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도 황희두 Apr 19. 2018

[황희두 에세이] 인생이 불안한 이들에게

지금 우리가 서있는 지점도 초,중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자.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일까.

요새 들어 부쩍 주위 사람들과 인생에 대많은 이야기를 누고 있. 대부분 어릴 적 꿈꾸던 삶과 너무나도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회의감이 들은 탓은 아닐까.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오래전 모 팟캐스트에서 인생에 대 토론하던 내용이 떠올랐다.


당시 인생에 대해

누군가는 계단처럼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것에 비유했고

원형으로 혹은 빗면처럼 조금씩 올라간다고 비유한 사람도 있었다.

그중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내용은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닛 오버로드가 미니맵을 서서히 밝혀가는 모습에 비유한 것이었다.


당시 청중들 미니맵을 밝혀간다는 비유에,

압도적공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로게이머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

지금 나의, 우리 모두의 인생도 까마득하고 안개가 자욱한 인생이란 맵을

오버로드처럼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밝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속 오버로드는 유유히 맵을 밝혀가며 다양한 장면을 목격한다.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광물과,

언제 나를 해할지 모르는 적 유닛들과,

때로는 나를 반겨주는 아군들과,

심지어 서로 피 튀기는 전쟁을 펼치고 있는 모습들까지.


어느 순간 무엇을 마주할지는 오버로드도, 플레이어도 알지 못한.

그렇다는 것은 모든 플레이어가 전부 똑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고,

결국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


가만 보면 사람마다 내리는 판단이 천차만별이다.

적군을 만나자마자 싸움을 걸어대는 과감한 사람도 있고,

행여나 적군을 만날까 봐 숨죽이며 조마조마 움직이는 나 같이 소극적인 사람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떤 스타일에도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떤 때는 과감한 사람이 기선을 제압해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기에 무모한 전투로 인한 패배도 다.

반대로 숨죽이며 조마조마했던 사람이 처음엔 기싸움에서 밀리는 듯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차분하게 대처하며 전투를 승리로 가져오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초중반까지 끝없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을 느낄 수 있다. 절대 매 순간마다 일희일비하지 말 것.


스타크래프트는 절대 한, 두 번의 전투로 경기가 끝나지 않는다.

물론 극초반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매 순간마다 결과가 다르다.

대부분 후반에 이르러야 결정적인 전투 한 방으로 승패갈리는데,

초중반까지는 수많은 전투가 피 터지는 싸움을 반복한다.


이처럼 게임을 인생에 비유하자면,

결국 인생도 최종 승자는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가 서있는 지점도 수많은 전투 중 하나, 즉 초중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오늘내일 세상을 떠날 것은 아니기에.


사실 인생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운 기억이 있다. 


우리 팀을 이끌어가던 에이스 선수가 있었다.

나와 대부분의 선수들은 포기하는 순간에도,

그 형은 악착같이 버텨내며 어떻게든 게임을 승리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저렇게까지 버티냐고 의아해했지만,

그는 매번 덤덤한 표정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며 역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매 순간마다 일희일비하던 나는,

그 형의 경기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포기하기 직전에도 다시 한번 생각하며 끝까지 버티는 엄청난 끈기.


그 형의 끈기는 현실 세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은퇴 후 게이머 시절 수년간 벌었던 수 억 원의 연봉을

알고 보니 어머니께서 전부 탕진하시고,

심지어 수 천만 원의 빚이 그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10대에 억대 연봉을 벌었던 화려한 순간에서

졸지에 사채업자들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서도 여전히 

특유의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지간한 멘탈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순간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덤덤했고 의연했다. 엄청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버텨내는 모습을 보며 오래전, 선수 시절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를 보며 나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인생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과 눈물 나도록 불안한 순간이 언제 나를 반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버텨내는 데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끈기라는 사실.


그렇기에 수많은 희비가 오가는 우리 인생 속에서

그때그때 행복과 슬픔에 너무 크게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다.


 순간의 행복도 절대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영원히 나를 괴롭힐 것만 같은 불행도 서서히 걷히기 마련이다.


안타까운 것은,

나 포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은 일시적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 알지만

불행이 일시적이란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만약 불행하다고 느낄지라도 절대 연연하지 않기. 나에게 영감을 준 우리 팀 형처럼 매 순간 끈기를 가지고 악착같이 버티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성숙해진 모습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아무리 주먹을 잘 피하는 복싱 선수라 할지라도 절대 모든 주먹을 피할 수 없듯이,

우리 인생도 닥쳐오는 모든 불행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니 오히려 이를 받아들이고,

덤덤하게 닥쳐오는 불행들을 견뎌내며 맷집을 기른다면

나도 모르게 서서히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 나는, 우리는 인생의 어디쯤 건너고 있는 것일까.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은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실패도, 불안도 안 겪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때로는 실패도 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우리 모두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이라는 의미는 아닐까.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단단해져가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매거진의 이전글 [황희두 에세이] 청춘, 잠시 쉬어갈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