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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들리 Wadley Feb 08. 2024

lovely, sweetie!

잠깐 두근거리지 말고

호주에 온 다음날, 스쿨 슈즈를 사러 구두 가게에 갔다. 빨간색 염색 머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 점원 언니는 학교 신발 선반을 보여준다. 사이즈 7? 8? 몇 켤레를 내놓더니 아이가 신자마자,


Wow!

Lovely, Lovely 사랑스럽다

Beautiful, Beautiful! 아름답다

[러블리 뷰티풀]


연발한다. 잠깐, 뭐 이 아이가 내 눈에는 너무 예쁘지만 뭘 그렇게 사랑스럽고! 예쁘담! 그 특유의 영국식 강한 악센트로 듣는 러블리 뷰티풀은 몇 달이 지난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러블리! 뷰티풀! 표정은 정말 심각하고 구두를 보는 시선이 너무나 진지해서 그 러블리와 뷰티풀도 진심 귀에 꽂히고 말았다.


호주 학교 신발은 온통 검은색


맞다.

이 언니 장사 잘한다.


그렇게 절도 있는 자세와 집중하는 표정과 손님에게 몰입하는 이에게 비싸니 얼마니 물을 수가 없다. 마치 이 아이의 발에 그 신발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 듯 완벽하달까. 동네라 그 가게를 계속 지나치지만 나도 모르게 그 언니 있는지 쓰윽 보게 된다. 그런데 정말 그 빨간 머리 언니는 우리 아이를, 아니 그 발을 사랑할까


Surfers Paradise  서핑하는 사람들의 천국

[서퍼스파라다이스]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로 돌아가는 호주에서도 골드 코스트(Gold Coast / 금빛 해안)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실제 황금빛 모래가 멋지게 이어지지만 금광이 발견되며 사람들이 모여들어 유명해졌다는 그곳. 그 정점에 서퍼스 파라다이스가 있다. 실제로 찾아가 보면 생각보다 파도가 높은가 더럭 겁도 나고 수많은 사람들에 놀라기도 한다.(개인적으로는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간 버레이 헤드의 잔잔한 파도를 추천) 세계의 서퍼들이 모인다는 이곳은 이름만 들어도 몸 안에서 파도가 넘실 거리는 것 같다.

선샤인 코스트의 밀려오는 파도

서퍼스 파라다이스로 가기 전, 우리는 서핑을 배우러 북쪽 바다인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 햇빛 해안)에 갔다. 2시간 정도 서핑을 배우는 서핑레슨을 신청했지만, 오늘따라 바람은 세고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강습은 보조 강사까지 3명, 강사 중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는,


Sweetie 얘야 [스위티]

Lovely, Lovely, Beautiful, Beautiful!


실제 나는 어땠을까. 정말 러블리-하지 않았다. 계속 기우뚱. 파도에 휘말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모래사장을 뒹굴다가 엎어지고. 파도가 나를 미는 건지, 내가 파도를 미는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정말 어글리(ugly/못생긴)하고 낫굿(not good/별로)인 나에게 쉬지 않고 러블리 뷰티풀-이라신다. 아니요 저는 이미 바닷물여 절여진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참 영어로 막막.


그 수많은 뒤집어짐 뒤에 딱 1번, 나는 보드를 딛고 파도 위에 서서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에 내가,라고 하며 모래 위에 뛰어내리는 순간. 나는 보았다. 높은 파도부터 모래사장까지 내 보드를 온몸으로 밀어주는 할아버지의 두 손을. 그냥 뒤에서 따라오시나 했더니 그렇게 온-힘을 다해 밀어주면서 러블리 뷰티풀을 쉬지 않고 외쳐주고 계셨던 거다.


우리가 아는 웰(Well) 굿(Good) 엑설런트(Excellent)는 사실 잘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 생각엔 좀 과하다 싶은 러블리와 뷰티풀을 남녀노소 참 많이 쓴다. 가령

바삭하려다 타버린 나의 돼지

I tried baked Christmas crispy pork yesterday. 어제 크리스마스 바삭 돼지 구이를 했어요.

[아이 트라이드 배이크드 크리스머스 크리스피 포어크 예스터데이]


Wow, that's lovely. 와 그거 좋구나!

[와우, 댓즈 러블리]


좋네 잘했네가 다 러블리이다. 러브 들어간다고 오해하고 그러면 안 된다.


How do you like this shirt? 이 셔츠 어때요?
[하우 두 유 라익 디스 셔츠]


Oh, that's beautiful. 오 그거 좋구나!

[오우, 댓즈 뷰티풀]


좋네 멋지네가 뷰티풀이다. 아름다움 같은 거 생각하고 볼 빨개지면 안 된다.


아니, 오해하고 빨개져도 될 것 같다. 가게에서도 서핑에서도 동네 아줌마든 주유소 직원이든, 이들의 러블리랑 뷰티풀은 사람을 참 기분 좋게 만든다. 실제 이들의 뉘앙스는 그냥 맞장구이며 대답이라 할지라도 사람과 사람을 참 친근하고 다정하게 만든다.


Sweetie, where's the bowl that looks like this? 얘야, 요렇게 생긴 그릇 어디 있을까?

[스위티, 웨어즈 더 보울 댓 룩스 라익 디스]


Yes, it's on that corner. 네 저쪽 모퉁이에 있어요.

[예스, 잇스 온 댓 코어너]


맞다. 젊은 여직원에게 스위티라고 말하는 어르신을 보고 좀 오글거린다고 생각했었다. 지나가는 사람이든 창구에 선 당신이든 조금 어린 사람에게 어른들이 스위티라고 말하는 게 이젠 이상하지 않다. 저기요 이거 어디 있어요? 보다 부드럽고 달콤하다. 스위티-라고 말하면서 성질을 내거나 신경질을 부리기도 어렵다. 정답게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그런 사람들의 표정이란.

 

Lovely, Beautiful, sweetie

[러블리 뷰티풀 스위티]


어쩌면 호주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들이다.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잘한다 잘한다 우쭈쭈.

반갑다 정답다 호호호.


스윗한 사람들은 수많은 종류의 달달한 것들 못 참지


우리는 그리고 나는 그걸 잘 못한다. 더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돼, 요걸 바꿔봐, 그렇게 지적질이 나의 특기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아이들, 학교 끝나고 쪼르르 달려와 이랬는데 저랬는데 하면 아이고 잘했네-라기보다는. 어 그건 왜 그랬어? 이건 어땠을까 하기 마련이었다. 그럼 팽- 돌아져서 "엄마는 왜 칭찬을 안 해?"라고 하던 아이들.


러블리 뷰티풀이 무조건의 칭찬은 아닐 거다. 평범한 말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상대방에게 예쁘고 곱게 말해주는 것. 내 마음속에는 그 말들이 예쁘게 남았으니 나도, 아이고 이뻐라, 아이고 잘한다, 너무 사랑스러워-부터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동네 산책로 저쪽에서 사람이 온다. 나는 입술을 풀고 미소를 장착한다. 십중팔구라는 말은 정답이다. 10중 8이나 9는 인사를 한다. 무어라고 할지 오늘도 순간 머릿속 복잡. 이것이 내일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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