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에 흔들리는 꽃

by 정용수

나는 왜 꽃받침도 없는 초라한 꽃일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지고 나서야 기억되는 꽃일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그늘 가장자리에 피는 꽃일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푸르름이 지는 가을에 피는 꽃일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슬픈 노래에만 등장하는 눈물 빛깔의 꽃일까 생각했습니다.


꽃 향기, 빛깔, 피는 자리, 피는 계절

그 어느 것도 내 선택 아니었는데

나는 왜 온전하게 피어야 하는 꽃인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알았습니다.

나는 詩에 흔들리는 꽃이라는 것을

초라한 모습이어서 위로가 되는 꽃이라는 것을


참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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