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시립미술관 전시 - 홍이현숙
첫 대면은 산 위에 붉게 물든 하늘 같았다
강렬하게 불타 오르는 하늘과
산이었다.
산은 산이되 북한산 정기 가득 품은 인수봉의
살결이었다
거대한 하나의 몸뚱이
인수봉의 살결이 드러난다.
거친 살결이다.
수만 년을 살아온 말없는 바위의
거친 살결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수봉의 살결을 거침없이 표현한 작품에는
세월이 켜켜이 쌓인 바위의 민낯이 드러났다.
부끄러울 것 없는 완벽한 살결이다.
비바람을 온몸으로 부딪치고 수천수만 번의 사계를
맞으며 나이테처럼 아로새겨졌을 역사의 조각을
보는듯하다.
한 번도 살결을 보여준 적 없는 듯
바위의 거친 물성이 느껴진다.
깊은 산 우뚝 솟아
대한의 국토를 묵묵히 마주했을
그 오랜 세월이 담담하게 다가온다.
지금 이 거친 살결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인수봉은
거친 표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지나온 세월을 이야기한다.
긴 이야기가
오래된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려온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본다
감히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천수만 년 전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경험 못할 앞으로의 수천수만 년을 인간
누군가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