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달에서도 꽃은 피더라

by 정용수

응달에서도 꽃은 피더라

건물 뒤편 그늘진 곳에

목련 한그루

저 혼자 환하게 피어있더라


양지쪽 꽃보다

조금 창백한 얼굴이어도

진심 가득한 표정으로

봄의 빈 공간 하나

당당히 메꾸고 서 있더라


한평생 그늘로만 쫓겨 다녔던

주름 깊은 한 남자

길 가다 서서

그 꽃 한참을 바라보다

끝내 굵은 눈물 흘리고 가더라


그늘진 응달의 꽃도

누군가의 마음 흔들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더라


응달에서만 살아도

아픈 마음 하나

온전히 보듬을 수 있다면

우리 인생

애써 꽃 피울 이유 충분하지 않을까


응달에서도 꽃은 피더라

봐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꽃은 기어코 환하게

피고야 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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