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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ma Yong Feb 13. 2018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 (3)

[스토리텔링]

*픽사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1)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2)




11. 글은 종이 위에 옮겨 놔야 고쳐 쓸 수 있다. 당신의 머릿속에만 담긴 완벽한 아이디어는 결국 아무도 보지 못하게 된다.  

Putting it on paper lets you start fixing it. If it stays in your head, a perfect idea, you'll never share it with anyone.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생각만 해놓고 머릿속에 묵히면서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거나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해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환상적인 이야기이어도 남들과 공유하지 못한다면 결국 존재하지 않는 콘텐츠가 됩니다. 아이디어란 결국 추상적인 것이라 글로 옮겨 놓고 봐야만 정리가 되고 고쳐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 그런 다음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쳐서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죠. 많은 창작자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필기를 할 노트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시작이 반'입니다. 키보드로 쓰기 시작한 제목 한 줄이 머릿속에 담긴 대서사시보다 훨씬 값집니다. 


 




12.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무시해라.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뻔한 아이디어는 집어치우고 스스로를 놀라게 할 발상을 찾자. 

Discount the 1st thing that comes to mind. And the 2nd, 3rd, 4th, 5th – get the obvious out of the way. Surprise yourself.


클리셰 Cliché - 영화나 예술작품에서 너무 많이 써서 진부한 표현이나 장치


우리는 어려서부터 많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만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광고를 보면서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랍니다. 특히 모바일 기기가 발달하면서 24시간 다양한 미디어가 외쳐 대는 수많은 이야기들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라는 상황이 닥치면 자동으로 B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클리셰를 저절로 학습하게 됩니다. 전쟁터의 군인이 동료에게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면 꼭 죽는다던가 괴한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는 차 시동이 안 걸리는 것, 그리고 주인공을 옆에서 도와주는 동료가 사실은 모든 음모를 꾸민 악당이었다 라는 진부한 반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재벌 2세, 불치병,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도 대중문화에 만연한 클리셰입니다. 


물론 클리셰들도 처음 쓰였을 때는 극 중 긴장감과 감동을 유발하는 효과적인 장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은 너무 많은 매체에서 반복되었기 때문에 관객에게는 쉽게 예측 가능한 빈약한 소재로 인식됩니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진부한 요소들을 걷어내야 다른 작품들보다 돋보이는 더욱 참신한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이번 팁은 어떻게 하면 클리셰를 극복하고 관객들을 놀라게 할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지 조언해줍니다. 





13. 캐릭터에게 스스로의 의견을 부여하자. 순종적이고 온순한 캐릭터가 호감이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관객들의 입장에선 독약과 같은 설정이다. 

Give your characters opinions. Passive/malleable might seem likable to you as you write, but it's poison to the audience.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자기주도적인 주인공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자 하는 인물이 이야기를 이끕니다. 제대로 만든 영화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열망도 목적도 없이 남들에게 끌려 다니기만 하는 순종적인 주인공은 없습니다 (만약에 찾아서 댓글로 달아주시면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설사 온순하고 순종적인 주인공이라고 해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신의 성격이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는 결말로 끝납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아빠 물고기 멀린은 두려움이 많고 모험을 싫어하는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니모가 납치를 당하자 미지의 바다로 모험을 나섭니다. 여러 친구를 만나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하게 됩니다. 니모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캐릭터로 나옵니다. 나약했던 니모지만 탈출을 위해 목숨을 건 도전을 거듭하면서 성장합니다. 영화 속 위기와 여정은 부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라따뚜이'에서 셰프가 되기를 꿈꾸는 주인공 레미는 쥐라는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게 됩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메리다는 공주라는 신분 때문에 정략결혼을 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마녀의 도움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야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려는 주인공에 의해 시작되며 그의 깨달음이 결말을 완성합니다.







14. 이 이야기를 꼭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 내면의 어떤 믿음이 이야기에 생명을 주는가. 그 믿음이 곧 이야기의 심장이다.

