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군이 Apr 15. 2024

망고가 우리 방에도 왔다!!

우리 침대니? 망고 침대니?

난 고양이의 특성을 전혀 몰랐으니 그냥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남편은 워낙 이것저것 알아보기 좋아하던 터라 예전부터 고양이의 기본적인 특성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망고가 우리 집에 온 첫날 소파 밑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걸 보고 무척이나 걱정을 했다고 했다. 집사들과 거리를 유지한 채 사는 고양이들도 많다고 해서...


하지만 우리 망고는 다행히도 우리가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을 틈타 집안을 파악했고 쫄보 기질은 다분했으나 아직 겁 없는 유아기였다.


망고는 제일 먼저 아이의 방을 탐색하며 아이의 발 밑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아이 옆에서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어느 날 남편과 나는 불을 끄고 폰을 들여다보며 우리 방에는 왜 망고가 오지 않는지 서운한 마음에 이야기 나누고 있었는데  남편이 순간!


"왔다!"


"뭐?"


"망고 왔다고! 지금 내 발 쪽에 있어~!" 라길래 폰의 손전등기능을 켜서 봤더니 후다닥 도망가는 녀석... 근데  그 행동을 몇 번이나 하는 건지... 남편은 아무래도 망고가 놀아달라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일어나 거실로 나가 졸린 눈을 비벼대며 망고와 사냥놀이를  했다.





모닝알람이 울리기 전...

남편은 왼쪽에 있었는데 오른쪽에서 뭔가 열기가 느껴졌다. 힘겹게 눈을 떠보니 망고가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얏!"


"왜 무슨 일이야?"


"아니~ 망고가 나 바로 옆에 있어서 놀랬어~!"


"으응~ 그래 음냐음냐~"


남편은 그렇게 다시 잠들고 나도 잠들려는데 망고가 쓰윽 더 가까이 와서 비벼댄다. 앗~! 망고의 따스한 온기에 나도 모르게 또다시 졸린 눈을 비벼대며 일어나 쓰담쓰담해 주니 망고는 골골골~응답했다.  그 모습이 너무 이쁘니 일어날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일어나서 블라인드를 올려서 창밖을 볼 수 있게 해 줬고 물도 갈아주며 아침식사도 주었다.




"멍군아~ 근데 망고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주면 안 된대. 그럼 계속 그렇게 해줘야 한데."(남편은 나에게 멍군이라 부르고 난 남편을 장군이라 부른다.^^;;)


"그럼 어떻게 해? 망고가 날 부르는데??"


"그건 네가 반응해 주니 망고가 눈치챈 거지..."


그러고 보니 처음엔 아이방에서 자더니 어느샌가 아침이 될랑 말랑하면  망고는 신기하게도 내 옆에서 내게 눈치를 주는 듯했다.


"아~ 뭐야~ 그럼 자기 요구 들어주는 사람한테 가 있었던 거야? 깔깔~"




"난 이제 쉽사리 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어! 내가 외동아이도 외동처럼 안 키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망고 너도  이제 규칙적인 생활도 하고 기다릴 줄도 알고 좀 그래보자~" 라며 망고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다음날 아침,

또다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지만 난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온 신경이 망고에게 쏠렸지만 끝까지 자는 척을 했더니 갑자기 이불 안에 있어 보이지도 않을 내 발가락을 깨물어댔다!  


'으윽~ 으윽  안돼!! 반응해주지 말자! 참어~ 참어!!!'


내가 무심결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린 건지 아니면 망고가 옆에서 레이저를 쐈는데도 내가 일어나지 않자 내 발가락을 깨문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난 알람소리에 맞춰 기상한 척 일어났고 망고를 쓰담쓰담해 준 후 블라인드를 열어주고 내 볼일을 보러 화장실로 향했다.


오가면서 슬쩍 밥그릇을 보니 습식, 건식 사료를 거의 다 먹은 상태라 배고플 수 있단 생각이 들어 마음이 급했지만 내 아침 루틴대로 일단 할 일을 마치고 식기를 세척 후 사료를 주니 날 한 번 쓰윽 쳐다본 후 먹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낮엔 주로 잠을 자고 밤엔 놀며 신나 하던 망고가 어느새 우리와 하루일과가 비슷해졌는지 우리가 거실에서 놀다가 불을 끄고 안방으로 들어가면 어느새 망고도 쓰윽 들어와 발 밑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가끔은 본인만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 캄캄한 거실에서 신나게 더 놀거나 학생이라 공부도 할 법하지만 공부대신 게임만 주구장창하는 형 방에서 같이 게임을 즐기다 잠을 청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내 발을 깨물거나 몸에 마구 올라가지 않고 알람이 울리고 내가 일어나면 그제야 다가와 하루일과를 같이 시작했다. 물론 굳이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아침 화장실 일과도 같이 한다... (부담스럽게 바닥에 앉아서 날 쳐다본다.) 물론 일과가 좀 길어지면 잠시 나갔다가 다시 와서는 한숨짓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또 쳐다본다. (그만 싸고 빨리 아침밥 달라고 시위하는 건가?^^;;;)



근데 진짜...  아이 어릴 때... 생각이 자꾸 나고...

그냥 아이 하나 더 키우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망고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점점 우리 침대에서 자는 것도 자연스럽고...  

집을 돌아다니는 것도 상당히 자연스럽다...^^



이제 다 니 세상인 거니?^^

이전 06화 고양이 예방접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