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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융 Aug 11. 2015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by Carl Sagan

우주

생각해보면  볼수록 경이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이 미지의 세계를

어렸을 때부터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한때는 별 보는 걸 좋아해서 천문학자를 꿈꾸기도 했어요.

천체망원경이 생각보다도 너무 비쌌고, 

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는 이유로 포기를 하고 말았지만요.


그래도 여전히 우주 이야기를 할 때나

우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신이 납니다.


작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Cosmos: A Spacetime Odyssey)>가 방영되었었죠.


전설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오리지널 다큐 <코스모스>를 30년 만에 리메이크한 버전으로

청소년 시절에 칼 세이건을 만나 천문학자의 꿈을 키운 닐 타이슨이 호스트를 맡았습니다.


저는 1화부터 마지막화인 13화까지 모두 보았는데요,

마지막 편을 볼 때 마지막이란 게 너무 아쉬우면서도 이보다 좋은 엔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

태양계의 행성들을 탐사하기 위해 NASA가 쏘아 올린 보이저 1호는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로, 더 이상 사진을 전송할 수 없게 되기 전

해왕성을 지날 때 마지막 사진으로 고개를 돌려 지구의 모습을 촬영합니다.


칼 세이건이 말하는 창백한 푸른 점.

이 사진 한 장으로 그는 아름답고 깊은

시간을 초월하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아주 과학적이지만

아주 시적이기도 하지요. 


칼 세이건의 목소리로 들어보세요.

여기가 우리의 보금 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우리가 확신하는 수천 개의 종교와 이념, 

경제체제, 모든 사냥꾼과 식량을 찾는 이들, 

모든 영웅과 겁쟁이, 운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부, 모든 사랑에 빠진 연인,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촉망받는 아이,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성인과 죄인이 

태양 빛 속에 떠 다니는 저 작은 먼지 위에서 살다 갔습니다. 


지구는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작은 부분의 지배자가 되려 한 탓에 흘렸던 

수 많은 피의 강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끝없이 저지르는 잔학행위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증오하는지도요.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이 거대함 속에 묻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 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세계를 방문할 순 있지만 정착은···아직 불가능하죠. 

좋든 싫든, 현재로선 우리가 머물 곳은  지구뿐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사람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는 말이 있죠.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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