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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이 Jul 03. 2015

#2 중국인의 이름은...

랑랑에게 중국이란...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만은 가끔씩 중국으로 날아가는 랑랑이, 오늘도 어김없이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과 마음껏 채팅을 즐기고 있죠. 랑랑이의 베프 중 한 명이 오는 8월에 아기를 낳게 되는데, 오늘 채팅을 하다가 갑자기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에요.  바로 아직까지 이름을 짓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오랜만에 안 쓰던 중국어 뇌 기능을 발휘하여 예쁜 이름을 지어준다고 엄청 애를 썼다는 것 아니에요^^

네 이름이 뭐~니?^^

작명, 즉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죠.  한번 지어진 이름은 평생 그 사람을 따라가니 말이죠. 뭐 물론 가끔 개명을 하는 친구도 없지 않아 있지만, 어쨌든 개명이라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잖아요. 중국에서는 보통 이름을 지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온 집안에 유식한 가족들을 다 모아서 함께 고민을 하죠. 혹은 일부러 돈을 들여 작명소에 가는 경우도 많아요. 물론 랑랑이는 미래의 아기 이름을 남에게 맡기고 싶진 않지만... ㅋㅋㅋ


중국에서는 이름을 지을 때 한자의 뜻을 엄청 많이 따지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름 지을 때 한자 사전을 많이 참고로 하죠.  한때 유명했던 중국 개그 프로에도 이런 코너가 있었죠. 곧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짓기 위해 젊은 아빠와 엄마가 무작위로 한자 사전에서 임의로 글자를 골라서 조합하는 방법으로 이름을 짓는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그렸는데요, 그래서 정말 배꼽 잡는 이상한 이름이 나오기도 했죠. 그 후 랑랑이도 친구들과 함께 장난삼아 예명을 짓는답시고 사전을 펼쳐서, 서로 이름을 지어줬죠. X 페이지, 오른쪽/왼쪽 라인에서 위로/아래로 X 번째 글자, 막 이러면서 말이에요. 정말 재미있었는데... ㅋㅋㅋ


한국에서도  한자 뜻을 보고 이름을 많이 지었다고 하죠.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거의 모두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적을 줄 아는 것 같아요, 물론 간체(简体)가 아닌 번체(繁体)로 말이죠.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작명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한국 이름 중 딱 들어도 아, 이건 여자 이름이구나, 혹은 남자 이름이구나 하면서 바로 명확한 성별을 알 수 있는 이름이 있죠. 예를 들어 철수(남), 용훈(남), 영희(여) , 유정(여)...중국도 마찬가지에요. 여성적인 이름, 혹은 남성적인 이름이 있고, 또 약간 중성적인 이름도, 즉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한 글자로 지어진 이름도 있죠. 예를 들어 란(兰) -여, 화(花)-여, 철(哲)- 남, 호(浩)...


중국 이름 중 정말 특이한 부분이 있는데요, 바로 같은 글자를 반복해서 이름에 넣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어 란란(兰兰), 영영(盈盈), 명명(明明)처럼 말이에요.  이 중 랑랑이의 이름이 있답니다, 맞춰보실래요? ㅋㅋㅋ 80년대 초반에 이런 식의 이름을 많이 지었던 것 같아요. 한국 분들은 이런 이름을 들으면 많이 신기해하더라고요. 일단 부르기 편하고 심플하고 기억하기도 쉽잖아요 ㅋㅋㅋ


그런데 요새는 분위기 많이 바뀐 듯해요. 주위 친구들의 아기 이름을 들으면 무슨 로맨스 드라마에 나올 법한 주인공 이름이 수두룩하더라고요. (발음대로 적음) 이눠(依诺), 뤄시(若曦), 시위안(熙媛) 。。。요즘 이름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더라고요.(랑랑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하나. 어려운 글자를 쓴다. 다는 아니지만 가끔 정말 복잡한 글자를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뭔가 좀 더 유식해 보이는 느낌이랄까?


둘. 발음이 독특하면서 예뻐야 한다. 이건 정말 어렵지 않나...?!


셋. 깊은 뜻이 있어야 한다.


曦 자를 한번 예를 들어볼까요? 일단 한눈에 봐도 어려워 보이는 한자죠, 거기에 발음도 예쁘고, 아침햇살이라는 좋은 의미까지 들어있는 한자라 여자아이의 이름에 많이 쓴다죠. 보통 드라마나 연예인들을 보면 참 예쁘게 지은 이름 들이 많아요. 최근 중국 대륙을 들썩이게 했던 인기 드라마 "하이생소묵"의 극 중 남/여주인공의 이름, 아직 기억하시나요?(여) 默笙, (남) 以琛 ...남자 이름보다 랑랑이는 여자 이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默笙이란 이름은 "재별강교"란 시에 나온 한 구절에서 뽑은 두 글자죠.

悄悄是离别的笙箫,

沉默是今晚的康桥

고요함은 이별을 알리는 생황과 퉁소요,

오늘 밤 케임브리지는, 침묵이어라.

침묵의 생황이라,


악기로 쓰이는 생황인데 어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걸까...드라마를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순정파 남주는 7년 동안 묵묵히 여주인공을 기다렸죠. 즉 7년 동안 묵묵히 서로를 사랑하고 기다렸던 걸 암시하는 이름이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 해피 엔딩으로 끝난 두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결정체, 바로 귀여운 딸 -何照인데요. 이 이름 또한 깊은 뜻이 내포되어 있었죠. 照는 비추다란 뜻인데요, 즉 남주한테 딸은 햇살과 같은 존재란 뜻이겠죠.


재미있죠...

이렇게 보니 중국어 이름을 잘 지으려면 정말 박식해야 할 것 같네요...곧 태어날 친구의 귀여운 딸을 위해 한참 동안 고심 끝에 생각해낸 이름을 공유해 드릴까요?

짜잔!!

懿薰

이거 쓰려면 글자 획이 너무 많아서 한참 걸리겠네...ㅋㅋ

懿: 아름답다란 뜻.(여인에게 많이 쓰임)

薰: 향기란 뜻.

발음은 이쉰, 너무 예쁘지 않나요?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여인으로 곱게 자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랑랑이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랑랑이가 봤을 때도 너무 완벽한 이름인 것 같네요... ㅋㅋㅋ(자화자찬)


이 이름을 친구에게 보여주니, 바로 돌아온 대답 :

헐, 처음 보는 글자인데(첫 번째 글자)...!! 이런 글자는 어디서 찾았니? ㅋㅋㅋ

懿 자는 중국인들도 잘 모르는 글자이긴 하죠...

나중에 남자친구 고를 때 이름으로 테스트를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네요.

이름을 보자마자 읽어낼 수 있다면 1단계 합격, 읽어내지 못하면 탈락...

좋은 아이디어 같지 않아요? ㅋㅋㅋ(농담)

중국어를 배우고 계시는 분들도 자신의 중국어 이름을 한번 지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독특하고 예쁜 이름으로 말이에요^^

널 처음부터 다시 알고 싶어, 너의 이름부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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