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븐시스터즈에서
이강
하늘은 맑지 않고
그렇다고 비를 내릴 것 같지도 않다.
결심을 미룬 얼굴처럼
회색이 여러 겹 겹쳐 있다.
두 사람의 걸음은 빠르지 않다.
서로를 앞서지도, 완전히 맞추지도 않는다.
같이 걷고 있지만
각자의 생각은 따로 걷는 속도다.
바다는 다가오지도,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만 넓힌다.
무언가를 정리해야 할 때,
꼭 혼자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용히 버틸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걸
이 풍경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