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 빼기 신앙

2023.10.29

by 김경윤

종교개혁주간에 초교파적으로 평신도들이 교환설교를 하는 행사를 10년간 지속하고 있다. 올해에는 내가 자청하여 강남향린교회 예배시간에 평신도 설교를 했다. 기록에 남기고자 평신도 설교문 초안과 동영상을 남겨놓는다. 혹시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거나 시청해 보시길. (동영상은 56분. 조금 길게 편안하게 이야기했다.)

<설교문 초안>

시 : 10월 29일 11시, 강남향린교회

제목 : 빼기 신앙

성구 : 마가복음 6:8~9절


“길을 떠날 때에는, 지팡이 하나밖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고, 빵이나 자루도 지니지 말고, 전대에 동전도 넣어 가지 말고, 다만 신발은 신되, 옷은 두 벌 가지지 말라.”


보충 : 노자 《도덕경》 67장 중에서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는 자애로움이요, 둘째는 검소함이고, 셋째는 세상에 앞서려고 하지 않음입니다. 자애롭기에 용감해지고, 검소하기에 널리 베풀 수 있고, 앞서려 하지 않기에 천하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습니다. ”

(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夫慈故能勇 儉故能廣 不敢天下先 故能成器長 )


<인사말>

- 종교개혁주일평신도 강단설교 10주년 강남향린교회에 초대됨을 감사드립니다.

- 고양시 덕양구 능곡동에 위치한 동녘교회 김경윤입니다.

- 동녘교회는 37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감리교 신학교에서 파문당한 홍정수 목사님이 설립한 교회입니다.

- 동녘교회는 교인들 수만큼 다양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교회입니다. 저는 그중에 한 명이니,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은 온전히 제 생각임을 밝힙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제 책임이지 우리 목사님 책임은 아닙니다.

- 저는 평소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하는 일로 먹고사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30권 넘게 책을 썼지만 삶이 변변치 않은 것으로 보아, 글을 잘 못 썼거나 아직도 시대가 저를 못 알아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 나이로는 올해가 60살입니다. 내년도에는 환갑을 맞이합니다. 환장할 노릇입니다.


<들어가며>

- 오늘의 주제는 ‘빼기’입니다. 저는 자연의 법칙이 그러하듯, 인생도 결국 사칙연산의 법칙 하에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 나무는 봄이 되면 더하기를 시작하여, 여름을 지나며 절정을 이루었다가, 가을이 되면 결실을 맺고, 그 결실을 나누는 나누기가 시작됩니다. 나누기를 잘해야 번식을 잘할 수 있습니다. 그게 곱하기입니다. 그리고 빼기의 삶을 시작합니다. 수분도 양분도 다 빼야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겨울을 제로 상태로 보내는 것 같지만 저장의 시기입니다.

- 인생도 그러합니다. 태어나 젊고 활동하는 시기는 더하기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나누기와 곱하기를 잘해야 번식하고, 빼기를 잘해야 나머지 생애를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은퇴의 시기이자, 삶의 황혼녘의 삶의 비결은 빼기입니다.


<본론 1>

- 아버지와의 장기 이야기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장기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 코로나 이야기(책, 강의, 만남이 모두 사라져 인생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 결국 15년 넘게 운영했던 작은도서관이 폐관되고, 5천여 권의 책이 폐기 처분된 이야기)

- 하던 모든 일들이 멈춰지고 다시 시작할 수 없었던 우울의 시기, 시도해도 늘 번번이 결과를 얻지 못했던 세월, 나이만 먹어 환갑을 눈앞에 두고 선물과 같이 가파도에서 한 달 동안을 살 수 있었던 이야기.

- 가파도가 나에게 준 교훈 : 나는 고양이 집사다. 집사는 보살피는 사람이다. 집사가 집사노릇 잘해야 고양이들이 편하다. 나의 편함을 누군가가 나를 보살폈기 때문이다. 내가 소중하듯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은 소중하다. 일상이 성스러운 삶이다.


<본론 2>

- 빼기의 삶은 부족함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서로 의존하고 살 수밖에 없다는 자각을 늘 하라는 이야기다. (부처나 예수의 기본적 삶은 걸식이었다. 걸식이 가능하려면 환대가 가능해야 한다. 환대가 없는 곳이 지옥이다.)

- 본문말씀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요구하는 것 : 아무것도 준비하거나 가지려 하지 마라. (하느님이 채워주신다?) 절대의존의 상태, 겸손의 상태, 아낌의 상태가 인생의 기본값이다.

- 노자의 세 가지 보물 : ① 자애로움(慈 : 어머니의 마음, 玆+心) 天地玄黃 ② 검소함(儉 : 아낌 uselessness-사랑) 검(檢, 봉함, 단속함), 검(劍, 칼, 벰) ③ 겸손함(謙 : 겸손(謙遜)하다, 덜다, 빼다) 빼지(양보하지) 말라!

- 보물의 결과 : 능용(能勇), 능광(能廣), 능장(能長)

- 보물 없는 결과 : 사랑 없는 용기는 패권, 아낌없는 베풂은 폐가, 겸손 없는 앞섬은 패망!


<결론>

- 홍정수 목사님이 교인에게 준 과제 : 기독교 사투리(원죄, 구원, 대속, 부활, 용서, 천국, 메시아(그리스도)) 없이 기독교를 전도할 수 있는가? 그러면 21세기에도 살아있는 기독교가 될 것이다. 이것은 빼기의 신학입니다.

- 저는 몇 가지를 더 첨부합니다. 성직자, 교회 없이도 기독교가 가능할까?

- 상상은 더 많이 나아가지만, 여기서 그만!

- 늘 뭔가를 달라고 기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덜겠다고 기도하는 태도가 성숙은 아닐까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https://youtu.be/Tcu2KlaChos?si=K14fCImPPAkrF4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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