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by 정용수

싸워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설사 싸우더라도

이겨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져 주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싸움이 있다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혹은, 인생이 깊어진다는 것은

이기며 사는 행복보다

져 주며 사는 행복이 더 크다는 걸

깨달아 가는 것


내가 져 줘도 괜찮을 사람을

내 곁에 하나, 둘

늘려 가며 사는 것


그가 돋보일 수 있도록

난 그저 평범한 배경이 되어도 괜찮다

그의 목소리를 받쳐 주는 드러나지 않는

저음의 베이스로 살아도 괜찮다


늦은 저녁 피곤한 몸으로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의 심부름 길을 나서도 괜찮다


그가 몰라줘도 섭섭다 하지 않고

마지막 하나까지 아낌없이 내어 주는

맘 착한 나무로 살아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너에게 지는 건

정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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