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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Oct 07. 2020

홍콩 국제학교의 온라인 러닝

우리 교실은 좁은 아파트 한 구석

[코로나 시대, 지금 우리 아이의 학교, 유치원은 어떤가요?]
지금 이 순간, 코로나 시대의 교육에 대해 '기록'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2020년의 아이들은 각 국가별로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있을까요?
해외 특파원들이 각 국가에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한 유치원, 학교 교육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방법론적 논의를 넘어 아이들 간 경험의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권리, 역할을 보장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는 어떤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요?
앞으로 소개할 해외 특파원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며칠 전의 일입니다. 저희 아이가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어 가는 날이었어요. 그 날은 반의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tall/short, bright/dark 등 선생님이 몇 가지 예를 들고서 학생들에게 또 다른 단어가 뭐가 있을지 물었습니다. 어떤 친구가 손을 들더니 “mute and unmute”라고 말하자, 화면에 비친 친구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노트에 받아 적더군요. 너무나 당연해진 이 한 쌍의 단어. 온라인 교육 시대의 어린이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어겠죠.

Zoom의 mute/unmute 버튼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러닝. 홍콩의 국제 학교들은 어떻게 제공하고 있을까요?


"코로나 속 홍콩 풍경"이라는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홍콩은 중국과 접해 있다 보니 한국이나 여타 국가들보다 조금 일찍 코로나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1월 말부터 6월 경까지 쭉 휴교를 했고요. 학교를 다시 열자마자 다시 여름방학이 되어서 올해는 거의 학교를 가지 못하다시피 했지요. 휴교 중에도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학교 측에서도 이런 경험이 전무하고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인지 '하루 한 번 선생님과 짧은 영상통화,' 그리고 '자율적 숙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진행되었어요.


하지만 이번은 달랐습니다. 7월에 3차 유행이 심하게 불어닥치며 가을 학기 오프라인 개학이 물 건너 가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휴교 중에도 비싼 수업료를 그대로 받는 바람에 국제학교들은 이미 학생들도 많이 잃고 원성도 자자하게 들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육부가 또 무기한 휴교를 결정한다 해도 온라인 교육만큼은 훌륭하게 제공해야만 하는 입장에 있었지요. 그래서인지 학제를 불문하고 이번 가을 학기를 다니는 국제 학교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잘 짜인 온라인 교육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새로운 하루

저희 아이는 학교에 있을 때와 '똑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곁에 선생님과 친구들은 없지만요. 아이의 학교는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두 분 계시고(영어 선생님과 중국어 선생님), 그 외 음악, 미술, 체육(P.E.), IT가 주 1회 진행되고 있어요. 특별 활동 반의 구성은 세 개 반 같은 나이대의 아이들을 묶어서 진행하는 것이 오프라인과 동일하지만, 담임 선생님의 수업은 그룹을 나누어 영어/중국어가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한 번에 선생님이 20명 이상의 아이들과 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매일 30분 정도, 같은 반 학생들이 모두 모이는 클래스 미팅 시간을 가져서 서로 얼굴을 익힐 기회는 있습니다.


오전 8시 15분에 시작한 수업은 오후 3시경까지 잠깐씩의 휴식 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쭉 이어집니다. 심지어 쉬는 시간(recess)에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이나 놀이까지 체육 선생님이 녹화해서 올려 주고 계세요. 다른 학교들도 조금씩 다른 점은 있지만, 공통적인 점은 지난 학기보다는 훨씬 촘촘하게 교육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학교 측에서도 경험치가 쌓였을 뿐 아니라, 국제 학교 간 면밀한 의사소통을 해서 조율한다고 해요.


사용하는 플랫폼은 Google Meet 또는 Zoom으로 실시간 교육이 진행되고, 그 외 숙제나 커뮤니케이션은 Google ClassroomSeesaw Class를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수업과 자율적 숙제의 비율은 학교마다, 연령마다 다르지만, 저희 아이의 경우 실시간 수업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처음 해보는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에는 학교와 선생님들이 고심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 손을 많이 사용하게 한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학기 시작 전에 미리 배부하여, 수업 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가위로 오리든가 풀로 붙이는 활동을 함으로써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지 않게끔 합니다. 예를 들어 대륙의 이름을 배우는 시간에는 학기 시작 전 미리 배부한 클레이를 사용해서 모양을 빚어 스케치북에 붙이게끔 하셨지요.


신체 활동이 필수적인 체육의 경우 선생님이 가정에 흔히 있을 만한 물건으로 최대한 재미있게 이끌어 주십니다. 예를 들어 양말 다섯 켤레를 가지고 와서, 발만 이용해서 20초 안에 바닥에서 의자 위로 올려놓기 같은 게임을 시키기도 했어요.


| 참여를 유도하는 플랫폼 도입

채팅창뿐 아니라 백지에 아이들이 마우스로 각자 그림을 그려 이미지를 완성하게 한다든지, 숨은 그림 찾기 이미지를 공유하여 아이들이 그림을 찾고 마우스로 동그라미 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새로운 방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한 Autodraw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소개해서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고요.

