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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 면전에서 차마 못한 이야기를 쓰기까지..(1)

면전에서 못하면서 여기에다 쓰는 이유

카리스마가 술이었다면...

나는 로열 칼스마 21년 산이라 소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40도에 육박하는 높은 알코올 도수에 비해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많은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는 21년 산의 대표명사인 그 위스키처럼 나는 독한 카리스마를 가졌으나 우유 못지않은 부드러움을 가진 초등학교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교직에 입문한 지 21년 차, 어느덧 40대가 된 나는 강렬한 눈빛으로 분위기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가졌으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에는 무장해제되어 마치 뚜껑 열어젖힌 21년 산처럼 알코올은 휘발되고 맹맹한 음료가 되어버린다.

21년간 교직에서 부드럽되 독하게 숙성되는 사이 내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아이를 키우며 학부모의 마음도 어느 정도 꿰뚫어 보는 무릎팍도사의 자질도 겸비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학부모에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다.

언젠가 살면서 내 이름 세 자 박힌 책을 한 편 남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지만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정하지 못했는데 출간은 먼 나라 이야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그 이야기들을 브런치 스토리에 쏟아내 보려 한다.

브런치의 다른 글들이 워낙 고상하고 격조 높아서 저렴한 나의 문체를 담으려니 미안하지만 원래 차마 못한 이야기들은 마구 쓴 티가 나야 매력적이다. ㅎㅎ



덧.. 작가명을 정할 때 약간 고민이 되었다. 내 이름 석자로 하자니 나를 아는 이들이 알아챌까 걱정이 되고 그렇다고 이니셜로 하자니 그것 또한 재미가 없었다.

어렸을 때는 비싸서 못 먹었지만 지금은 마음껏 사 먹는 나의 최애 과일 복숭아, 그래서 최근에 가입한 커뮤니티에서의 내 별명은 늘 영어로 '빛나는 복숭아'였다. '빛나는 복숭아'라는 이름으로 나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 가득한 커뮤니티에 이성이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고 글을 써재낄 때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느꼈다. 글을 쓸 때만큼은 세상 즐거운 기분이라 <무릉도원의 빛나는 복숭아>라는 다소 엉뚱하고 긴 필명을 가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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