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이강소(Lee Kang-so)
1943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1970년대 ‘행위미술’로 주목받았고, 이후 회화로 영역을 확장하며
“자연과 인간의 존재, 시간의 흐름”을 주제로 한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이강소의 화면은 격렬하면서도 고요하다.
거친 붓질 속에 ‘비움과 채움’, ‘안과 밖’의 경계를 탐구하며
우리 삶의 흔적과 시간의 결을 담아낸다.
이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붓질의 방향이었다.
위쪽을 가득 채운 푸른색과 회색의 격렬한 흔적들.
그것들은 비처럼,
우박처럼,
세상의 무게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 붓질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 자체로 힘이었다.
무게를 가진, 압박하는 힘.
그리고 그 아래,
희미하게 그려진 집의 윤곽선.
안은 비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배경과 같은 색으로 채워져 있다.
집은 무언가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의 거센 폭풍을 막아주는 공간이다.
그 얇은 선 하나.
그것이
밖과 안을,
불안과 평온을 가르고 있었다.
벌판에 선 우리,
그리고 작은 방패.
누구나 그런 공간을 꿈꾼다.
비바람을 피할 곳,
세상의 칼날을 잠시 막아줄
작은 안식처를.
하지만 현실의 집은
완벽하지 않다.
벽은 흔들리고,
지붕은 새고,
선은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벽 한 면,
폭풍을 막아주는 처마 한 줄기.
그 작은 공간이
우리를 무너지지 않게 한다.
비록 윤곽선뿐인 집일지라도,
그곳엔 온기가 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슬프지 않다.
거칠지만, 절망적이지 않다.
폭풍 속에서도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
그건,
단지 선 하나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기는 다르다.”
그 한 줄의 선이
세상을 막아주는 방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