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람 냄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배 Jan 17. 2022

익숙함이 익숙하지 않은.

월요일 새벽 출근길의 상념

아침에 일어나 살짝 고민에 빠졌다. 월요일은 공식적으로 내가 차를 쓸 수 있는 날이다. 운전해서 가면 시간도 절약되고, 퇴근해서도 일찍 집에 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하철에서 작성하는 매일 글쓰기와 5,000보에 달하는 걷기를 포기해야 한다.


오늘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발걸음이 차로 향했다. 조금 늦게 나와서인지 이미 거리에는 차가 가득 들어섰고, 라디오를 켜고 밝은 목소리로 아침을 깨우는 DJ의 기운을 받아 천천히 나아갔다.


빨간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하는 중 주변을 돌아보았다. 앙상한 가지, 옷 겼을 여미는 사람, 어슴푸레한 불빛들까지.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익숙함이 익숙하지 않은.


지난주 탓인지도 모르겠다. 연초 인사 발령이 마무리되었다. 나야 아직 이동할 때가 아니니 편한 마음이다 싶었는데, 발령 문 안에 놓인 이름을 바라보며 기분이 묘했다. 이번에 떠나게 된  아쉬운 사람, 와서 함께 근무하게 된 반가운 사람까지. 이때마다 마음은 출렁이는 파도 위에 작은 배 같다.  중 행사 같은 일임에도 매번 낯선 것은 왜인지.


내 이름이 네모난 박스 안에 채워질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 시간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남은 기간 어떻게 마무리할지도 숙제였다. 그간 지내면서 겪었던 여러 일도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때 뒤에서 빵 하는 경적이 울렸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어서 갈 길 가라는 의미였다.


액셀을 밟으며 새벽의 검은 장막을 나아가면서도 잡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소와 행복의 삼사분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