 있다 http://bitly.kr/xJnQCHYMbNI,  프랑스 또다른 제국주의 국가 http://asq.kr/J7Kirt1qjKx2, 프랑스는 군국주의 국가, Claude Serfati 교수 http://asq.kr/hLdXXFc6kfH1t (번역 http://asq.kr/WZGJWWl0P6Nu), 프랑스 군국주의 실태 상세자료 http://asq.kr/s272DFLFw3ErJ (번역 http://asq.kr/FNPjRGoLmVi2y), 시리아 고통의 책임은 제국주의에 있다 https://url.kr/qksDdN, 샤를리 엡도 사건은 제국주의 전쟁의 산물 https://url.kr/rViGu1, 샤를리 엡도의 모순 https://url.kr/AhFqpb, 레바논 분열 책임은 프랑스에 있다 http://bitly.kr/mIDMA1WvMig,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식민주의> 강철구 교수 http://bitly.kr/lZPTnLTbeoB, 레바논 내전, 나무위키 http://bitly.kr/P9rk8SrHn4d, 교사 참수 테러는 프랑스 제국주의 결과 https://url.kr/3L8UdI, 교사 참수로 인종차별 정책 강화하는 마크롱 https://url.kr/XlnH1S, 시리아 공습은 파리를 안전하게 만들지 못한다 https://url.kr/ED9hn4, 프랑스 말리재정복은 '우라늄' 때문 http://asq.kr/JCYp63V4zk9NS, 평화에는 관심없는 제국주의자들 http://asq.kr/BPXtdp79u8LV2, 시리아 난민 아이 조롱 만평 https://url.kr/cYJ6BI, https://url.kr/AnElWa, 프랑스 공화주의 '똘레랑스' 모순 http://asq.kr/XdUMhbgtIYIZ, 프랑스 제국주의는 착했다고? http://asq.kr/9H8AJC7lDr4Q, 민족주의를 이용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분열통치 http://asq.kr/048JyV4XRhdD0, 프랑스의 '배타적 민족주의' http://asq.kr/MMmkOFwkBrDHR, 같은 테러에도 '선진국 희생'에만 더 크게 슬퍼하는 세상 http://asq.kr/9J0RGuwCboIu6, 2014년 프랑스 이라크 침공 http://asq.kr/0LdcpkiS6h5nH, 2017년 프랑스, 이라크 시리아에 병력 유지 http://asq.kr/aqDW4r59h4AGP6, 프랑스 시리아 폭격 https://url.kr/fXw5yl,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의 '가장 잔인한 독재정권'을 지지해왔다 http://asq.kr/cfISDv2UewwW, 세계는 지금 70년째 3차대전 중 http://asq.kr/HOTt2FizpASZG, 2015년 파리 테러, 나무위키 http://asq.kr/5F1ddrUL72hHK, 시리아 내전 사진 https://url.kr/zbk4u2, 시리아-레바논, 나무위키 https://url.kr/8gGhUd, 사이크스 피코 밀약, 위키백과 https://url.kr/Qu3cvt, 마크롱의 권위주의 https://url.kr/TICE6q, http://asq.kr/ChtzSohMYCXN, 테러로 보는 프랑스, 타문화를 인정하기보다, 프랑스 문화와 사회에 흡수시키려는 '프랑스식 사회통합 교육'에 대한 우려 제기 http://asq.kr/Rac7m7WZwHrvV 



이전 28화 자유와 혁명을 팔아먹은 프랑스, 프랑스 혁명의 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