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해와 나무들

에곤 실레

by 청일


작가 소개

에곤 실레 (Egon Schiele, 1890~1918)


에곤 실레는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로,

‘인간의 내면과 존재의 불안’을 가장 강렬하게 그려낸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1890년 오스트리아 툴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탁월한 그림 실력을 보였고,

열여섯 살에 빈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는 스승이자 후원자였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의 영향을 받았지만,

곧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갔다.


클림트가 관능과 황금의 장식으로 인간을 그렸다면,

실레는 벌거벗은 영혼의 초상으로 인간을 그렸다.


그의 인물들은 왜곡된 자세로,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절박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 선과 색은 아름다움보다는 진실에 가깝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욕망, 외로움, 죽음, 불안, 생명 같은

극단적인 감정이 얽혀 있다.

그러나 그 치열함이야말로

그가 느꼈던 삶의 진실이었다.


1918년, 단 28세의 나이에 스페인독감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짧은 인생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미술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독창적인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림 설명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작품,

〈두 그루의 나무(Two Trees)〉이다.


그림 속 배경은 짙은 갈색의 흙과 흐릿한 회색 하늘.

초목이 모두 생명을 다한 가을의 끝자락이다.

캔버스 중앙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왼쪽의 나무는 굵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고,

오른쪽의 나무는 가지가 꺾인 채

마치 그 곁에 기대어 선 듯 위태롭다.


실레의 특유의 날카로운 선과 불안한 색조는

나무를 단순한 풍경이 아닌 인간의 내면처럼 보이게 한다.

가지 끝은 메마르고, 줄기에는 상처가 패여 있다.

그럼에도 두 그루는 서로를 향해 서 있다.


그의 붓질은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삶의 상처와 진동을 그린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고요 속에 숨겨진 긴장과 생의 외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나의 감상


먼 산 위로,

태양이 비친다.


세상에 온기를 나누지만,

초목은 낙엽처럼 시들어가며

가을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숨을 고하는 듯하다.


위태로이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태양의 온기마저

더 이상 생명을 불어넣지 못하는 순간,

한 그루의 나무가

다른 한 그루를

조용히 감싸 안고 있다.


빛은 있으되 따뜻하지 않고,

태양은 떠 있으되

온기가 사라진 풍경.

그 속에서 두 그루의 나무는

‘함께 있음’의 의미를

말없이 증언한다.


세상에는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시간이 있다.


태양이 나를 비켜가는 듯하고,

어둠의 터널 속에 갇힌 듯한 날들.


그럴 때,

말없이 곁을 지탱해주는

한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버티어 함께 서주는 일.


바람이 몰아쳐도 꺾이지 않으려는 의지,

그 곁에 누군가 서 있다는 믿음.


그림의 나무처럼,

우리도 그렇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오늘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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