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느끼거나 맺은 사랑, 초련(初戀)
대다수의 사람들이 '처음'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그들에게 처음이란 진실된 첫 번째일 수도 있지만,
그를 제외한 수많은 처음은, 보는 이를 홀리는
훌륭한 화가가 그린 가공된 그림과 같습니다.
그 그림은 겉보기엔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그 속도 밝고 이쁘게 존재할까요?
혹시 빈센트 반 고흐의 서사를 알고 계십니까?
그 이야기를 안다면 눈에 보이는 이쁜 그림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고작 사람 한 명의 인생 이야기 하나로요.
고흐의 대해 얘기하자면 흔히 말하는 정신병자였습니다.
조현병, 조울증, 불안장애, 술과 카페인의 중독까지.
고흐는 많은 정신적 질환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유독 고흐의 그림에 노랑이 많은 것도 고흐의 눈엔
푸른 하늘이 고운 노란색으로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처음과 화가, 처음과 고흐의 이야기를 연관지은건
색칠된 처음도 겉보기엔 아름답기만 하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누군가에게 처음을 준다는 말은 다양하게 쓰입니다.
첫 술, 첫 만남, 첫 연애와 같이 말입니다.
하지만 많은 처음 중에 진짜 처음은 잘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말은 꾸며내고 지어내기 정말로 좋으니까요.
꾸며내지 않더라도 그 기억이 없으면 처음이 되는 겁니다.
저는 그러한 면이 고흐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고흐의 그림은 아름답지만 속은 꼬일 대로 꼬였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처음도 마찬가지지요.
고흐의 눈엔 하늘이 노란빛으로 보이던 것처럼,
우리도 모르게 처음으로 속여가는 것이니까요.
저는 그중 가장 나쁜 처음은 사랑이라고 봅니다.
처음과 만나는 사랑이니, 첫사랑이라고 부릅니다.
첫사랑은 정말이지, 잔인하고 미운 단어입니다.
첫사랑의 기준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음 느낀 사랑의 감정일 수도 있고,
가장 사랑했던 마음의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첫사랑은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냥 사랑과 관련된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상이 저의 첫사랑입니다.
저에게도 첫사랑은 존재했습니다.
사실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겠지만요.
나의 첫사랑은 생각보다 가볍게 지나갔습니다.
처음 자각한 나이는 꽤 어립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거 같습니다
저보다 한 살 연상을 좋아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걸 들키는 게 부끄러워서
꾹 숨기고 다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을 좋아했습니다만,
그 사람이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선 얼굴을 못 봤습니다.
아무리 연락해도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을
직접 느끼는 나날이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조금 넘어가는 날들을
마음을 꾹꾹 접어가며 보냈습니다만,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시 만났습니다.
여전히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은 저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옆에는 저보다 배로 잘난 사람도 많았고요.
그것보다도 이미 연애를 하고 있더라고요.
제 연락을 받지 않았던 이유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사실 3년 내내 따라다녔던 애를 잊었다는 게
조금 많이 서운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나를 두고 여자친구를 만들었다는 그 어린 생각이
더욱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요.
이렇게 가볍게 지나간 그 사람이 저에겐 첫사랑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입니다.
간질간질한 단어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고,
가끔 보이면 어째선지 조금 그립습니다.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는 말을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너무 자주 듣고 너무 널리 퍼져있는 말이기에
저 역시 믿고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그 사람, 제 첫사랑은 그때 그 애인이 첫사랑이었대요.
안 이루어진다면서 이루어지다니,
그 말 듣고 마음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첫사랑은 너무나 잔인한 단어입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건 모두 그렇지만
첫사랑은 그중 제일 나쁜 사랑입니다.
희망을 심어 두고 어차피 안된다는 미련을 가집니다.
누구에겐 첫사랑이 생각만 해도 아픈 단어일 수도 있고
누구에겐 첫사랑은 미래를 나아가는 길일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과거를 미워하고 증오할 수도 있습니다.
또 창피한 과거이기에 지우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과거를 버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우울한 기억이라 할지라도,
조그마한 웃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웃음은 언젠가 기억을 덮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사랑은 미운 단어입니다.
꽃이 완전히 피기 전까지는 지울 수 없습니다.
천천히 개화한다면 평생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버린다는 선택지는 애초부터 없습니다.
그렇기에 첫사랑이란 꾸며낼 수 있는 최고의 처음입니다.
그렇다면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수업시간에 들려달라는 첫사랑 얘기처럼
저는 항상 물음표를 품겠습니다.
당신은 첫사랑을 믿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