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전시 관람을 하고 글을 쓴다. 5월에 며칠 끄적인 이후 반년이 넘었다. 그사이 2023년에 관람한 전시는 300개를 넘었고, 아직 올해가 더 남아있다.
일요일에는 갤러리가 주로 오픈하지 않기 때문에 갈만한 미술관을 고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으로 향했다. 대공원역에 내려 셔틀버스를 홀로 기다리는데 노신사 한분이 오셔서 버스가 오는지 물으셨다. 맞다고 대답하고 차를 기다리는데, 이번 전시는 추상화 전시가 맞냐고 다시 물으셨다. 어쩐지 반가워서 저도 그 전시를 보러 간다고 대답했다.
버스를 타고 미술관에 가면서도 어르신과 올해 본 이런저런 전시 얘기를 했다. 어쩌면 수많은 전시장에서 마주쳤을 수도 있을 정도로 다녀온 전시가 겹쳤다. 물론 내가 300개를 갔으니 누구와도 반이상은 겹치겠지만…
그래도 처음 만난 어르신과의 대화는 제법 즐거웠고, 어르신도 편해 보였다. 즐거운 대화를 마무리하고, ‘전시 편하게 보세요!’하고 인사를 드렸다.
“네, 나중에 마주치게 되면 봐요. “
인사를 건네는 어르신의 표정이 너무 쓸쓸했다. 당시에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살갑게 인사해 놓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모습처럼 보였을 것 같다. 전시를 보면서도 어르신의 뒷모습이 마음에 쓰여 중간중간 대화를 건네며 전시를 관람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이번에는 좀 더 매정하지 않게 인사를 드렸다. 알려주신 아내분의 유튜브 영상도 시청하고 꼭 댓글도 달아드리겠다고 했다. 조심히 들어가시라고 인사를 드리는데 이번엔 본인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셨다. 보통의 나라면 절대 내 번호를 남기지 않겠지만, 어르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번호를 남겨두었다.
미술관에서 남은 2개의 전시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어르신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까 번호를 남긴 거 같아서 맞는지 전화를 걸어보셨다고.
왜일까? 처음 보는 나와의 만남을 왜 이토록 아쉬워하셨을까. 젊은 나에겐 나중에라는 단어가 있을법한 가정이지만 노신사에게 나중은 확률이 너무나도 낮은 단어다. 나중을 기다리실 수 있게 유튜브 댓글도 바로 달아드렸고, 좋은 전시를 보러 갈 때 안부 인사를 종종 드려보려고 한다. 나와의 약속 그리고 어르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글로 남긴다.
나중에 꼭 인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