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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May 09. 2024

4. 엄마는 작가가 될라구?

수동 타자기의 사용은 쉬운 일아니었다. 


작동법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아주 잠깐의 딴생각으로 오타가 나면 고칠 수 없 때문이다.


그렇지만 손가락을 거쳐 한 글자 한 글자 바로 종이에 인쇄되는 과정은 정말 매력적이라 멈출 수가 없었다.


심각하게 재미있다.


어린 두 아이를 챙겨야 하는데 자꾸 타자기에 눈이 갔다.


영어로 내 글을 쓸 만큼의 실력은 전혀 안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던 책의 한 구절, 좋아하던 곡들의 가사를 찾아 시간 날 때마다 열심히 타이핑했다.



진득하게 오래 타이핑하고 싶어서 아이의 영어책을 펼쳐두고 타이핑하기도 했다





나의 타자기는 대문자와 소문자가 인쇄되는 위치가 달랐는데 타자기 사용자 모임 카페에 문의해 보니 타점 정렬을 해야 한다고 댓글이 달렸다. 타자기 사용자 모임 카페 회원님들은 굉장히 점잖고 나이스한 분들이라서 초보를 위해 자세하고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셨다.


타점 정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나는 그냥 두기로 했다. 들쑥날쑥한 인쇄 결과물이 꽤 맘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보라색 타자기가 갖고 싶었던 마음은 타자기 리본(잉크)을 보라색으로 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좋아하는 문장이 들쑥날쑥한 보라색 글씨들로 뒤바뀌어 나만의 것으로 소장되는 과정이 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했다.





둘째가 곤히 잠들면,

첫째가 동생과 잘 놀고 있으면 나는 타자기를 쳤다.


타자기라는 처음 보는 물건이 오고 엄마가 자꾸자꾸 타자기를 치자 아이는 신기해했다.


엄마는 타자기 왜 치는 거야?
엄마는 나중에 작가 될라구?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의 글을 타이핑하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나의 글을 타자기로 인쇄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한글 타자기를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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