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러보지 못한 노래

by 정용수

아직 불러보지 못한 노래가 있고

아직 찾지 못한 별이 있고

아직 거닐어보지 못한 강둑이 있고

아직 인사하지 못한 은행나무가 있고

아직 읽지 못한 詩가 있고

아직 눈에 담지 못한 노을이 있고

아직 방문하지 못한 가을 숲이 있고

아직 배우지 못한 악기가 있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아이스크림 맛이 있고

아직 걸어보지 못한 순례길이 있고

아직 떠나지 못한 한달살이 여행이 있고

아직 나누지 못한 너와의 이야기가 있다.


익숙한 것 하나만 붙들고 살기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인생의 밤은 길고도 외롭다.


열심히 살고도 늘 미안한 게 우리네 삶이지만

누군가를 지키는 희생을

더 이상 자유라 고집하지는 말자.

아름다운 세상이 나와는 무관하다 미리 단정 짓지도 말자


오래 지켜온 이름 말고,

새로운 이름 하나 갖는 것이

그리 사치스러운 일은 아닐 텐데

짧은 세월 앞에서 너무 머뭇거리지는 말자


낯선 역에 멈춰선 낡은 기차 창으로

오늘은 바람이 살갑게 분다.


이젠 나도 그곳으로 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부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