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j Sep 02. 2019

간단한 게임 만들기로 시작했던 코딩 공부

초등학생 아이는 어떻게 프로그래밍에 빠지게 되었을까

이 글이 속해있던 브런치 북  <AI 시대, 우리 아이 교육은?>을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https://wikibook.co.kr/aiedu/



6살부터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한 큰 아들은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이 됐습니다. 당시 아이 아빠의 대학원 유학 때문에 2년 동안 온 가족이 호주에서 2년을 생활하고 막 한국에 다시 돌아와 정착하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호주에 대한 글은 다음에!)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을 보내고 큰 아들은 다시 취미였던 컴퓨터에 대해 더 배워보고 싶다고 하여, 집 주변에 있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2002년 당시에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수업이 딱히 없어서 한 선생님이 거의 개인과외처럼 지도를 해주셨습니다.


컴퓨터 활용능력시험에 비주얼 베이식 (Visual Basic)이라는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가 쓰이는데, 따로 교육 과정이 없어서 일단은 프로그래밍 언어 기초를 배우고 자격증 시험에 나오는 것들부터 가르쳐주셨다고 합니다. 엑셀 스프레드시트 같은 곳에 들어가는 매크로를 쓰는 수준의 코딩이었다고 하는데, 아마 자동으로 수식을 계산해주고, 수치를 입력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짜는 정도의 수준으로 기억합니다.


12살이었던 큰 아들은 이게 너무 재밌다면서 몇 달 안에 이것저것 해보더니 자격증 시험 문제 말고, 비주얼 베이식 언어로 간단한 게임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뭐 대단한 게임은 아니었지요. 우리가 잘 아는 카드 게임인 블랙잭이나 간단하게 창 안에 박스들이 움직이는 아케이드 게임 같은걸 만들어서 보여주기도 했답니다. 자기가 뜻하던 데로 무언가 움직이는 걸 보니깐 너무나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더군요.


이런 종류의 게임으로 기억합니다. 출처: codeproject.com/Articles/23510/Basics-of-a-Falling-Blocks-Game-in-VB-NET-2005


당시에 그 강사 선생님은 대학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컴퓨터를 활용하여 사업 구상도 하던 그런 의욕적인 청년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강사 일을 하고 있었을 텐데,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을 위해 없던 교육 과정을 준비해주고, 같이 게임도 만들면서 놀아준 그 선생님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멘토가 되어주는 사람과의 코드가 잘 맞을 때 그 효과는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아들은 억지로 공부를 하러 학원에 가는 게 아니라, 선생님과 놀러 간다는 마음으로 몇 년 간 다녔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멘토가 되어주는 사람과의 코드가 잘 맞을 때 그 효과는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체계적인 공부의 시작, 정보올림피아드

그러던 와중에 컴퓨터 ‘정보 올림피아드 (KOI: Korea Olympiad in informatics)’에 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정보 올림피아드는 한국 정보화 진흥원에서 개최하는 대회로,  초중고등학생들이 지역 예선을 거쳐, 동상 이상 수상자는 전국 대회를 출전하는 꽤나 규모 있는 대회였습니다. 이 대회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하여 해결해하는데, 참가자들은 4~5시간 동안 몇 가지 문제들을 수학적인 사고 능력과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꽤나 수준 높은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 능력이 요구되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에는 딱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대회에 참가하였는데, 어째 어째 지역 예선을 통과하고 전국 대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이렇게 많은 초등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았나 싶을 정도로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과는 한 문제를 풀고 장려상, 아들의 기억 속에 그 한 문제는 바둑판의 형태를 보고 오목인지 아닌지 출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장려상을 받고 아이도 저도 사기가 높아져, 중학교 때는 제대로 준비시켜서 나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원을 통해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거주하던 일산 주변에서 적당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서울까지 학원을 보낸다는 것은 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찾아보던 중 일산 안에서 아주 적당한 학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래밍 교육에 뜻이 깊으셨던 원장님이 아주 조그마한 공간이나마 마련하여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운 좋게 이렇게 알게 된 학원에서 우선 아들은 사고력과 관련된 수학을 배우기 위해 이산수학 알고리즘이라는 과목을 배웠으며, 프로그래밍의 기본이 되는 C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방과 후 활동으로 약 2년 간 준비했었는데, 야속하게도 중학교 때는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과학고등학고를 가기 위한 열기가 대단했는데, 꽤나 많은 수학/과학 영재들이 올림피아드에 뛰어들기 시작할 때라 예선 조차 통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꾸준히 공부를 지속하였고 몇 년 후 고등학교 진학 후 혼자 준비를 하여 전국 대회 동상까지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대학교에 진학하고도 그 당시에 공부했던 기초가 컴퓨터 공학 수업을 듣는데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니 뭐든지 언젠가 쓸모가 있다는 말이 맞는 듯싶습니다.


올림피아드 대회 사진 출처: www.cc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926


당시에는 4~5시간 동안 주어진 문제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인내를 요구한다는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적지 않은 노력을 어린 아들이 해야 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였다. 정말 부모가 억지로 시키고, 아이 본인이 열정이 없으면 누구도 쉽게 할 수 있는 과정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주변의 학부모들에게서 “내 아이는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 “내 아이에게 물어보니 하고 싶은 것이나 관심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라는 말을 하며 어떻게 방향을 잡아주어야 할지 걱정이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다행히 저는 큰 아들이 어릴 적부터 컴퓨터 하는 것을 좋아하고 더욱 깊이 있게 알려고 의지를 미리 알아챘고, 그 분야의 흥미와 능력을 발전시켜주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행운이라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아들이 프로그래밍(코딩)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일반화되지 않았던 상황이라 학원도 거의 찾을 수 없었고, 학교 수업 과정에는 전혀 도입되지 않았던 시기였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중학교육과정에 코딩 교육이 도입되었다고 하고, 올해인 2019년부터는 코딩 수업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학교에만 의지하지 않고 좀 더 효과적이고 재밌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건 아무래도 직접 무언가 만들어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에 잠깐 언급했듯이 큰 아들은 게임이든 학교 홈페이지든 계속 프로젝트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면서 재밌게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왔던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는 저희 아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하면서 프로그래밍 능력을 길러왔는지 써보려 합니다. 그리고 어떤 언어로 프로그래밍에 입문을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정리해 공유하려 합니다.



**이 매거진은 브런치 작가 pj의 가족들이 함께 발행하는 가족 프로젝트입니다. 화자는 pj의 어머니로, 가족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풀어낼 예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동차와 공룡을 좋아하던 6살 아이가 컴퓨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