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식
임동식 작가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는 화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늘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중심에 있다.
그는 스스로 자연 속 한 존재로서,
겸손하게 땅과 하늘, 나무와 바람 사이에 자신을 놓는다.
자연을 바라보되 지배하지 않고, 그 안에 스며드는 태도로 인간이 잃어버린 ‘삶의 균형’을 화폭에 담는다.
〈고개 숙인 꽃에 대한 인사〉는
화려한 색채의 숲과 그 속의 한 인물을 통해
‘겸손과 경이의 시선’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림 속 인물은 푸른 셔츠를 입고 고개를 숙여
땅의 생명과 눈을 맞추고 있다.
그 주위를 둘러싼 봄꽃과 나무들은
그의 낮은 자세를 환하게 비추는 듯하다.
밤하늘의 별빛, 새싹의 초록, 꽃의 분홍과 노랑
모든 색이 살아 움직이며 서로를 감싸 안는다.
이 풍경 속에서 인간은 주인공이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한 ‘조화’이며 ‘존재의 경건함’이다.
경건함이자 경이로움에 대한 애틋한 감사,
그것은 오늘이라는 하루에 대한 무한한 감사이기도 하다.
한때 나는 야생화를 찍기 위해 산으로 들로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세상이 그 안에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 있는 작고 가녀린 꽃송이들은
천사의 날개짓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카메라의 뷰파인더 속 세상은
언제나 포복 자세로, 대지와 내가 맞닿아야만 볼 수 있었다.
낮은 데로 임하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세계.
스쳐 지나가면 보이지 않던 생의 숨결이
엎드린 눈앞에서는 그렇게 또렷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태주 시인이 말한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단지 꽃을 향한 시선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마음의 자세라는 것을.
그림 속 인물처럼 고개를 숙이는 일,
그건 세상을 향한 가장 깊은 인사이자 감사다.
문태준의 시가 말하듯,
“몸을 굽히지 않으면 세상과의 균형을 맞출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작고 가녀린 야생화를 대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일들이 지천이다.
사계절을 묵묵히 견디고 또 이겨내며
다시 피어나는 자연처럼,
삶도 그리 낮은 곳에서 자란다.
세상의 진짜 아름다움은
고개 숙인 마음에게만 보인다.
감사와 경이로움은 언제나
그 겸손한 눈높이에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