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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ul 23. 2015

지금 이 순간 포기하지 않기를

     

요가를 처음 시작하면 의욕이 불타오릅니다. 앞에서 지도하는 선생님의 자세도 너무 멋지고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동작도 눈에 들어오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의욕이 스멀스멀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옵니다. 그 의욕은 바로 인터넷 쇼핑몰로 몰아가고 바로 요가매트 하나를 고르고 즉시구매 버튼을 꾹 누르고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던 마음은 저를 비롯한 요가를 시작한 사람들이 한 번쯤 경험한 일이라고 생각되네요. 매트를 받아 집에 깔아 놓고 그 위에 서지만 배웠던 동작은 선명하게 기억되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 몸에 곧 실망을 한 경험도 있으시죠?



집에서 마음먹고 혼자 수련을 한다는 일은 새해를 맞이하며 올 해는 꼭 무언가를 이루고 말거야! 라는 각오처럼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일수입니다. 매트에 서면 평소에 전화도 많이 오지 않던 핸드폰은 계속 울어대고, 카톡 메시지가 들어오는 소리는 팝콘처럼 쉬지 않고 톡톡 울려댑니다. 집에서 혼자 수련을 한다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만 번의 법칙’ 들어보셨나요?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으면 매일 두 시간씩 거르지 않고 십만 시간을 앉아 글을 쓰면 작가가 되어있다고 나의 스승이셨던 ‘구본형’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김연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한 동작을 익히기 위해서 만 번을 연습합니다.”     


요가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동작이 있으면 매트에 만 번을 서면 그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183cm/61cm 국제 규격 사이즈 매트입니다. 작지만 그 위에 서는 순간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 사각공간에서 심신의 치유와 단련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저는 매트에 발을 대는 순간 신부님들이 입으시는 검은 수단이 떠오릅니다. 신부님들의 수단 앞자락은 가슴부터 옷자락 끝까지 단추로 이루어져있지요. 개인적으로 지인 신부님께 여쭤 본 적이 있습니다. 


“신부님, 수단은 왜 앞자락 끝까지 단추로 되어있나요?”

“미사를 들어가기 전에 단추 하나하나를 끼며 산란한 마음을 모으지요”


신부님이 수단의 단추를 하나하나 채우는 시간은 집중의 시간이고 명상의 시간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미사를 들어가기 직전의 시간까지 마음을 가다듬는 그 분들의 모습처럼 매트에 올라설 때만큼은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수강생들의 행동과 눈빛을 보면 얼마나 요가에 심취할지 몇 달 하고나면 흥미를 잃고 그만 둘지 이제는 대충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요가 동작 후 자신의 얼굴을 대고 쉬어야 할 매트를 꼭 던지듯 바닥에 놓고 말린 매트를 발로 밀어 펴는 수강생들은 남에 대한 배려도 적고 오래하지 못 합니다. 눈에서 빛이 나지 않는 사람 역시 오래하지 못하고 두어 달하면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많은 수강생 중에 기억에 남는 그녀는 매트를 펴고 갤 때 마치 자신의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개듯 매트를 접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녀는 지금 저와 삼 년 째 요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야 선생님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아요”라는 말로 내가 지내온 삼 년의 시간을 가슴 벅차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직장과 대학원을 다니며 심신이 지쳐있던 그녀는 많이 힘들어했고, 체력을 기르겠다고 들어온 요가 수업은 조금 남은 힘까지 다 빼는 것 같다고 늘 요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던 그녀였습니다. 그 선택은 그녀의 ‘몫’이였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닫아주고 나왔습니다. 그녀는 아마도 매트 위에 누워 쉬던 때도 있었고, 눈물 쏟으며 자신을 다독였던 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 중 다수는 

성공을 목전에 두고도 모른 채 포기한 이들이다.

           -토마스 A에디슨-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이제는 대학원도 졸업하고, 퇴근과 동시에 구두를 신고 뛰어옵니다. 삶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 잡다한 일에 번호를 먹이며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우선순위는 요가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늘 자기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요가가 잘 선택한 길일까! 고민 한번쯤은 해보셨으리라 여깁니다. 겪어보거나 경험하지 못 한 이들은 뭐가 그리 좋아 요가를 일로 삼고 살아가냐고 묻습니다. 이걸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꿈에서도 요가를 한다하면, 제가 얼마나 요가를 좋아하는지 조금 느낌이 올까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만나고 그 결정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진행 방향은 달라지곤 합니다. 요가도 그 선택 중에 한가지이겠지요. 지금 매트에 서있는 분들은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확신을 가지세요. 그리고 할 수 있다는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신념과 함께 본인을 믿으세요. 꾸준히 하시다보면 건강과 유연함 말고도 삶이 달라집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매트에 서서 만 번 깊은 호흡과 함께 요가를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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