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궤적

세월이 빚은 투명한 훈장

by 청일


빛의 궤적은 시간이 공간에 남긴 필적(筆迹)이다.

셔터를 열어둔 카메라의 눈에 세상이 긴 선으로 새겨지듯, 사람의 생에도 시간이 빚어낸 고유한 궤적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얼굴’이라 부르고, 그 안에 새겨진 ‘주름’과 ‘표정’으로 읽어낸다.


아름다운 궤적은 결코 피부의 표면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심연에서 길어 올린 삶의 태도가 밖으로 스며든 결과다. 한 사람의 생이 어떠했는지는 그가 남긴 굴곡의 깊이와 결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또렷해진다.


어둠을 가르는 빛줄기를 바라본다. 어떤 빛은 망설임 없이 곧게 뻗고, 어떤 빛은 미세하게 떨리며 위태로운 선을 그린다. 그러나 그 모양이 어떠하든,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연소하며 빛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은 이미 숭고하지 않은가.


세월은 누구에게나 주름이라는 흔적을 남긴다. ‘아름다운 주름’이라는 말은 어쩌면 형용모순일지 모른다. 그러나 깊게 패인 골마다 켜켜이 쌓인 감정의 퇴적을 읽어낼 수 있다면, 그 주름은 단순한 노화의 표지가 아니라 생의 파고를 넘어 얻어낸 투명한 훈장이 된다.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에 새겨진 지도를 짚어본다. 모진 파도를 건너고 거친 산길을 돌아 여기까지 온 시간들. 이제는 그 굴곡을 외면하기보다 다정히 토닥이며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다고.


저 먼 밤하늘에서 소리 없이 번지는 별빛처럼, 나의 삶 또한 비록 고요할지라도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는 분명한 궤적으로 남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