Autodraw 플랫폼 (이미지: NewAtlas)

음악 수업도 이왕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된 것인 만큼, 여러 악기를 조합하여 소리를 만들 수 있는 웹사이트를 소개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소리를 접할 수 있게끔 했어요.


| 사전 녹화 영상보다는 실시간 대화를

대면교육에서는 때때로 교육용 영상을 잠깐 보기도 할 테지만, 온라인 교육에서만큼은 사전 녹화된 영상이나 교육용 제작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지양하고 실시간으로 선생님,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스크린을 보고 있지만 최대한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겠지요. 


| 온라인 에티켓 교육과 배려

학기가 시작할 때, 모든 수업에서 사전에 온라인 에티켓 교육을 진행했어요. 기본적으로 학생은 뮤트를 하고 선생님 지시를 들을 것, 발표를 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들고 허락을 받은 후 언뮤트를 할 것, 채팅창은 사용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었지요. 


뮤트를 한 채 스크린을 바라보는 건 안쓰럽지만, 그만큼 선생님들도 최대한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십니다. 수줍음이 많아서 새로운 환경에서 이야기하길 꺼리는 아이들도 스스로 손을 들지 않더라도 선생님이 공평하게 주시는 말할 기회를 부여받으니 다행이에요. 순서를 정해 시키기도 하지만, 화면에서 럭키 드로(lucky draw) 툴을 이용해서 랜덤하게 다음 순서를 정하기도 합니다. 화면에 자기 이름을 본 아이들은 재미있어하고요.


한편으로는 마이크를 켜고 자꾸 말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꾸짖거나 말을 막지 않고 너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어 고맙다고 말해 주십니다. 선생님들의 배려심이 빛나는 부분이지요.


| 오프라인 교육 대비

지난 학기에는 지역 감염 0명이 된 뒤에도 좀 더 기다린 뒤에야 개학을 결정했던 보수적인 교육부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학교를 닫아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듯합니다. 아직도 경로 불분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도 9월 말 개학을 논의하고 있거든요. 홍콩에서는 교육부가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어서, 모든 교육 기관은 일괄적으로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개학 여부를 따릅니다. 국제 학교의 경우 아주 조금의 융통성은 있지만, 교육부에게 개학 계획 및 방역 관련 세부 방침을 제출하고 허가를 맡아야 해요.

홍콩 내 모든 학교에 적용되는 교육부 가이드라인 (화면 캡쳐)


학교에서는 이번에 혹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즉시 2주간 학교를 닫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스턴싱을 유지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어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아요.

- 전 학생과 교직원의 마스크 필수 착용

- 정부에서 의무화한 건강 상태 서류 제출 및 매일 아침 가정에서 체온 측정하여 기록

- 원래 교실에서 먹던 점심은 강당에서 뚝뚝 떨어져서 시간대별로 나뉘어 먹도록 함

- 줄 서야 하는 경우 마스킹 테이프로 간격 유지

- 쉬는 시간 외출 금지

- 책상 가운데에 투명 판 설치

- 스쿨버스의 경우 창문을 열고, 학생 간 간격 유지

학교도 학생들도 경험치가 쌓여서인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팬데믹 초반보다는 훨씬 효과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정에 학교를 ctrl+c, ctrl+v 할 수 없는 이유

가정에서도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처음으로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모도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염병에 대한 걱정 없이 아이들이 학습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지요. 저희 아이는 원래 아주 일찍 스쿨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수업 직전까지 늦잠을 자고 핫도그를 물고 로그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조금 우습지만 솔직히 편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라도 학교를 다니면 '종일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시간표대로 학습이 이루어지고, 영상으로나마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 달 가까이 본격적인 온라인 러닝을 지켜보며,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학교라는 배움의 환경은 결코 복제할 수 없다.


| 학교라는 '사회' 

온라인으로 학습하며 가장 뼈저리게 느낀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학교의 가장 큰 기능이 학습이 아니라는 겁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과 '단체 생활'은 부모 없이도 아이가 한 사회의 구성으로 잘 성장하도록 도와주지요. 부모가 아닌 어른의 보호를 받으며 또래 집단과 함께 지내는 경험은 스크린을 바라보면서는 절대로 겪을 수 없습니다.


| 과도한 스크린 타임과 정서적 좌절감 

이토록 오랜 시간을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건강에 좋지 않지만, 그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아이들이 겪는 정서적 좌절감입니다. 얼마 전, 한창 아이의 온라인 수업 시간 중에 스크린 한쪽에서 어떤 아이가 '흑, 흑..' 하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가 보니 선생님의 지시를 듣고 종이접기를 하려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아 한 친구가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짓고 있었어요. 선생님이 괜찮다며 손에 닿지 않는 아이를 말로 위로하려 애쓰는 사이에, 어떤 아이는 컴퓨터를 닫고 나가 버리고, 다른 아이는 침대에 벌렁 누워 버리는 게 보였습니다.


