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이트>를 플레이하고
스포일러주의
지난번에 플레이했던 비주얼 노벨 <크로스채널>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나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다나카 로미오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았다. 그렇게 찾아낸 작품이 바로 오늘 리뷰할 <리라이트>다. 비주얼 노벨계에서 유명한 브랜드 Key에서 출시한 이 작품은 다나카 로미오뿐만 아니라 동인게임 <쓰르라미 울적에>로 성공한 또 다른 시나리오 라이터 용기사 07도 참여했다길래 더 눈길이 갔다. 때마침 스팀에서 비주얼 노벨 할인 행사를 했기에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다.
가볍고 개그스러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게임 초반부를 지나면 등장하는 비밀조직인 가이아와 가디언, 두 비밀조직이 멸망을 일으키는 존재인 열쇠 카가리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대립이 벌어진다. 가이아에 소속된 오오토리 치하야와 센리 아카네, 가디언에 소속된 나카츠 시즈루와 코노하나 루치하,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열쇠를 지키는 칸베 코토리까지, 총 다섯 명의 히로인들과 함께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 텐노지 코타로의 활약을 담은 게임이다.
원화가로 참여한 히노우에 이타루의 그림체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그림체다. 살짝 넓적한 얼굴에 과도하게 큰 눈이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괜찮은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가끔씩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지는 CG가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수준의 CG 퀄리티를 유지한다. 또한 음악으로 유명한 Key 답게 훌륭한 음악들 덕분에 한층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다.
모든 루트의 개수는 총 일곱 개. 처절하고 비극적인 코토리 루트, 히로인 치하야보다 그녀의 마물 사쿠야의 활약이 돋보였던 치하야 루트, 세카이계 느낌이 강하게 나는 아카네 루트, 애틋한 분위기의 시즈루 루트, 다른 루트와 달리 이질적인 느낌이 강해 호불호가 강한 루치하 루트. 이렇게 다섯 명의 히로인 루트를 모두 클리어하면 메인화면에 새로 나타나는 Moon 루트, Moon 루트까지 플레이하면 또다시 나타나는 Terra 루트까지, 상당한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루트는 코토리 루트이다. 어렸을 적 부모를 되살리기 위해 계약을 맺어 가이아에는 속하지 않는 마물사 드루이드가 되어 열쇠를 지키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코토리의 운명이 안타깝게 느껴져 마음이 가는 루트이다. 공통루트에서 마냥 밝고 순진하게 그려지던 모습은 사라지고 자신이 짊어진 무거운 운명에 짓눌려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처절하게 그려진다. 이야기의 스케일은 가장 작지만 그 비극성은 다른 루트보다 더 강하게 느껴지는 루트였다.
개인적인 감상은 기대했던 만큼 좋지는 않았다. 물론 리라이트의 스토리는 다른 비주얼 노벨 게임들과 비교해면 높은 수준의 퀄리티지만 직전에 플레이했던 다나카 로미오의 <크로스채널> 만큼의 주제의식과 감동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히로인들과의 연애요소가 적고, 후반부 Terra 루트로 가면 히로인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아예 주인공 코타로의 원맨쇼로 흐르는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색다른 느낌의 Key 게임을 원한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볼 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