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인 몸을 넘어 기능적인 몸을 말하는데 나는 기능적인 몸에도 열등감이 있다.
내 몸은 충분히 튼튼하지 않아. 강하지 않아, 체력이 좋지 않아, 빠르지 않아. 배움이 느려.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이 답답한 감옥 같았다.
가끔 속에서 무언가 솟구치고 울렁거린다. 이건 마음의 문제일까 몸의 문제일까.
알 순 없지만 다른 감각으로 밀어내고 싶어 음식을 잔뜩 밀어 넣었다.
허기와 더부룩함이 끝없이 반복적으로 교차한다.
그래도 울렁거림이 멈추지 않으면 가끔 머리를 내리치고, 벽에 머리를 박았다. 불쾌함을 토해내고 싶어 헛구역질했다. 마음과 몸이 딱 달라붙어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불쾌한 심장박동과 호흡, 머릿속 어지러움 3중주를 다른 감각이 밀어내길 바랐다. 그것이 통증이라도.
별일 아닌데도 깜짝깜짝 놀라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긴장하는 나약함이 몸으로 표출된다.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숨도 잘 쉬지 못하는 부끄러운 모습이다.
이런 스스로를 싫어하는 나에게 상담 선생님은 “본인의 솔직한 면들을 다 안 좋아하네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 한 번도 내가 솔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내 과호흡의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있는 그대로 나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답답하고 부끄러운 몸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솔직하고 정직한 몸이다. 나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섬세한 몸이다.
“저 과호흡은 괜찮을까요?”
“호흡은 몸이 버티는 일이에요. 몸이 버티다 보면, 지나가기도 해요.
그럼에도 ‘버티는 몸’
숨도 잘 쉬지 못하는 열등한 몸, 아주 작은 감옥 같은 몸은 어쩌면 도망가지도 못하고 오롯이 견뎌냈는지 모른다.
내 마음에 들게 충분히 아름답지도, 기능적으로 훌륭하지 않아 미워하고 답답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버티는 몸이 있다.
버텨내는 몸과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202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