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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군이 Mar 25. 2024

우왕좌왕 초보 집사들

너희들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망고(고양이 이름)를 키울 수 있도록 구조자 분들께서 이것저것 초기 물품들(?)을 챙겨주셨는데 일단 사료는 앞으로도 매일 먹어야 하니 인터넷으로 더 주문해 뒀다. 그래도 함께 살 가족이 생기는 것이니 뭔가 더 준비를 하고 키워야 할 것 같은데 고양이는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 일단 주신 물품들 감사히 받고 잘 키우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아직 얘기라서 놀잇감도 끈이나 솜공 같은 것이 필요하다며 챙겨주셨음에도 뭐든지 행동을 통해 직접 알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고양이의 세계에 대해 궁금했다. 이럴 땐 반백살이나 먹었지만 아직도 호기심이 왕성한 남편과 짝짜꿍이 잘 맞았다.


물론 구조자분들께서 궁금한 것이 있을 땐 언제든지 물어봐도 된다고 하셨고 필요한 물건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되는데 불필요한 것도 많으니 되도록 물어보고 구입하라고 하셨다. 근데 뭐 내가 고양이에 대해 전혀 모르니 일단 눈으로라도 봐야 했다.


망고가 우리 집에 온 그날 저녁...

아이에게 망고를 맡겨두고 남편과 나는 고양이 용품점을 찾아보려고 집을 나섰다. 이 동네에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던  고양이 물건을 알아보려고 하니 새삼 동네가 낯설었다.


검색기를 돌려보니 무인운영 중인 애완용품 매장이 있었다.


"일단 가보자!!!"


야밤에 둘이 신나게 걸어서 매장에 도착! 쭈뼛대며 들어갔는데 남편이 강아지 장난감 앞에서 신기하다고 감탄사를 남발하며 구경한다.


"거긴 강아지잖아! 일루 와 여기가 고양이야!!"


"어? 그래?? 고양이가 아니었어??"


"여기가 고양이 용품코너인 것 같은데 별로 없어... 거의 다 강아지 용품이네... 아! 다이소에도 뭔가 있을 것 같아 거기도 가보자!!"


그렇게 또 신나게 다이소를 찾아갔는데... 우리 동네 다이소는... 말만 다이소... 신기하게도 갈 때마다 찾는 물건이 항상 없다... 스크래처라는 것이 하나 있긴 했는데 뭔가 다양한 물건을 구경하고 싶었던 거라 결국 털레털레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백수생활 중인 부부이니 다음 날부터는 차를 끌고 이케아, 그다음 날은 더 먼 동네, 그다음 날은 다른 지역, 또 그다음 날은 코스트코까지... 매일 고양이 용품을 구경하고 필요한 것을 사보겠다고 돌아다녔다. 같은 물건이라도 매장마다 가격이 달랐으며 확실히 인터넷 세일 기간을 노리는 것이 득템이긴 했으나 삼, 사천 원하는 것은 바로 사줘야 제맛이니... 그렇게 망고 물품은 하나, 둘 늘어갔다.


때마침 킨텍스에서 열린 펫박람회도 금요일 첫날 오픈런~! 을 하게 되었다.


생전 이런 것 해본 적도 없었는데 고양이 키운다고 오픈런을 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일찍 왔다고 기념선물도 받고 고양이 모래도 받았다. 대부분 강아지 용품이 많았지만 틈틈이 껴있는 고양이 용품을 찾는 묘미가 있었다.


망고 주려고 고민하다 장난감을 사고 그 옆에 놀이바구니?? 같은 것이 있길래 구경을 하니까 고양이가 몇 살이냐고 물으셨다. 이제 3개월 되어 간다고 하니 우리가 구입한 장난감들은 나중에 갖고 놀게 하고 지금은 어리다면서 망고에게 맞는 장난감을 덤으로 더 주셨다.  


물론 초보 집사이고 뭐든 사주고 싶은 부모이기도 하고 고양이 용품은 처음이라 사실 눈이 뒤집어 진건 맞았다.

 

그렇게 망고 물건을 계속 보러 다니는데 갑자기 울컥거렸다.


"오빠~ 호야 아기 때는 예쁜 옷도, 신발도, 장난감도 많이 사주지 못했는데... 망고 사주려니까 호야 어렸을 때 못 사준게 마음에 걸려..."


아이들 가르치던 일을 하면서 어릴 때 너무 좋은 옷이나 많은 신발들이 필요 없단 걸 잘 알았다. 그래서 아이 옷을 사게 되면 2단계 정도 사이즈 업해서 사줬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어 3살 때 초록색 패딩을 사서 팔을 두 번 접어  입혔는데 그 옷을 6살 때까지 입었다. 그나마 신발은 동생들이 사준 한, 두 개로 작아질 때까지 신겼고 외출복도 동생들이 사준 것이 대부분이었다.


유모차도 친정엄마가 복지관바자회에서 5만 원 주고 사 오신 것에 태우고 다녔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 한창 스토케라는 유모차가 유행이었고 양가에 하나뿐인 귀한 손주였기에 하나 사줄 만했을 텐데도 그런 건 사치라 여겼다. 너무 비싸기도 했고…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가끔 그때 예쁜  옷이나 신발 등등 많이 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울컥거리면 아이가


"어차피 그땐 사줘도 어려서 기억도 못해. 그러니까 속상해하지 마. 지금 게임 현질하게 돈 주면 돼!~ 깔깔깔"


라고 했어도 괜스레 신경 쓰였는데 하필 망고물건 사려다 보니 아이 어렸을 때 많이 못 사준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어느새 남편도 그런 내 마음 같았는지 아이 어릴 때 물건 사러 다니는 것 같다며 들뜨면서도 이미 커버린 아이와 빠르게 흘러가 버린 시간에 대해 아련함이 느껴졌다.


'그래! 지금이라도 두 녀석에게 더 잘해주면 되지!'

  

중학생 아이 한 명에 꼬꼬마 망고까지 생겼으니 더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

감사하게도 망고가 우리 집에 2월 28일에 왔는데 다음 날 2건의 알바가 내게 생겼다. 배워보고 싶었던 일, 해보고 싶었던 일 등을 당장 3월부터 출근하게 되어 망고와 함께하는 시간은 줄지만 나보단 남편이랑 망고가 있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으니...


남편이 쉬고 있어 경제적으로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이 있었기에 망고 입양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다. 평상시처럼 남편은 회사 가고, 아이는 학교 가고 나 혼자 망고랑 있었으면... 아무리 아기라도 무서웠을 것 같은데 때마침 남편이 쉬고 있었기에 망고를 입양하기에는 적당한 시기였던 것 같다.


"사람 육아도, 고양이 육아도 어렵지만 아빠랑 엄마가 더 열심히! 즐겁게 너희와 살아볼게. 너희들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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