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2~2023.09.13
쓰다 보니 두서없이 흘러가는 것만 같아 인터뷰라는 조금은 오글거리지만 확실한 틀이 있는 방법을 착안했습니다. 부디 양해 바랍니다(?)
모베러웍스에 대한 글을 이제야 쓰는 이유는?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모베러웍스를 알게 된 지는 엄청 오래됐다. 공익 시절에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깊게 했을 때, 모베러웍스는 그때 마주한 집단이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는 것도 대고 싶은 핑계 중 하나다. 하지만 조금 더 오래 보고 싶었고 많이 고민해보고 싶었다. 진짜 내 생각과 많이 닮아 있는 이상을 지닌 집단이 내는 임팩트가 세상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했다. 이제는 적당한 기본값이 생긴 집단이자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야 감히 적어본다.
본인에게 모베러웍스란?
사실 모베러웍스를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기 때문이고 그 관심이 왜 깊어졌는가 하면 2019년 LA 인턴쉽 기간을 들춰보면 된다.
내 집은 게스트 하우스였다. '응 근데 그게 왜?' 마땅히 반박할 수 있는 말은 없지만 그냥 내 집이 게스트 하우스였다는 것이 나에겐 충격이었다. 다시 말하면 가장 편안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어야 하는 집에 새로운 사람이 계속 들어온다는 것이다. 거실에 나가면 매번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헤어진다. 서운해 마라. 내일이면 또 다른 사람이 온다. (적응하는데 꽤 걸렸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예술대학교를 다니는 나에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릴 적 부모님이 읽어주던 동화책과 맞먹었다. 누구는 공장에 재고 관리를 하러 왔고 누구는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를 기획하러 또 누구는 그냥 열심히 놀러.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민 인터뷰를 하는 '유퀴즈 온 더 블록'이 왜 재밌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일상도 콘텐츠가 될 수 있구나'
말도 통하지 않는 머나만 타지에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이었다. 개인의 하루가 정말 다 다르고 그 하루들이 모여 일상이 되면 그 가치는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 그때 개인의 일상을 침범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자는 내 가치관이 더 강력해지며,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로 영향력을 전하고자 했던 나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이 내용은 나중에 한 번 다시 다루겠다)
아무튼 사람들의 일상을 만들어주는 브랜드가 처음으로 멋있어 보였다. 단순히 소비하는 소비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고민과 데이터로 만들어진 예술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 브랜드이자 집단이 모베러웍스였다.
그래서... 본인에게 모베러웍스란?
첫인상은 멋있었다.
그냥 멋있었다는 표현이 전부다. 브랜드 에이전시로서 당연히 배울 점도 많고 개개인의 퍼포먼스가 뛰어났다는 점을 넘어서 모두가 기획자라는 것이 멋있었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을 보면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디자이너는 포토샵 일러스트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닌 기획자를 뜻한다. 즉 기술의 앞과 뒤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베러웍스는 딱 그런 집단이었다. 재밌게 상상하고 멋지게 표현했다.
모베러웍스를 좋아하는군요?
이게 참 헷갈리는 게 좋아한다기보다 엄청난 응원을 하는 것 같다. 제발 살아남아 달라고.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달라고. 그래서 실제로 모베러웍스의 충성고객들을 살펴보면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다들 한 마음 한 뜻이라는 게 느껴진다.
특히 모베러웍스의 어떤 점이 좋던가요?
역시 메시지인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모베러웍스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인 모티비를 확인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 번 모베러웍스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메시지가 있었는데 '스몰 워크 빅머니'였다. 노동자들의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일도 돈도 모두 사랑하는 모베러웍스가 충분히 할 법한 메시지였지만 사실 나에겐 엄청 다가오는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에 현실 조언 시리즈에 '슈퍼블록' 회사를 창업한 김재윤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스몰 워크 빅머니를 정의하는 내용이 나왔다. 재밌었다.
이때 조금 존경스러웠다. 진심으로. 나도 리엔테와 The.A라는 내 회사를 만들어가며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지?' 지금까지의 정답은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해야 하는 일을 분리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콘텐츠 중심 회사이고 분리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들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부분이 스스로를 합리화한 것일 수 있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 우리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생존력을 더 높여준다고 판단해 그렇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모베러웍스는 '스몰 워크 빅머니'라는 정답을 내려놓고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었다. '스몰 워크 빅머니'를 문제로 삼지 않았다. 이게 진짜 엄청난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모춘 님의 말을 빌려 "아직도 우리가 해결 못한 메시지와 가치들이 있는데 스몰 워크 빅머니가 그 안에 속한다"라는 고백을 하긴 했다. 그런데 최소한 타협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타협했지만 말이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며 문제를 들여다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문제 자체를 비틀어 '사실 다른 게 문제였네'하는 전형적인 한국인들의 특성과 달랐다.
그리고 영상에서 김재윤 대표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최근에는 정리를 한 게 내가 무슨 일을 할 거냐를 정의할 때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일의 종류를 정하는 것보다는 어떤 임팩트를 만들지를 결정하는 게 더 맞는 거 같아요. 다 그렇잖아요 이거 A라는 일을 하고 싶어, 근데 막상 A를 하면 이게 일이 돼버리면 재미없잖아요. 내가 만들고 싶은 거 만들 땐 되게 재밌었는데 일이 되기 시작하면 재미없단 말이에요. 내가 이걸 통해서 뭘 할지가 명확하면 중간에 내가 할 것들이 오히려 명확해지는 거 같아요."
결론은?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람이 모여서, 사람을 위한 일들을 해내는 것들의 연속이라 이 일을 사랑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베러웍스가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콘텐츠 중 현실 조언 시리즈는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걸어가다 힘들고 어려울 때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저 듣는다.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참으로 다정해서 좋다. 조금 더 업무적으로는 나와 비슷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기획 집단이 조언을 구하고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의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덕분에 인스타 팔로잉만 늘게 된다.
아무튼, 처음 브랜딩 회사를 만들었을 때 정의했던 임팩트가 생각났다.
'브랜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우리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를 만든다'
이게 오늘의 나에게 모베러웍스의 '스몰 워크 빅머니'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