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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Nov 17. 2019

논리적 귀결

명제 논리 #8

어떤 문장 φ가 다른 문장들의 집합 Γ의 귀결consequence이라는 말은 곧 문장 집합 Γ에 속한 모든 문장들이 참이 되는 모든 해석 아래에서 φ가 참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좀 어렵죠? 논리학 교실에 온 걸 환영한다, 게임을 시작하지.

논리학을 열심히 익히면 좋은 귀결이 있을 것이야

가령 문장 집합 Γ이 문장 q와 q→p를 원소로 갖는다고 생각해보죠. 이 문장들이 모두 참이 되는 해석은 어떤 것일까요?

문장 집합 Γ에 속한 모든 문장을 참으로 보는 해석은 하나밖에 없군요.

문장 p와 문장 q가 모두 참이라고 해석할 때 집합 Γ에 속한 모든 문장이 참이 되네요. 그리고 이 해석 아래에서 문장 p는 참이죠? 따라서 문장 p는 문장 집합 Γ의 귀결입니다. 혹은 문장 집합 Γ가 문장 p를 함축imply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기호로 나타낼 땐 Γ⊨p와 같이 쓰고요.

문장 φ가 문장 집합 Γ의 귀결이라면(=문장 집합 Γ가 문장 φ를 함축한다면) 집합 Γ의 원소 문장과 문장 φ를 각각 전제와 결론으로 삼는 논증은 타당할 겁니다. 전제가 참일 때 결론도 반드시 참이 될 테니까요.

q
q→p
∴ p

이 논증은 실제로 타당하죠.


조금 더 복잡한 논증을 살펴볼까요?


[연습 1] 딜레마 논증dillemma argument

하거나 하지 않는다
하면 했다고 지랄이다
안 하면 안 했다고 지랄이다
∴ 지랄이다

이 논증은 타당한 논증일까요? 그러자면 전제가 모두 참일 때 결론이 거짓일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럼 이들 전제를 원소로 갖는 문장 집합 Γ가 결론을 함축하는지 보면 되겠네요. 전제를 모두 참으로 보는 해석 하에서 결론도 참이 되는지 드러날 테니까요

이 논증을 기호로 나타내

p∨q
p→r
q→r
∴ r

이렇게 쓸 수 있을 겁니다. 해석을 한번 해볼까요?

문장 집합 Γ에 속한 문장들이 모두 참이 되는 해석은 3개 존재하네요. 그리고 이들 해석 아래에서 문장 r은 참이 됩니다. 따라서 문장 r은 문장 집합 Γ의 귀결이죠. 문장 집합 Γ이 문장 r을 함축한다고 말해도 될 것이고요. 이로써 위 딜레마 논증이 타당하다는 건 확인되었네요.

[연습 2] 조건문 삼단논증conditional syllogism

내가 할 수 있으면 너도 할 수 있다
네가 할 수 있으면 모두가 할 수 있다
∴ 내가 할 수 있으면 모두가 할 수 있다

이 논증도 타당한지 살펴볼까요? 먼저

p→q
q→r
∴ p→r

이렇게 기호화해놓고 해석을 해보죠.

전제로 제시된 두 문장을 문장 집합 Γ의 원소로 본다면 집합 Γ는 p→r을 함축하는군요. 위 논증도 타당한 게 맞아요.


타당하지 않은 논증도 한번 짚어봅시다.

명탐정 코난이 나서지 않으면 범인이 나타난다
범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누군가가 죽을 것이다
∴ 명탐정 코난이 나서면 누군가 죽을 것이다
얘만 나서면 사람이 죽는다는 결론은 참인 것 같은데?

위 논증은

~p→q
~q∨r
∴ p→r

이렇게 기호화할 수 있겠죠.

아, 이 논증은 부당하군요. 전제들을 모두 참으로 만드는 해석 중 결론이 참이 되지 않는 해석이 1개 있으니까요.

조건문 ~p→q와 선언문 ~q∨r를 원소로 갖는 문장 집합은 조건문 p→r를 함축하지 않습니다. 거꾸로 조건문 p→r은 이 문장 집합의 귀결이 아니고요.


그런데 문장 집합 Γ의 원소를 모두 참으로 만들어주는 해석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이럴 땐 Γ로부터 아무 문장이나 귀결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Γ는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문장을 함축해요.

문장 φ가 문장 집합 Γ의 귀결이라는 건 곧 Γ의 모든 원소 문장이 참이 되는 해석 아래에서 φ 역시 참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애초에 Γ의 원소 모두를 참으로 만들어주는 해석이 0개라면? 문장 φ를 참으로 만드는 해석도 0개만 있으면 됩니다. 없어도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φ는 설사 그 진리값이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Γ의 귀결일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그 어떤 해석 아래에서도 문장 집합 Γ의 원소가 모두 참이 될 수 없을 땐 이들 문장을 전제로 삼는 논증은 결론이 무엇이 되든 항상 타당합니다.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논증이 타당하다는 건 전제가 모두 참일 때 결론이 거짓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애초에 전제를 모두 참으로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논증도 타당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남자다
소크라테스는 남자가 아니다
∴ 논리학을 공부해야 한다
실화입니다. 타당한 논증, 맞습니다.

물론 이게 좋은 논증이란 건 아닙니다. 일단 전제와 결론 사이에 연관성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전제에 대한 해석과 결론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독립적이어서 서로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렇죠. 논리학자들은 이런 측면에 집중해서 이 논증이 어딘가 부족하다고 짚어냅니다. 그렇지만 이 논증이 타당하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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