비단 하루만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온라인 러닝은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들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겨 주고 있나 봐요. 며칠 걸러 한 번씩 우는 아이들이나 미팅 룸을 나가 버리는 아이들이 보이니까요. 실제로 CNN에서는 모니터 앞에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비접촉 방식의 교육이 갖는 한계를 지적했어요. 링크를 잘못 눌러 방을 잘못 찾아가거나 뮤트/언뮤트 설정을 바꾸는 정도는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며 나아지겠지만, 선생님과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배우는 것과 스크린이라는 매체를 한 단계 건너서 배우는 것이 같을 수 있을까요? 특히 손으로 만지며 배우는 어린아이들일수록 영상으로 진행되는 교육은 반쪽자리에 불과하겠지요.

CNN에서 보도한 온라인 러닝을 하며 울고 있는 어린이 사진 (이미지: CNN)


| 학습과 환경 격차, 그리고 중국어 격차

이 곳 홍콩은 집이 좁기로 유명하지요. 온라인 수업 시작 전에 학교 측에서는 '아이가 집중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아휴, 안 그래도 좁은 집에서 따로 공부하는 공간이라뇨. 저희 집은 아이가 하나니 아예 인터넷이 가장 빠른 거실을 내줬지만, 언뜻 보니 다른 집은 뒤에서 동생이 울고, 형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입니다.


사립인 국제학교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겠지요. 태블릿이나 컴퓨터를 빌려주고, 좋은 유료 플랫폼을 구매하여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격차는 단순히 재정적인, 공간적인 자원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가족처럼 집에 만다린을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 없는 경우, 아이의 중국어 학습은 따로 튜터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포기할 수밖에 없죠. 학교에 등교했다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되어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겠지만, 화면으로 보고 듣는 언어 학습은 아이의 역량이 애초부터 부족한 경우 효과가 더욱 적습니다.


| 교사에게 지워지는 과도한 부담

온라인 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힘든 건 아닙니다. 아니, 사실 가장 힘든 건 선생님들일 겁니다. 특히 교실 안에서 자율권을 쥐고 있던 교사들은 이제 학부모가 지켜보는 온라인 공간에서 수업을 해야 하고, 모든 아이들을 배려해야 하며, 불만이 나오면 잠재워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갖게 되었어요. 본인의 자녀들까지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교사의 개인적 삶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듯 온라인 교육의 틀 안에서는 교사의 수업 역량과 사생활까지 도마에 오르게 되어 버립니다. 화면으로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보살피고 학습 수준까지 체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안전하게 대면교육을 할 날을 기다리며

며칠 전,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을 그룹 별로 나누어 오프라인 오리엔테이션을 3시간 진행했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빛나는 조그만 얼굴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신이 나서 엄마, 아빠에게 자기의 언어로 재미있었다고 소리쳤고, 아이들을 배웅하는 선생님들도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집에 돌아와서 오후에 다시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아이는 풀이 팍 죽어서 하기 싫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들어 보니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해요. 직접 학교에 갔다 오니 온라인으로 하는 건 더더욱 재미가 없게 느껴졌겠지요. 한편으로는 마음이 많이 아프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대면 교육이 필요하다는 저의 느낌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온라인이 아닌 물리적인 공간이, 산수나 알파벳만이 아닌 그 무언가를 배울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단 걸요.


온라인 교육. 분명 팬데믹 시대의 피치 못할 선택이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차선의 방법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학부모에게, 교사에게, 무엇보다 어린이에게 진짜 학교는 온라인 공간에 있는 게 아닐 겁니다. 언제쯤이나 아이가 등교할 때 마음 졸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마스크를 벗고 등교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이 글을 쓴 뒤 얼마 후인 9월 말, 홍콩의 모든 초, 중, 고등학교들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은 학교 내 감염 소식이 없이 대면교육이 무난히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주 중추절(추석) 연휴가 지나며 슬금슬금 확진자 수가 올라가기 시작해서, 매일 마음 졸이며 등교시키고 있답니다.


코로나 이전과는 학교의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 같아 마음이 좀 쓰였습니다. 몇 달 전, 책에서 타임머신을 본 아이가 "엄마, 타임머신은 진짜 있어?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하길래 "왜?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데?"라고 물으니 "바이러스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그만큼 아이에게도 버거운 경험이 아닐까 싶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늘 학교에 다녀온 아이를 앉혀 놓고 조심스레 물었어요.

  

엄마: "학교에서 코로나 때문에 바뀐게 많잖아, 어떤게 바뀌었지?"
아이: "코로나가 심해서 학교 못다가 이제 갈 수 있어."
엄마: "그치. 근데 학교에서도 런치 먹는 곳도 바뀌고 마스크 쓰고 책상에 유리벽 생기고 그랬잖아."
아이: "응. "
엄마: "그 전이랑 지금이랑 바뀐게 네 생각엔 어때?"
아이: "난 둘다 똑같이 편한데?"
엄마: "... 아 그래? 그래도 마스크 종일 껴야해서 답답하진 않아?"
아이: "아니? 난 마스크 하루종일 껴도 괜찮은데?"


쿨내가 진동하는 아이의 대답. 안타까움에 부여잡던 손을 어색하게 내려놓으며,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의 세계를 재단할 순 없겠죠?  


*표지 이미지 출처: South China Morning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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