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멍군이 Apr 01. 2024

형아, 망고도 공부할래요.

우리가 할 일을 못한다~!! 책임져라 망고야~!!

구조자분께선 망고를 자주 만지면서 익숙해지게 하라고 하셨지만 아이는 그러면 망고는 싫어할 거라며 본인은 시간을 두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내가 망고를 만지려고 할 때마다 고양이를 잡는 것도 아닌데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다.


'아니~ 엄마, 아빠를 저렇게 신경 써보지~'라며 잠시 청개구리 심보가 튀어 올라왔지만 각자 성향에 맞게 고양이와 친해져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남편은 유튜브로 고양이 공부를 시작했다. 그전부터 이것저것 알아보기 좋아하던 사람이라 그러려니 하긴 하지만 툭하면 고양이 공부해야 한다며 유튜브를 틀고 제대로 듣지 않는 나를 타박했다. 난 유튜브 안 본다고... 흥~


그리고 이것저것 망고가 좋아할 만한 장난감과 고양이 육아에 필요한 물품들을 샀다. 막상 애 키울 땐 애는 어려 모른다고 안 사던 사람이 고양이 물건은 어찌나 질러대던지... 아이조차도 망고는 아직 어린데 아빠는 너무 많이 산다며 타박을 했다.


중딩 아이는 고양이에 대해 공부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선 소리소문 없이 알아보고 세심히 연구(?)하는 녀석이라 무턱대고 고양이를 대하는 것 같진 않았다.


3살 때부터 모아 100대도 넘는 토미카(미니 자동차)조차도 누가 사줬는지 일일이 기억하고 소중히 대하고 있어  그런 건 남편을 닮아 그런지 꼼꼼하고 세심한 것 같아 사실 고양이를 키우겠다 마음먹은 것도 아이가 잘 케어해 줄 거란 믿음이 있어서였다. 물론 지금 부모한테는 망나니 사춘기 아들이지만...^^;;;        


문제는 나인데...  나는 고양이의 '고'자도 모르는 초초초 무식자였기에 일단 구조자분들께서 알려주시는 걸 최우선으로 따랐다. 사실 그분들이 고양이를 그렇게 많이 키우시는지도 몰랐고 동네 고양이들 케어까지 살뜰하게 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안 따를 수 없는 신뢰감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직접 눈으로 보거나 행동하는 게 맘 편한... 온라인보단 오프라인적인 사람이라 일단 망고랑 부딪치며 겪어보기!


고양이를 그렇게도 무서워하던 나는 망고가 빨리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과 나도 고양이에 대한 무서움을 떨치고자 망고를 강제로라도 안고 있었기에 그런 내 모습을 남편은 신기해했다. 남편도 시도했지만 망고가 거부했으니.^^;


그래도 남편이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으면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망고가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가더니 어느 때부턴가 모래로 들어가 청소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


고양이는 덩치 큰 사람은 무서워한다고 해서 처음엔 우리 가족이 거의 기어 다닐 정도였는데 남편이 쭈그려 앉아 청소하는 모습은 만만해 보였는지 망고가 신나게 장난쳤고 그 모습을 보니 차차 적응해 가는 것 같았다.


나는 계속 스킨십을 시도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망고가 포기한 듯 잠시 안겨있기도 했지만 이내 내 품에서  탈출을 하고 나를 피해 멀리 돌아다녔다. 아침에 밥 챙겨주며 나는 너에게 좋은 사람이란 걸 어필하니 가까이 오긴 했는데 망고의 기분에  따라 자신의 몸을 쓰다듬으라고 내어주기도 하고 손 저리 치우라고 성질부리기도 하는 뭐 그런 사이? 였다.



아이는 끝까지 망고를 기다렸다.


맨날 방에서 신나게 게임을 하던 아이는 소파에 앉아 게임을 했고 망고는 그런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점점 조금씩 가까워지더니 어느새인가 둘이 코를 비벼대고 이불 덮고 같이 잠을 자기도 하고 아이가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면 망고가 책상 밑에서 놀고 있기도 했다.


"엄마~ 엄마~ 이거 봐~"


어느 날 아이가 거실에서 다급하게 불러 나가 보니 망고가 아이 다리에 앉아 같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이거 봐~ 기다려주니까 알아서 다가오잖아~"


한껏 들뜬 아이가 으쓱해하며 자신에게 마음을 내어준 망고를 기특해했다.



망고와 같이 보낸 시간으로 따지면 나도 뒤처지지 않아 부럽기도 했지만 망고가 아이에게 눈치껏 먼저 마음을 표현해 준 것이 고마웠다.  


다음 날 망고랑 둘이 집에 있을 때


 "우리 집에서 지금 제일 까탈스러운 녀석이 형아인데 망고야 잘했어. 넌 뭘 좀 아는 것 같아~"라며 한껏 쓰다듬어주며 사료를 많이 주었다. ^^


망고는 아이의 마음을 쏙 훔쳐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 사춘기 호르몬의 영향인지 집에서만 아주 난리부르스를 추던 녀석이 망고 덕분에  조금은 순한 양이 되어 집에 오자마자 망고가 너무 이쁘다며  한참을 비벼대며 있었다.



그동안 놀다가 3월부터 다니게 된 수학학원에서 매일 숙제가 있는데 방에서 잠시 꼼지락대던 녀석이 슬그머니 나와 거실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 엄마~ 내 방에서 수학숙제 다른 것 좀 갖다 줘~"


"네가 갖다 해~"


"엄마~ 망고가 내 다리에 앉아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


안방에서 빨래를 개다가 거실로 나가보니 숙제를 하는 건지 망고랑 노는 건지 알 수 없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숙제를 갖다 주었더니 어느새 망고도 공부가 하고 싶은지 샤프를 들려고 낑낑댔다.


으흐흐... 그 모습이 귀여워 아이도, 나도 한참을 멍~~ 하니 웃으며 쳐다보았다.


망고랑 둘이 있으면 그나마 망고가 내게도 그렁그렁 소리를 내고  물음표 꼬리를 하면서 좀 친한 척을 해주니 며칠 전에도 알바 가려고 소파에 앉아 망고를 안고 나갔다 온다고 인사하며 쓰다듬고 있다가 그 품이 너무 따뜻해서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 다행히 지각은 면했지만 둘만 남겨져 있는 시간이 간혹 있다 보니 망고의 매력에 빠져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망고야~! 너 누가  그렇게 귀여우래~!! 너 때문에 우리 할 일 못한다~!! 책임져~!!!"




 

이전 04화 우왕좌왕 초보 집사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