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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나 한 번 공부해볼까?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심리학(心理學, Psychology)이란 무엇인가?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마음의 이치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 곧 심리학이다. '저 사람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그녀가 나에게 그렇게 말한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왜 곧잘 저런 행동을 저지를까?' 등이 바로 심리학이 답하고자 하는 질문들이다. 물론 심리학은 대중심리학(pop psychology)이라는 명칭이 따로 존재할만큼, 세간의 인식과 실제 학문 내용 간의 괴리가 큰 학문이다. 때문에 심리학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심리학에 대해 큰 관심이 생겼다고 말을 건네 오는 이들이 있을 때 심리학 전공자들은 종종 당황한다. 그리고는 일단 신중해지라는 조언을 한다. 어떤 학문인지 이해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심리학의 세계에 뛰어들 것인지, 말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아, 심리학이 이런 학문이었구나…



  심리학에 대해 막연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심리학의 정체(?)를 알고 나서 탄식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것이 아님을 이내 깨닫고는 실망하며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실망이 과했던지, 돌아서게 된 이들 가운데 소수는 심리학에 대한 '안티'가 되고 만다. 심리학은 당연한 것, 뻔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둥, 막상 배워도 실생활에서 써먹을 곳이 없다는 둥, '나는 안 그런데?' 하며 심리학은 내 마음 하나조차도 못 맞춘다는 둥 여러 가지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게 된다면 심리학 전공자, 즉 심리학을 좋아해서 심리학 전공의 길을 선택했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온 이들 역시 그러한 반응들을 보며 실망하고, 위축된다. 그러한 생각들은 심리학에 대한 오해일 뿐이라고 설명해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편견과 오해만을 내비치니, 그들로서도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심리학은 무엇인가?



  결국 그렇다.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건, 심리학 전공자들이건 서로 간에 상처와 실망을 남기기 십상이다. 심리학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 입장에서야 그들이 막연히 원하던 것을 심리학으로부터 얻지 못했으니 아쉽다. 한편 심리학을 이미 공부하고 있던 이들 역시, 자신이 걷는 길을 사람들이 존중해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프다. 어느 학문, 어느 분야에서야 안 그렇겠냐만은, 심리학은 '심리학'이라는, 그 매력적인 이름 덕에 늘 원치 않는 오해와 편견들을 달고 다니니 심리학 전공자와 일반인들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멀고, 그만큼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 쉬운 듯하다.


  사실 나부터가 그랬다. 심리학이 어떤 것인지 조금도 알지 못한 채, 단지 '심리학'이라는 그 이름이 멋져서 심리학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뭘 배우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심리학과에 가고 싶다고 말하게 되었고, 어느새부터인가 내 미래는 심리학 전문가가 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지나치게 무모했던 일이다.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그 이름에만 끌려 내 인생을 오롯이 맡기려고 들었다니. 막상 선택했다가 실망은 실망대로 하고, 정작 실질적으로 건져온 것은 없어 후회하면 어쩌려고 심리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던가. 차라리 심리학 학사 학위에서 그치고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무엇을 원하는 바가 있어 심리학 대학원에까지 발을 들여놓게 되었던가.


  극도로 운이 좋았을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심리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고, 심리학에 대해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에는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으며 때로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생 주제에, 심리학 용어 몇 개쯤 배웠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어림짐작해보기도 했다. 더더욱 운이 좋았다고 느꼈던 것은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고 난 뒤, 심리학 연구 활동이 내 흥미와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다. 심리학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어, 심리학 논문을 주도적으로 찾아 읽고, 아이디어를 내 보고, 실험을 짜 보고, 결과를 분석해서 논문으로 세상에 내보낸다는 것이 그렇게도 보람 있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가끔씩 간담이 서늘하다. 그렇게 시간과 돈을 퍼부었지만, 결국 심리학이 내 길이 아니었다면 어찌 되었을 것인가?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뭐라도 좀 알아본 다음에야 심리학도의 길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하고 '아무 생각도 없이' 덜컥 심리학에 내 미래를 맡겨버렸던 것인지. 그래서 나는 장차 심리학도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드리곤 한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뛰어든다면 자칫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이미 심리학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이들에게도 상처와 실망을 남길 수 있다고 말이다. 나쁘지 않은 결과가 과정을 함부로 정당화할 수 없는 법이고, 따라서 나는 아무 준비 없이 무턱대고 심리학을 선택하고 말았던, 그 당시의 '성급함'을 후회한다고도 말한다.


  단지, 운에 의존하기에는 심리학도로의 길은 결코 가벼운 선택지가 아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에 대하여, 그리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나 자신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해 본 사람만이 더 길게 보고,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서로에게 상처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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