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도 황희두 May 01. 2018

[황희두 에세이] 편의점 인간

그 누가 뭐라 할지라도,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이제 깨달았어요.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에요. 인간으로서는 비뚤어져 있어도, 먹고살 수 없어서 결국 길가에 쓰러져 죽어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내 모든 세포가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고요."


내가 좋아하는 어떤 소설, 아니 어떤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담긴 책의 결말.


나이가 들었지만 결혼도, 연애도, 취업도 안 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을 걱정하는 주위 사람들.

들의 비난과 잔소리를 뒤로한 채 주인공은 결국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편의점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며 주인공을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한다. 심지어는 사회의 쓸모없는 부품 취급까지 해가면 말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들에게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끝내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나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비아냥 속에서 살아왔기에.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간은 삭제되어갑니다. 사냥을 하지 않는 남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 현대사회니 개인주의니 하면서 무리에 소속되려 하지 않는 인간은 간섭받고 강요당하고, 최종적으로는 무리에서 추방당해요.(…)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을 규탄받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요."


격하게 공감주인공과 한 남성의 대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통념과도 무척 흡사하다.


본인의 꿈을 좇으며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나이가 들어서도 결혼을 안 하는 여성들, 학창 시 공부 이외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

우리 사회 속에서 이들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비정상인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혀 기죽을 필요 없다. 비정상은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를 보고 함부로 평가하는 주위 사람들이니 말이다.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


"오빠 편의점 음식 좀 그만 먹어. 그러다 훅 . 한 번 건강 잃으면 그렇게 아낀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병원에 내야 해"

 

 아끼겠다며 매 끼니를 편의점에서 때우는 나의 모습을 보며 친한 친구가 해준 조언.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나에게 책을 한 권 추천해주었다.


"편의점 인간이란 책이 있는데.. 오빠도 편의점을 좋아하니까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 꼭 한 번 읽어봐"


 가장 잘 는 친구였기에 뭔가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 나는 곧장 이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는 깨달았다. 단순히 편의점 음식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잠시나마 소신을 잃고 방황하는 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에 그녀가 나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었다는 사실을. 내가 이 책을 읽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다시 우뚝 서길을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과연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 속 주인공 처럼 소신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며 함부로 조언하는 타인 혹은 가의 시선에 얽매인 탓에 사회에 서서히 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친한 형이 고민이 하나 있다며 나에게 말했다.


"요새 인생이 너무 막막해. 뭐가 뭔지 모르겠어. 내가 뭘 잘하는지, 심지어 뭘 하고 싶조차.."


그 형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너무나 잘 살아오고 있었다. 오히려 소신이 너무 뚜렷해서 괜시리 걱정되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드는 생각.


어쩌면, 나이를 한 살씩 먹는 것도 가뜩이나 불안한데 주위 사람들의 조언이 그를 방황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탓에 스스로 믿고있던 소신을 서서히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

그 순간, 친한 친구가 추천해줬던 소설이 떠올랐고 형에게 그 책을 추천해주었다. 그녀가 나에게 그 책을 권해주며 다시 우뚝 서길 바랐듯이, 나도 그 형이 다시 우뚝 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득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서 작곡가 김이나 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가 국가의 숫자를 위해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으니까요, 선배님. 아이를 안 낳아도 왜 안 낳았냐고 질문을 받지 않는 사회가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대체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김흥국 씨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흥국 씨처럼, 소설 속 주위 사람들의 모습처럼 남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고 함부로 조언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소신을 밝힌 작곡가 김이나 씨의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


지금 나의 삶을 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오전부터 일을 하고, 저녁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매일 글을 쓰는 나의 삶. 심지어 누군가는 28살이란 나이에 아르바이트가 웬 말이냐며 걱정하사람들도 다. 하지만 나는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지금 이 삶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하니까.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끝까지 본인의 소신을 지키며, 오히려 주위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만들어버린 소설 속 주인공과 김이나 씨의 모습에 큰 용기를 얻었으니까.


나의 선택도, 후회도 전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것이 각자의 인생이기에 절대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심스레 책을 추천해준 그 친구처럼 스스로 생각하게 도와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누가 뭐라 할지라도,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황희두 에세이] 나의 봄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