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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Jan 22. 2022

지방, 똑똑하게 즐기는 법

이제 살 찌지 않고 지방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죄책감 VS 즐거움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오일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늘 그런 음식에 대한 부담감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살이 찔까 봐' 하는 걱정 때문이다. 기름진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주저하며 스트레스받는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기름진 음식이라는 말에 벌써부터 죄책감이 드는가?)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 놓고 진정으로 즐길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나는 오일을 자주 요리에 사용하고 그 풍미를 즐긴다. 살찌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지 오래다. 오일 풍미를 좋아해서 종종 즐기지만 여전히 나는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으며 살찔 걱정도 하지 않는다. 특히 나는 피쿠알 올리브 오일을 좋아하는데, 특유의 매콤함과 고소함, 풀향 그리고 은은한 시트러스 향까지 발사믹을 곁들여 구운 빵과 함께 먹으면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만족스럽다. 지방은 내 요리 친구다.

 

좌: 아침 식사로 즐기는 구운 베이글과 발사믹&올리브오일 / 우: 저녁식사로 즐기는 올리브오일로 구운 고구마와 캐슈넛 크림


어떻게 하면 '지방'을 죄책감 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를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두 가지의 원칙이 있다면 누구나 지방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오일을 맛있게 즐기면 살찌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정리해보면 이 두 가지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는 지방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는 것과
둘째는 음식에 대한 균형 잡힌 태도를 갖는 것이다.



지방에 대한 한 뼘 지식

지방, 총칼로리의 2%, 채소만으로도 충분하다.

지방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에너지이면서 비타민 (A,D,E,K) 순환시키고 장기를 보호하며 세포 숫자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는 일이 많다고 해서 지방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은 하루 섭취 칼로리 중에 0.55-2% 만으로도 충분하다. 또한 인간은 대부분의 지방을 스스로 합성할 수 있는 능력 있다. 재미있는 것은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필수 지방산이라고 해서 매일 섭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 단백질 저장소(Amino Acid Pool)가 있기 때문에 부족한 단백질을 단백질 저장고를 통해 공급할 수 있듯이, 우리 몸안에 축척된 지방조직도 필수 지방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알아두어야 할 것은 필수 지방은 동물이 아닌 식물에서만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식물에 있는 지방으로도 충분히 필수 지방을 섭취할 수 있으며 지방 결핍을 경험할 수 없다. (맥두걸 박사의 자연식물식 p.95)


지방의 규칙 

1.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지방을 쌓는다. 그것도 아주 쉽게 쌓는다. 우리가 지방을 먹으면 그 지방의 90%는 몸에 지방으로 저장된다. 더 이상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못할 긴급한 때를 대비해서 에너지로 비축하는 것이다. 지방의 형태로 말이다. 내장에 쌓이면 내장지방, 피부 아래쪽에 쌓이면 피하지방이 된다.


2. 우리 몸은 엄청난 위기상황이 오지 않으면 지방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지방은 사용할 필요가 없는 잠재적인 에너지에 불가하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앉아서 생활하고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쓰고 남은 지방은 고스란히 저장된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p.91-92)


세상에 좋은 지방은 없다.

식물성 지방이든 동물성 지방이든 상관 없다. 모두 지방이다. 한 때 오메가-3라는 지방산이 인지력 저하와 치매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이루어진 모든 임상실험이 참여 환자가 너무 적거나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결과(뇌에 좋다는)는 상당히 가변적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오메가-3만으로는 늙어가는 뇌를 보호하기 어렵다.(감정의식탁 p.52-53) 인체는 섭취한 지방을 힘들이지 않고 즉시 지방으로 저장하고 축적된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불리는 질병의 보증수표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을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알지만 사실 우리가 흔히 당뇨병이라고 하는 제2형 당뇨의 일등 공신은 바로 '지방'이다.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 p.87)


쌓이기만 하는 지방을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  

지방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우리 몸에 필수적이지만 어디까지나 몸에 필요한 영양소지만 딱 필요한 만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축적되어 살을 찌게 할 뿐이다. 하지만 매 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지방의 함량을 따져서 먹을 수는 없는 법. 우리에게는 늘 해결책이 있다. 바로, 녹말 음식이다. 이전 챕터에서 알아봤듯이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 즉, 채소나 과일, 통곡물, 콩류가 바로 그것이다. 약간의 조리만 더해서 먹어도 충분히 우리 몸은 모든 체내의 지방을 걷어내고 건강해질 것이다.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 p.88)



지방을 부담 없이 맛있게 즐기는 방법

전체 식단의 70% 통곡물과 채소로 채워라.

매일 식탁에 동물성 음식 (육류, 가금류, 유제품, 생선 등)을 올리고 있다면 이미 영양 불균형이다. 모든 동물성 음식은 '고농축 지방'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을 섭취할 대로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지방으로 맛을 내는 치킨, 피자 등등을 즐기면 몸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다. 이미 세면대가 막혀 물이 역류하는 것처럼 머지않아 과체중, 비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방이 잘 빠지는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앞서 이야기한 전체 식단의 70%를 녹말 음식으로 챙기는 것이다. 평소 동물성 음식을 식탁에서 치우고 그 자리를 채소로 채우고 현미를 주식으로 먹자. 이것이 균형 잡힌 식단이다. '균형 잡혔다'는 것은 우리 몸이 필요한 영양소의 양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데, 산 음식, 죽은 음식의 저자 더글라스 그라함 박사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을 80:10:10으로 이야기한다. 전체 칼로리에서 탄수화물이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단백질과 지방인데 모두 식물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식물은 대부분 몸에 필요한 정도의 비율로 3가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즉, 칼로리나 영양소의 비율을 걱정하지 않고 채소만 섭취하면 우리 몸이 '필요한 만큼의 영양분'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을 먹었을 때 몸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지방이 잘 빠지는 몸과 식단을 만드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가공식품을 끊고 후각과 미각을 발달시키자

