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인 임신 중에도 태교를 위해서 좋은 음악, 좋은 책, 좋은 문화 공연 등을 찾는 부모들이 많으실 겁니다. 언어발달 과학자들은 만 3살 때까지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3살 때까지 아이가 부모에게 듣는 단어의 개수와 추후 아이의 언어 능력이 큰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졌지요. 미국의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3000만 개의 듣는 단어량의 차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애기가 겨우 몇 마디 하기 시작하는 그 시기에 듣는 단어 개수가 아이의 언어 지능 발달에 가장 중요하다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꽤나 놀라운 일입니다.
지난 글에는 인공지능 시대에 언어 교육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는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언어 교육을 시켰는지 공유해보려 합니다.
집에서부터 시작한 조기 영어 교육
저는 아이들에게 모국어인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함께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는 일찍이 외국어 교육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서 저의 아이들만큼은 글로벌한 시대에 준비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컸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모국어는 한국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많이 노출이 되기 때문에, 집에서는 영어를 특별히 더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언어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거부감 없이 일상에서 물이 흐르듯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던 중, 우선 같이 놀아 주는 시간 안에 아이에게 자극이 될 만한 시도를 많이 해보았습니다.
직접 만든 알파벳 그림 카드를 이용하여 놀이를 하고, 집 안에 있는 여러 물건에 영어 이름 카드를 붙여놓아 매일 생활 속에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컴퓨터를 활용해 CD로 된 영어 게임이나 간단한 학습물을 가지고 놀게 하였습니다.
평소 아이들이 같이 볼 수 있는 디즈니 만화 비디오를 많이 틀어 주었는데, 한국말로 더빙된 것이 아닌 원어 원본으로 된 것에 영어 자막이 함께 나오는 것으로 구매했습니다. 디즈니 만화는 내용 면에서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뿐만 아니라,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교훈적이라 마음에 들어 항상 새로운 것들이 출시될 때마다 구입하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자주 반복해서 틀어주니깐 작은 아들은 영어 공부를 하나도 해보기도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대사를 아예 통째로 술술 외워 말을 하고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참 무의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자연을 체험하기 위해 꽤나 자주 다니던 가족 여행을 나서면, 우리 가족은 차 안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영어 단어 말하기, 영어 알파벳 끝말잇기 같은 게임을 하거나 큰 아들이 좋아했던 역사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했습니다. 가끔 같이 다니던 제 여동생 (이모)는 여행하면서도 그렇게 학습적인 게임을 해야 하냐고 대단하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하고는 했습니다.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무언가 좋은 영향을 주려고 노력했구나 싶어 웃음이 절로 지어집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일일이 만들어서 같이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출판사에서 책 편집을 하는 일을 하다가, 출산과 함께 전업주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육아만큼은 제대로 하여야 하겠다고 제 나름의 욕심과 열정이 아주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둘째 아들의 경우는 큰 아들과 5살 차이가 나고 동성이기 때문에 육아하는 것이 조금은 수월했습니다. 작은 아이는 형과 같이 놀면서 이것저것 따라 하며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만 따라서 영어 대사를 외워보자고~ "To Infinity and beyond!"
운 좋게 가게 된 호주 유학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시기는 운 좋게 기회가 되어 온 가족이 호주에서 2년 정도 거주하였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큰 아들은 10살, 작은 아들은 5살이었는데 새로운 언어를 머릿속에 안착시키기에는 아주 적절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주로 사람들은 외국어를 습득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은 모국어를 쓰고 읽는 것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3~4학년 때라고 합니다. 이 말에 의하면 큰 아들에게는 최상의 조건이었고, 작은 아들은 아직 한국말을 어눌하게 했으니 조금은 애매한 시기였기에 조금은 걱정이 들었습니다.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타국 생활을 시작하고는 6개월 정도 지나서 프리스쿨 (preschool)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생김새의 아이들과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수업을 듣는 것에 적응하는 게 어떨지 몰라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도 그런 상황이 두렵고 위축될 텐데,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아이가 이제껏 알지 못하는 세계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무서울까 싶었습니다. 다행히도 한두 달쯤 학교를 다니자 작은 아들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그런대로 적응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혀 영어로 표현을 하지 않고 그저 눈치껏 수업을 따르기만 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여러 달이 지나던 와중,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순간 작은 아들이 말문이 트여 영어를 제법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자기 나름의 코드로 머릿속에서 주변 상황을 받아들이고 조합을 하며 배웠던 모양입니다. 몇 달이 지나서야 결과물을 표출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의 언어 교육이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아이가 얼마나 지금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몇몇 부모들은 중간에 혼자 지쳐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끈기 있게 아이가 최대한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과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언어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납니다.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다보면 어느 순간 뿜어내는 에너지가 대단할 것 입니다.
귀국 후
2년 간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각각 초등학교 5학년, 1학년이 된 아들들은 다시 초등학교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 유치원 생활을 하지 않은 작은 아들은 처음에 간단한 단어 뜻도 영어와 헷갈려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점차적으로 적응을 잘했습니다.
그렇게 귀국을 하고 나서도 아이들의 영어 실력 유지를 위해 나름 노력을 많이 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호주에서 알던 한 교수님은 돌아가서 영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읽기에 집중하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읽기는 기본적인 문장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며 말하기와 쓰기의 감각 역시 잃지 않도록 해 준다고 하셨습니다. 문법을 강조하는 한국의 영어 교육 방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 조언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수업 과정과 더불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동화를 많이 읽을 수 있도록 수준 별로 잘 나와있던 옥스퍼드 (Oxford) 나 맥그로우힐 (Mac Graw Hill) 출판사의 책을 주로 구매하여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추후에는 두 아들 모두 영어를 주로 쓰는 고등학교/대학교를 진학하며 모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실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언어라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단순히 문장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 사회적인 문화나 사고를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한 현재 시대에 아무리 자동번역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직접 여러 언어를 습득하면 하고자 하는 일에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더 큰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세상에 임해갈 수 있습니다.
부모의 뒷받침과 노력이 아이들이 보다 넓은 세상에 나아가 자신들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매거진은 브런치 작가 pj의 가족들이 함께 발행하는 가족 프로젝트입니다. 화자는 pj의 어머니로, 가족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풀어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