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연남동 셰어하우스에 이사 오던 날, 짐을 옮겨주고 떠난 부모님을 뒤로하고 당과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들렀던 곳에서 나는 마음의 여유와 안정까지도 찾을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하는 장소였지만, 익숙한 기분이 들어 친근했고, 사장님의 웃음과 커피에서는 장인 정신까지 느껴졌다.
아. 여기는 진짜 많은 고민과 정성 그리고 열정이 만들어낸 공간이구나.
그 이후에는 종종 공간을 마시러 들렀고, 연남동에 놀러 온 친구들에게도 이 장소를 소개 안 하고는 못 배길 정도로 애착을 갖게 되었다. 쿠폰으로만 벌써 6잔은 마신 것 같은데, 올해가 가기 전에 한 장은 더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밤이 되니 차가운 잔에 담긴 따뜻한 커피처럼 우니쿠스가 빛이 나고 있다. Photo (c) 2019. 샤인.
열정이 갸륵하여 쿠폰을 또 모으게 된다면 분명 아이스 아인슈페너를 주문할 것 같다. 진한 커피와 크림 위에 유자 향이 살짝 드리워져 있는데, 올드 페션드 위에 얹혀진 오렌지 필의 향기처럼,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아인슈페너에 씨트론 계열의 산뜻한 향을 추가해줘서 몹시 꽉 찬 맛이 난다. 크림도 엄청나다. 우니쿠스에 가면 티라미슈도 꼭 같이 주문해서 먹게 되는데, 이 집은 참 크림을 잘한다. 적당히 쫀쫀하면서도 절대로 과하지 않다. 커피는 다소 산미가 있는 편으로 크림 사이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정도로 볼드하다.
카페 디자인은 조화롭다. 첫 방문에는 천장의 한옥과 같은 서까래에 반했다. 그런데 그 부분뿐만 아니라, 통 원목을 잘라 만든 높은 Bar 테이블도, 조금씩 다른 스타일의 의자들도, 또 번쩍번쩍 빛나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도 톤이 일정하게 어우러진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이 거울처럼 깨끗하다는 것이다. 시멘트 부분이 노출되어있는 곳도 있고, 이전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벽도 있다.
서까래가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또 좋아했던 부분은 소리였던 것 같다. 째지하고 적당히 비트감이 있으나 잔잔한 음악이 깔리는데 마치 이 집의 메뉴와 같이 과하지 않고 적당하다. 그에 마치 응해주듯이 사람들의 수다 데시벨도 대부분 낮은 편이다. 이런 철학이 반영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설거지도 살살하신다.
선라이즈 에이드 3잔과 아인슈페너
결론은, 커피 맛있다. 분위기 좋다. 그리고 매력이 넘친다. 연남동에 온다면 방문할 곳이 아니라, 이곳만을 방문하러 연남동에 오는 것도 감히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