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네.

by 하늘꽃

25년 7월 19일 토요일. 평상시와 같은 날이었다. 새벽 운동을 가려했지만 비가 와서 포기하고 러닝머신 위에 올랐지만 몸이 유독 무거워 조금 하고 포기했다. 이른 아침을 간단히 먹고, 할 일을 조금 하다 보니 알람이 울렸다. 둘째의 외출 일정으로 이른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요리를 시작할 시간, 10시였다. 지난주 옆집에서 낚시로 잡았다고 가져다주신 오징어 중 일부를 냉동실에 얼려두었었다. 꺼내서 오징어볶음을 하고, 소면을 삶아 곁들여 먹을 계획이었다. 냉동실에서 오징어를 꺼내 들고 냉동실 문을 닫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싱크대에 비닐 채로 오징어를 내려두고는 핸드폰을 보니 옆집 아주머니셨다.

"여보세요? 안 그래도~"

"꺄악! 빨리! 빨리 나와! 애들이랑 빨리!"

"예??"

"옆에 산 무너진다. 빨리!!!"

즉시 딸아이 둘을 불러, 차 키만 들고 뛰쳐나갔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이들을 차에 들어가라 하고는, 옆집을 살피니 옆 산에서 커다란 나무와 흙이 쓸려 내려와 잔디의 3분의 1을 덮은 상태였다. 옆집 부부와 우리 셋. 우리는 그렇게 밖으로 나와 잠시 멈춰버렸다. 일단 누군가에게는 우리 상황을 알려야겠다 싶어 엄마와 통화를 했다. 간단히 상황만 알렸다.


대피를 해야 하는데, 옆집 아저씨 말씀에 유일하게 나가는 길이 다른 산사태로 막힌 것 같다 하셨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 어른 셋이 멍하니 조금씩 흘러내리는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

"신고는 했어? 나온 거야?"

"음... 아니. 길이 막혔다고 해서. 일단 있어. 신고? 아... 어디에 신고해야 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바보 같은 질문이다 싶지만,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에 모든 사고가 멈춰 있었다.

"경찰에 일단 신고 먼저 해야지. 얼른 신고해. 경찰에 신고하면 소방에랑 같이 연락 갈 거야."

그렇게 나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잠시 뒤 소방관분께서 전화를 주셨다. 근처 인명피해난 곳이 있어 소방 인력은 그쪽으로 출동 중이라 못 올 것 같다고, 집 말고 안전한 곳에 안전하게 있어달라 하셨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너무도 감사하게 경찰 두 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나가는 길목의 1차 산사태가 난 길을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후로 대피소에서 5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피소에 피한 뒤 집 CCTV가 꺼지기 전 확인한 우리 집 뒤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토사 모습에 왈칵 울음이 터져버렸다. 집이 무너질까 봐 무서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고 작은 일들을 보고 들으며 그냥 감사하기로 했다. 적어도 난 두 아이와 함께 건강하게 있지 않은가! 대피소 생활 4일이 지나자 확연히 지쳐갔다. 집에 그냥 가자는 딸들과 같은 마음이 내게도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5일째 저녁, 너무나 감사하게도 전기가 복구되었다는 소식에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산에서 엄청난 토사가 밀려와 우리 집을 덮쳤는데, 감사하게도 집이 무너지지 않았다. 많은 양의 토사는 집 아래로 흘러내려갔고, 집 뒤와 옆을 중심으로 쌓였다. 무릎 높이 넘게 쌓인 토사는 사람이 퍼낼 수 없는 상태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토사에 갇혀 열리지 않는 집 뒷문을 통해 다용도실로 들어온 흙탕물을 치우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니 온몸에 힘이 빠졌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멍하게 창 밖만 바라보았다. 몇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정신 차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유튜브에 올렸어야 할 영상들도 못 올리고 지나갔다. 그나마 대피소에서 5일째 되는 날, 뭐라도 해보자 라는 생각에 핸드폰에 있는 영상들로 만든 간단한 쇼츠를 올렸더랬다. 영상을 편집해야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며칠 사이 일어난 일들 탓인지 쉽게 시작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문제는 예정된 여행들이었다. 사고 난 주말 바로 다음 월요일부터 울릉도와 독도 여행이 예약되어 있었기에, 대피소에서 부랴부랴 취소했더랬다. 울릉도 배편은 고작 출발 2일 전이었기에 수수료가 있었지만 그래도 크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8월 초 예정된 일정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지만, 집이 이러니 내가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상황인데... 항공사에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했지만 취소 위약금은 면제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방학한 둘째도 함께 가기로 6개월 전에 해 두었던 예약인지라 셋이 합치니 위약금만 무려 60만 원이다... 하.... 쉽지 않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피소에 있을 때 둘째는 금세 일상으로 돌아가 밖을 다녔다. 처음에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피소에 계시는 상담 자원봉사자분들은 내게 그래야 하는 거라고 하셨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그래야 더 빨리 마음도 회복된다고 하셨다. 나는 아직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안 선다. 6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날리는 게 쉽지 않다. 또한 생각해 보면 내가 여기 이렇게 멍하니 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도 알겠다. 그래도 자꾸만 멍한 상태가 된다. 슬프거나 참담한 마음은 아니다. 사실 지금 이 상태인 게 얼마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지, 그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자꾸만 멍해지는 것이... 잘 모르겠지만 놀라긴 했나 보다.


예전에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살다 보니 다른 사람 겪는 일은 다 겪는 것 같더라."

그러게. 이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많은 일들 중 하나겠지 싶다.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사랑하는 두 딸들과 함께 건강하고, 집도 안 무너졌으니 그거면 충분하다.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러니 더 재미있는 인생이잖아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오늘 마음을 다잡고 편집기를 열어 본다.


엥? 안 된다. 아... 통신선이 나갔지... 접수했더니 8월 28일이 가장 빠른 일정이라 했다. 하하핫! 그렇다면 뭐~ 핸드폰 핫스팟으로 버텨볼까? 흐흐. 웃자. 뭐라도. 해 보자. 그렇게 걷다 보면 나도 언젠가 제법 괜찮은 유튜버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쉽지 않은 유튜브의 길~ 더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래서 왠지 더 재미나고 끌리는 것 같다. =^^=



https://www.youtube.com/@umma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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