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꽃에 대한 인사,밤,부엉이

임동식

by 청일

1. 작가 소개

임동식 작가는 자연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는 화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늘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중심에 있다.

그는 스스로 자연 속 한 존재로서,

겸손하게 땅과 하늘, 나무와 바람 사이에 자신을 놓는다.

자연을 바라보되 지배하지 않고, 그 안에 스며드는 태도로 인간이 잃어버린 ‘삶의 균형’을 화폭에 담는다.


2. 그림 설명

〈고개 숙인 꽃에 대한 인사〉는

화려한 색채의 숲과 그 속의 한 인물을 통해

‘겸손과 경이의 시선’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림 속 인물은 푸른 셔츠를 입고 고개를 숙여

땅의 생명과 눈을 맞추고 있다.

그 주위를 둘러싼 봄꽃과 나무들은

그의 낮은 자세를 환하게 비추는 듯하다.


밤하늘의 별빛, 새싹의 초록, 꽃의 분홍과 노랑

모든 색이 살아 움직이며 서로를 감싸 안는다.

이 풍경 속에서 인간은 주인공이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자 한 ‘조화’이며 ‘존재의 경건함’이다.


3. 나의 감상

경건함이자 경이로움에 대한 애틋한 감사,

그것은 오늘이라는 하루에 대한 무한한 감사이기도 하다.


한때 나는 야생화를 찍기 위해 산으로 들로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사진이 아니었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세상이 그 안에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 있는 작고 가녀린 꽃송이들은

천사의 날개짓처럼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카메라의 뷰파인더 속 세상은

언제나 포복 자세로, 대지와 내가 맞닿아야만 볼 수 있었다.

낮은 데로 임하지 않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세계.

스쳐 지나가면 보이지 않던 생의 숨결이

엎드린 눈앞에서는 그렇게 또렷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나태주 시인이 말한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단지 꽃을 향한 시선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마음의 자세라는 것을.


그림 속 인물처럼 고개를 숙이는 일,

그건 세상을 향한 가장 깊은 인사이자 감사다.

문태준의 시가 말하듯,

“몸을 굽히지 않으면 세상과의 균형을 맞출 수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작고 가녀린 야생화를 대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일들이 지천이다.

사계절을 묵묵히 견디고 또 이겨내며

다시 피어나는 자연처럼,

삶도 그리 낮은 곳에서 자란다.


세상의 진짜 아름다움은

고개 숙인 마음에게만 보인다.

감사와 경이로움은 언제나

그 겸손한 눈높이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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