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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모 Jun 13. 2015

다시 그 섬에서

Drawing Blue_Prologue

_Prologue


월요일 아침 6시, 서울.

공항 버스에 탑승한 승객 대부분은 달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이른 시각에 하루를 시작해 피곤할 만 했지만,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갈 곳 잃은 시선은 하릴없이 창가로 향했다. 이른 출근을 서두르는 졸린 눈동자들 몇몇이 지나갔고, 그들을 제외하면 거리는 대체로 고요한 편이었다. 짜증스러운 자동차의 경적 소리도 지금은 들리지 않았다.


서울의 하루라고 하기엔 한없이 한적한 풍경이었지만 반전을 남겨둔 스릴러 영화처럼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오늘이 꿈같은 주말을 지나 다시 맞은 월요일 아침 이었기에. 잠시 후 이 거리에 다시 밀어닥칠 일상의 파도를 떠올리니 갑자기 없던 멀미가 나는 것 같았다.


살다 보면 정말 피곤한 날이 있다. 그날 입은 옷을 대충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씻는 것도 대충 대충. 익숙한 베개 위에서 하루의 스위치를 내려 놓고, 꼼짝하지 않고 죽은 듯이 자야되는 날이 있다. 그래도 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건 분명 큰 일이다. 나에게도 이런 절박한 상황이 닥쳐올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섬으로 가야만 했다.


비행기는 활주로를 거칠게 달리기 시작했다.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새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자 아직 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서울의 회색빛 풍경이 발 밑으로 아득해졌다. 키 높은 서울의 빌딩이 손톱 크기만큼 작아졌다. 답답하게만 느껴지던 현실의 얼룩들도 순식간에 작은 점이 되어 버렸다.


큰 원을 그리며 선회하던 비행기가 마침내 그 시선을 남쪽으로 향했다.

이제 약 40분 후에 그 섬에 닿게 되리라.


제주로 가는 동안 남긴 한 장의 드로잉


회색 서울이 멀어지고,

푸른 제주가 다가왔다.

심장이 뛰었다.


제주의 돌담


_저의 아주 사적인 제주 여행 기록을

<드로잉 블루_Drawing Blue>라는 이름으로

여러분 앞에 펼쳐보일까 합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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