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월의 기록
나의 23년은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행복버거를 먹는 의식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1월 1일 처음 들을 음악도 신중히 선택하여 윤하의 오르트 구름을 들었다.
이상하게 올해는 행운이 가득하길 무의식적으로 바라고 한 행동이었다.
지난 나의 1월은 게임으로 따지면 Lv.0의 초보자가 하드코어로 설정된 모드에서 처참히 무너져 쓰러진 채 끝나는 한 달이었다.
나는 이 큰 시련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인데, 인생은 나에게 왜 실패의 쓴 맛만을 느끼게 하는지, 견딜 수 있는 고통보다 좀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회사에서 직무전환이 하고 싶었다. 물론 능력이 부족해서 기회가 안 오는 것도 있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악재가 겹쳐 나에게 그 기회가 잘 오지 않았다.
그때마다 ‘왜 이런 부당한 일이 나에게만 생기지’ 생각했고, 이내 이겨내야 한다며 툭툭 털고 일어나곤 했다. 인생의 시련은 나만 겪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누군가 툭치면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묵묵히 견뎌왔다.
이번에도 역시 기회가 오지 않았구나 하며 마음정리를 하던 찰나, 직무전환의 기회가 찾아왔었다.
기획안을 너무 좋게 봐주셨고, 면접도 잘 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했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후회가 가득한 선택들을 가치 있게 만드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는데, 그 결실을 맺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껴져 희망에 부풀곤 했다.
희망의 크기가 커질 때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의 나를 어떻게 위로할지 생각해두기도 했다.
그래야 원치 않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으니까.
역시나 내게 돌아온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여기까지는 나름 괜찮았는데, 다른 곳으로의 인사발령이 나를 좀 힘들게 했다.
그저 평소처럼 묵묵히 일하는 나 대신 동료들이, 선배들이 더 열을 내주었다.
내가 회사생활을 잘못하고 있어서가 아닌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이번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나마의 위안이 되었다.
그렇지만 한동안은 울적했다.
이 나이가 되면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나름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데, 나는 아직도 자기 객관화가 안된 채 고집과 아집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나름 자리를 잡아가며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내가 잘 못 살고 있는 건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어떡하겠나.
하드코어 모드로 설정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도전정신 강한 Lv.0의 유저인 것을.
벽에 부딪히고, 실수에 좌절하고, 더 큰 상대에 무력감을 느껴도 나아가고 싶은 것을.
이 역경은 내가 원하는 길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지금 내가 겪은 일과 감정들도 없었을 테지만, 이 실패로 나는 인생의 경력이 쌓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아갈 것이다.
이번 실패에도 이유는 있었을 것이고, 나는 나의 서투름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음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23년 1월 나의 첫 스테이지는 게임오버로 끝났지만, 나는 점차 조금씩 나아지며 마지막까지 도달할 것이다.
1월 1일 처음 들은 노래의 가사처럼 경계의 끝자락, 내 끝은 아니니까.
다치고 망가져 버거워진대도 숨 한 번 고르고 이어가면 그만이니까, 무모하대도 나는 나를 믿고 나아갈 것이다.
이건 나의 올해 첫 번째 시도였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