Why must you tell THIS story? What's the belief burning within you that your story feeds off of? That's the heart of it.


스토리텔링이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겁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말을 하고,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우리와 소통합니다. 이야기는 결국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수단입니다. 전래동화도 부모가 자녀에게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가르쳐주거나, 살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교육시키려는 목적에서 탄생했습니다. 픽사의 영화들도 교훈과 감동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벅스 라이프'는 아무리 작은 존재여도 그 안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는 응원을, '인사이드 아웃'은 슬픔과 아픔도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슴속에 품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겁니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나 경고를 주기 위해서 쓰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감동을 주기 위해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만드는 이야기가 왜 다른 이들에게 꼭 전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면 더욱 진정성 있는 창작을 할 수 있습니다. 






15. 자신이 창조한 등장인물이라고 상상하라.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작가가 진정성을 갖춰야 (영화 속) 믿지 못할 상황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다. 

If you were your character, in this situation, how would you feel? Honesty lends credibility to unbelievable situations.


영화와 소설은 결국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에게 관객이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실재한다는 믿음이 생겨야 합니다. 이런 믿음을 주려면 작가 스스로가 이야기에 대한 진정성을 갖춰야 하겠죠. 이야기에 흐름에 맞춰서만 내용을 채우거나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써 내려간다면 평면적이고 지루한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작가가 자신을 투영해 등장인물이 겪는 상황과 감정을 상상한다면 더욱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올 겁니다. 영화는 허구의 상상이지만 이를 보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실재하니까요.





16.  실패에는 어떤 대가가 따르는가? 등장인물을 응원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라. 성공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더욱 어렵고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라.

What are the stakes? Give us reason to root for the character. What happens if they don't succeed? Stack the odds against.


영미권 시나리오 작가들과 시나리오 강사들은 Stakes란 용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도박에 거는 담보 혹은 '실패에 따르는 대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는데요, 주인공이 견뎌내야 하는 실패에 따르는 대가가 크면 클수록 영화는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이를 영어로 High Stakes라 표현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쓰이는 'High Stakes'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실패  ->  자신(혹은 타인)의 죽음  (마이너리티 리포트,  본 아이덴티티, 테이큰, 캐스트 어웨이)
 실패  ->  세상의 종말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콘스탄틴, 터미네이터, 아마겟돈, 인디펜던스 데이) 


주인공의 실패가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수많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세상의 종말과 같은 끔찍한 결과를 부르게 된다면 관객들은 더욱 긴장하며 이야기에 몰입합니다. 그리고 악당에 맞서 싸우는 '착한'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더욱 응원하게 됩니다.


'벅스라이프'에서 주인공 플릭은 베짱이 군단의 위협으로부터 개미왕국의 백성들을 지켜줄 영웅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반대로 '실패의 대가'가 너무 작으면 흥미가 떨어집니다.  패배한 주인공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손바닥의 회초리 수준의 가벼운 벌칙으로 끝나는 결말은 영화라는 매체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런 시시한 장치로는 이야기 진행도 못하고 관객들의 관심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죽음이나 세상의 종말 같은 큰 사건을 이야기에 포함시키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런 설정은 피 터지는 액션 영화나 행성 간 전쟁을 치르는 SF영화에는 쉽게 나올 수 있지만 모든 장르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는 주인공의 실패에 죽음에 상응하는 대가를 설정합니다. 로맨스 영화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것은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줍니다. '500일의 썸머'에서 여자 친구와 헤어진 주인공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행복을 찾아서'의 윌 스미스가 연기한 크리스는 자신과 아들이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를 씁니다.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에게는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을 겁니다. '카'에서 라이트닝 매퀸이 승리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끝까지 지지 않으려고 혀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라이트닝 맥퀸. 승부에 대한 그의 집착은 영화의 주제를 위한 복선이 된다.




마지막 남은 팁들은 다음 글에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1)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2)

픽사에서 배우는 스토리텔링 팁(4) - 다음 글


출처 - Emma Coats @lawnrocket,  Pixar,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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