유튜브 채널 '닥터 조의 건강이야기'를 운영하는 조한경 의사는 그의 책 '환자의 혁명'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어김없이 가공식품을 끊는다'라고 말한다. 가공식품으로 우리 몸에 두드러지는 이상반응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 당신의 세포는 알고 있다. 우리 몸은 화학첨가물을 독소로 판단한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우리 몸의 안전한 곳에 쌓아둔다. 바로 '지방'이다. 지방 사이사이 곳곳에 첨가물이 쌓이면 몸은 계속해서 이 첨가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을 계속 쌓는다. 결과적으로 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히, 가공식품의 핵심 중의 핵심인 MSG는 우리가 흔히 '글루탐산나트륨' 혹은 '향미 증진제'라고 알고 있는데,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다 들어있다. 상식적으로만 보더라도 향미를 인위적으로 강하게 또는 자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우리의 미각과 후각은 여기에 길들여지면 그 감각이 무뎌진다. 그래서 더 큰 자극을 받지 않으면 느끼지를 못한다. 냄새나는 방에 들어가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무런 냄새도 못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방은 음식의 풍미를 담당하는 핵심이다. 참기름 한 방울로 음식의 느낌이 달라지듯이. 그렇기 때문에 가공식품을 끊어 우리의 감각기관이 전보다 더욱더 예민해지면 지방의 풍미를 더욱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조금만 먹어도 그 음식의 맛과 풍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지방은 많이 먹으면 많이 쌓인다. 조금만 먹으면 조금만 쌓인다.


핵심은 적게 먹고도 충분히 즐기는 것이다.



지방은 기호식품

우리가 지금은 참기름을 마트 등 어디에서든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 모두 무역과 상업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다. 그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참기름은 이제 기호식품이 아닌 필수 식품이 되었다.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다스의 손'처럼 모든 음식에 넣으면 맛있어지는 마법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음식에 참기름을 넣으면 그 음식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참기름 맛'으로 먹는 음식이 된다.


한 마디로 '지방 중독'이다.


실제로 지방도 중독이 된다. 우리는 기름진 것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 기름진 것을 원하게 된다. 지방을 느끼는 단백질 수용체의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매번 오일을 들이붓듯이 넣고 또 그런 음식을 계속해서 섭취하면 그런 행동은 지방을 좋아해서 즐기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음식 섭취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고 의존한다면 그것은 중독이다. 먹을 수 있다면 먹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외식도 그렇고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지방 함량이 높다. 집에서 내가 요리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늘 지방의 맛에 길들여지고 의존하게 된다. 오일을 넣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요리가 많고, 실제로 오일을 넣지 않고 음식을 먹으면 식재료 자체의 풍미를 더 잘 느낄 수 있을뿐더러 음식을 깔끔하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지방을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자.
그러면 다음에 만났을 때, 더 큰 기쁨으로 만날 수 있다.



음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자.

앞서 한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배달음식을 봐도 그렇고 외식을 해도 그렇고 모두 다 육류를 이용한 음식뿐이다. 마치 자본주의의 상업적인 얼굴과도 많이 닮아있다. 일률적으로 돈이 되는 같은 것만 대량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모습이다. 다른 것 같지만 식재료는 모두 같아서 음식의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만드는 떡볶이는 오일에 볶아 만드는 진짜 '떡볶이'이다. 그렇지만 늘 오일에 볶은 떡볶이만을 먹는 것은 아니다. 양념을 물에 끓여서 졸이는 일반적인 떡볶이도 만들어 즐겨 먹는다. 바게트를 오일에 구울 때도 있지만 오일 없이 바삭하게만 구워서 그냥 그대로 즐기거나 구운 바게트 위에 소금만 살짝 곁들여 먹기도 한다. 오일을 좋아하지만 사실 오일 없이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방식만의 특별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채소도 참기름을 넣고 무쳐먹을 수도 있지만 쌈채소처럼 된장만 곁들여 먹기도 하고 채소 스틱으로도 즐기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다 보면 오일을 곁들여 음식을 즐기는 횟수가 자연히 줄어든다. 그리고 더불어 음식을 다양하게 즐기니 음식에 대한 만족도도 많이 높아진다. 오일이 세상에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다양성을 통해 모든 음식을 영양학적으로 미각적으로 밸런스 좋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음식의 다양성을 갖는 것이
곧 지방을 맛있게 즐기는 비결이다.


무첨가 두유로 만든 투움바파스타 / 두유는 지방함량이 높다. 다양하게 지방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늘 선택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이 우리에게 올바르기를 그리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만약 그 선택으로 인해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나는 그 선택이 우리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올바른 지식과 균형이라는 최소한 조건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최소한의 조건을 '지방에 대한 지식'과 '음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라고 보았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깨닫게 된 것들이다. 나는 좋은 지방의 풍미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자유롭게 즐기고 싶다. 단, 내가 정한 원칙에 따라.


여기 우리의 즐거운 식생활에 도움이 되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끝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이제 여러분이 맛있는 지방을 즐길 시간이다. 마음껏 즐기자!    


현명한 사람은 즐거움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만
그 즐거움의 노예가 되기란 얼마나 쉬운지 늘 생각해야 한다.
_고타마 싯다르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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