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

무나씨

by 청일

1. 작가소개


무나씨 (본명 김대현, 1980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무나씨’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무나(無我)’는 불교의 무아 사상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나로부터 출발하는 생각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의 작업은 전통 한지와 먹을 주요 매체로 삼아, 흑백의 명료한 대비 속에서 인간 내면의 감정과 존재의 흔적을 탐구한다.

최근에는 평면 회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설치 작업 등으로 확장하며, 감정의 깊이를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무나씨의 그림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마음의 초상’을 그리는 일이다.



2. 작품설명


무나씨의 작품은 고요한 내면의 풍경을 비춘다.

먹의 농담(濃淡)과 여백의 균형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물결처럼 번진다.

그의 인물들은 구체적인 표정보다는 감정의 온도를 담고 있으며,

그 표면 아래에는 자기 성찰과 존재의 질문이 흐른다.


자존은 ‘자기 인식’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화려하지 않은 흑백의 화면 속 인물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자아를 응시한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일”을 주제로,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는 고요한 시간을 표현했다.

그림 앞에 선 관객은 결국 자신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 속에 서게 된다.



3. 나의 감상문 — 〈거울 앞에 선 나〉


무에서 창조된 순간

생은 운명이 되었다.

민들레 홀씨 바람에 날려

아스팔트 빈틈으로도 생을

기어이 이어가듯

살아내는일은

일생의 업이 되었다.


평생의 화두는 단 하나였다.

‘너 자신을 알라.’

나를 아는 일이 곧

세상을 바로 살아가는 길이라 믿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위치를 인식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관계를 이어가는 핵심이었다.


하지만 살아간다는 건

끝없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어떤 날은 나조차 나를 모른다.

‘왜 그랬을까’ 후회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인생은 흘러간다.


거울 앞에 선다.

짧은 순간, 나를 마주한다.

그러나 내 얼굴을 가장 오래 바라보는 이는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다.

나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더 오래 드러나고,

그들의 판단 속에서 규정된다.


가끔은 타인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나를 발견해주기도 한다.

그건 내가 나를 돌아보는 일에

너무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묻는다.

“나는 지금, 누구의 시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타인의 기대를 벗어나

나로서 존재한다는 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만난다.


긴 밤을 지나

잠이 덜 깬 눈으로 거울 앞에 선다.

헝클어진 머리, 정돈되지 않은 얼굴

그게 아마도 진짜 나의 모습일 것이다.

씻고 바르고 다듬은 얼굴은

타인을 위한 배려일지 모른다.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내 안에 담긴 내가 진짜 나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

내 안의 나를 이해하는 일이

곧 세상과 화해하는 길이다.


무나씨의 그림처럼,

묵의 농담 속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결은

조용하지만 깊다.

그 여백 속에서 나는 깨닫게된다.

삶은 타인을 향한 시선 속에서만이 아니라,

내 안의 고요를 마주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본다.

무심히 흘러가는 일상의 틈새에서

‘나’라는 존재를 다시 불러본다.

그 부름 속에서

나는 조금씩,

진짜 나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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