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지평

소음의 소거와 자쾌(自快)의 시작

by 구매가 체질

시선이 높아진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수용하는 과정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을 정교하게 덜어내는 과정이다. 지평이 넓어질수록 눈앞의 잡다한 현상들은 풍경의 일부로 편입되며, 비로소 마음에는 고요한 질서가 자리 잡는다.


​1. 현상학적 괄호 치기: 노이즈의 거세


​우리는 흔히 모든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정보의 과잉은 판단의 해상도를 흐린다.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첫 번째 단계는 '판단 중지'다. 나에게 도달하는 수많은 자극 중 무엇이 본질적인 시그널이고 무엇이 스쳐 지나가는 노이즈인지 구분하여, 잡다한 것들에 '괄호'를 치는 것이다.


​인식의 해상도가 높아지면, 과거에 나를 괴롭혔던 복잡한 갈등이나 지엽적인 수치들은 시스템의 엔트로피가 만들어낸 일시적인 잔상임을 깨닫게 된다. 지평이 넓은 이에게 소음은 더 이상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배경음일 뿐이다.


2. 자쾌(自快), 스스로 충만한 논리의 미학


​외부의 자극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스스로 쾌적함을 느끼는 상태, 즉 '자쾌'는 철저히 자기 완결적인 논리 구조에서 나온다.


​현상을 압도하는 거시적 안목을 갖추게 되면, 외부의 우연성에 기대지 않고도 상황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는 타인의 인정이나 시장의 변덕에 구걸하지 않는 지적 자립이다. 담담함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모든 것이 나의 인식 지평 안에서 확률적으로 계산되고 해석될 때,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지적인 평온함이 들어선다.


​3. 담담함: 가장 정교한 평형 상태


​'크고 넓은 사람이 되자'는 다짐은 감정적인 호소가 아니다. 그것은 가장 효율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인식의 지평이 좁을 때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물결이 크게 일지만, 지평이 바다처럼 넓어지면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도 수면은 이내 평정을 되찾는다. 이러한 담담함은 무관심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감정적 에너지를 아끼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다. 시선이 높다는 것은 결국, 그 어떤 소란 속에서도 '나'라는 시스템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필로그]
​결국 시선의 높이는 인격의 크기가 아니라 인식의 너비에 결정된다. 잡다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무심함은, 역설적으로 본질을 가장 깊게 꿰뚫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도 나는 더 넓은 지평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자쾌의 정적을 즐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