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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Jul 25. 2016

보이저호와 스토리텔링의 힘

기적의 연속이었던 '보이저' 1호와 2호를 보며 느낀 이야기

4년 전인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뉴욕으로 한 달간 여행을 떠났었다. 아무런 기약 없이 회사를 관두고 여행을 떠났던지라,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었는데. 그때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본 BBC 다큐가 있다. 워낙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본거였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다. 그 다큐를 보면서 여러 번 감동도 받았었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마케팅'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듬을 수 있었다. 우주 다큐를 보면서 마케팅에 대한 영감을 받을 줄이야. 누군가 나에게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묻는다면, 나는 보이저호와 보이저호의 황금 엘피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BBC 다큐 보이저호 완전 추천합니다!


2012년, 전 세계에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며 시끌벅적했다. BBC에서 만든 이 다큐는 보이저호를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지금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었다. 한 시간짜리 다큐였지만 여운이 오래 남았다. 4년이 흐른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까. 


1977년, NASA는 우주를 향해 무인 탐사선 두대, 보이저 1호와 2호를 발사했다. 보이저의 임무는 간단했다. 우리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를 탐사하는 것.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포함해 35년 넘게 우주로부터 수많은 자료와 사진들을 보내오며, 아직까지도 우주 너머로 항해 중인 보이저호.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사라 할 수 있는 보이저호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기적의 연속이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몇 번씩이나 가능하게 만들었다.


#보이저호를 가능하게 만든 수학 + 어른들의 믿음

당시에 보이저호를 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모두 거의 일직선에 서는 때를 발견한 것이다. 이론대로라면 하나의 탐사선으로 네 개의 행성을 탐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행성들이 나란히 서는 건 176년마다 있는 일로,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기회였다.


그 당시 지구에서 제일 빨랐던 슈퍼컴퓨터

나를 첫 번째로 놀라게 한건 저런 발견을 하기까지의 과정이다. 1960년대 초, 아직 컴퓨터가 일상화되기 전, UCLA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수학 문제를 풀려는 25살짜리 학생과 IBM 슈퍼컴퓨터가 있었다. 이 수학 문제는 300년 동안 풀지 못한 천문학적인 문제였는데, 학교는 이 학생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매일같이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고, 학생은 놀랍게도 반년만에 문제를 풀었다. 이 발견은 몇 년 후 보이저호의 궤도가 된다.


1970년대 말에 목성~해왕성이 일직선상에 서고, 이게 176년에 한 번 있는 일이라는 건 1965년도에 NASA JPL에 근무 중이던 인턴이 발견했다. 어떻게 보면 보이저호는 이 두 청년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들의 발견을 토대로 NASA는 분주히 움직였고, 지금 놓치면 사는 동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잡기 위해 나사 연구원들은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을 개발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학생에게 투자한 학교도 멋있었고, 이들의 말을 믿고 당시로선 불가능했던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며 바쁘게 움직인 NASA도 멋있었다. 만약 학교가 학생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인턴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면 보이저호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보이저호를 완성했지만, NASA는 돈이 부족했다. 태양계의 행성들을 탐사한다는 위대한 임무를 지녔음에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고, 안타깝게도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마지막 순간에 보이저호의 여정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스토리였다.


#Sounds of the Earth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다. 나는 칼 세이건이 천문학자인 동시에 위대한 철학자이자 타고난 마케터라고 생각한다.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던 시점에 칼 세이건은 한 가지 묘안을 내고, 이는 순식간에 보이저호를 NASA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으로 탈바꿈시킨다. 


칼 세이건 젊었을 때 모습 :)

칼 세이건과 NASA는 각 보이저호의 외관 벽 옆에 "Sounds of the Earth"['지구의 소리']라는 황금색 LP판과 레코드판 트는 방법을 동봉한다.


보이저 호의 황금 LP판 앞면과 뒷면

이 레코드판은 우리가 소개하고 보여주고 싶은 우리(지구와 인간)의 모습과 소리를 담고 있다. 투우와 같은 지구의 다양한 문화부터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학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등 일상적인 모습까지. 인간의 삶을 담은 사진들도 들어 있고, 전 세계 55개국의 언어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인사하는 목소리도 담았다. 파도와 바람,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도 담겨 있고 척 베리와 베토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도 담겨 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지구의 모습들은 어떤게 있을까 - 실제 동봉된 이미지들은 아님)

보이저 1호가 다음 별까지 닿는 데는 아마 4만 년 정도가 걸릴 거라고 한다. 만약 언젠가, 아주 먼 훗날에 누군가 우주를 떠도는 보이저호를 발견하게 된다면, 지구에서 있었던 노래와 사람들의 삶을 담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발견될 때쯤에도 우리가 존재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LP판에 담긴 지구의 단상은 영원했다. 보이저호의 황금색 LP판 이야기를 보며 나도 모르게 공감이 가고 많이 감동받았다. 당시 NASA의 발표를 들었던 사람들도 아마 나와 비슷한 감동을 느꼈겠지. 이 이야기는 대중과 보이저호 사이의 커넥션을 만들었고, 보이저호를 소수만이 공유하는 우주 임무가 아니라 인류의 이야기로 발전시켰다. 


칼 세이건은 이 금색 LP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직 우주여행을 하는 문명만이 이 우주선을 보고 음반을 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의 ‘바다’에 이 ‘병’을 띄워 보내는 것은 이 행성에게 무언가 희망적인 것이다.



세상에는 알고 보면 신비롭고 신기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어디론가 떠나고 보자던 당시의 나는 의도치 않게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서 어느 정도의 해답을 찾았었다. 

아직도 그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나에게 마케팅이란 건 이란 건 단순히 무언가를 알리는 일이라기보단 스토리 그 자체다. 그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성공적인 거겠지. 결국 삶의 모든 게 다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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