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네 잎 클로버지만 행복은 세 잎 클로버다
최근에 한 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고인은 60대 초반의 여성으로 30여년 전 미국에 이민 오셔서 잘 나가는 사업체 두 곳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을 이룬 분이었다.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서 슬하에 20대 초반에 두 명의 쌍둥이 아들을 두었고 두 내외가 가게 일에 전념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년 전에남편이 가게에서 일하던 중 심장을 움켜잡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셔서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없다고 했던가. 남편을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분은 간암 4 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되었다.
돌아가시기 전, 1년 동안 항암 치료도 받고 면역 치료도 받으며서 열심히 삶에 대한 소망을 놓지 않았다. 항암 부작용으로 손과 발에 흉한 물집이 잡혀 몇 주씩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이분은 삶에 대한 투지를 놓지 않았다.
가끔 그 집을 방문할 때면, 이분은 한국 방송을 보면서 암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하는 어떤 박사님의 영상을 열심히 시청하셨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서 치료 받고 싶다는 말씀도 간간히 하셨다.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겠다는 심정이었을게다.
그 와중에 장사가 잘 되던 두 가게를 헐값에 처분하셨다. 그리고 작년 연말 아들 하나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셨다. 한국에 있는 형제들도 만나고 한국에서 암 치료에 권위가 있다는 병원에서 치료도 받을 겸 가신 걸음이었다.
그분과 헤어지면서 나는 잘 다녀오시라고, 3주 뒤에 뵙자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 인사가 그분과 나누었던 마지막 인사였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유투브에서 선전했던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셨던 모양이다. 의사는 더 이상 손 쓸수 없다고 당신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하셨다고 했다. 한국 의사들은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냐고 화를 내셨다. 이 즈음에 이분은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무너진 듯 보였다. 급기야 복수에 물이 찼고 마지막으로 전화 드렸을 때 이분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울먹 거렸다. 아직 정리할 것이 많다고 하셨다. 그러나 며칠 뒤에 그분은 결국 한국에 있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쓸쓸히 돌아가시고 말았다.
생전에 이분은 입버릇 처럼 말했다. 미국 와서 먹고 사느라 바빠서 아이들과 제대로 여행 한번 못 해 보셨다고. 그게 제일 아쉽다고 하셨다. 그래서 병이 나으면 무엇보다 아들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셨다. 아들 둘 데리고 한국 여행도 꼭 가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소원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가셨다.
들리는 소문에 이분은 20대 초반의 두 아들 앞으로 몇 백만불의 유산을 남겨 놓고 가셨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철 없는 아들들이 걱정 되셨는지 아이들이 30대가 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생활비는 제외하고 유산에 손 못대도록 변호사를 통해 처리를 해 두신 상태였다.
지금도 많은 이민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넌다.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은 한인 숫자가 1만4630명이라고 한다.
만약 누군가 아메리칸 드림을 정의하기를, 주변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 마당 넓고 좋은 집을 가지는 것, 벤츠를 타고 출퇴근 하는 것, 통장에 수십만불 저금을 해 두고 돈 걱정 없이 사는 것, 여러 사람들에게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잘 나가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이라면, 이분은 분명히 성공한 이민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자주 갖는 것,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 평소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하루 하루 쫓기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정의 한다면 이분의 삶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시인이자 사상가였던 랄프 왈도 에머슨은 ‘무엇이 성공인가?’ 라는 시에서, 성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인해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행운은 네잎 클로버지만 행복은 세 잎 클로버’ 라고 했던가! 우리는 너무나 자주 행복을 멀리서 찾으려고 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의외로 행복은 가까운 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